운문사, 비밀의 숲 / 성영희
나 다시 태어난다면
운문사 극락교 너머 비밀의 숲에
이름 없는 한 포기 풀꽃으로 살고 싶네
구름도 쉬어가는 이목소 맑은 물
갈 봄 없이 내려와 얼굴을 씻는 소나무 곁에
정갈한 수건 한 장 두 손으로 받들고
비구니 꽃으로 늙어가도 좋겠네
이른 아침,
호거산 병풍을 펴는 예불소리에 눈 뜨고
깊은 밤, 구름문 열고 산책 나온 달빛,
그 하얀 발자국 소리를 베고 잠이 들겠네
문살을 스치는 바람에도 일어나 합장하고
오백년 소나무가 땅을 향해 경배하는 겸손을 배우겠네
그대, 마음이 슬프거나 어지럽다면 함께 가지 않겠나
호거산 줄기 속 연꽃처럼 피어난
운문사 극락교 너머 비밀의 숲으로,
목탁 속 같은 이 골짜기
몸속을 울리고 나오는 독경 소리들
비스듬히 열린 장지문에 저녁햇살로 살면 또 어떠하겠나,
우리, 가슴을 열면 하늘문도 열리는 것을
충남 태안 출생
한국 문인협회 회원
한국 수필문학 회원
갯벌문학 회원
좋은문학 詩부문 신인상
서곶예술제 수필부문 장원
시흥문학상 전국 公募에서 시部門 우수상
한국서정문학 작가회의 회원 및 편집간사
詩集 <섬, 생을 물질하다> 2010 서정문학刊
*共著* [우표없는 편지][맨발로 우는 바람] 等
<감상 & 생각>
뭐랄까,
<가슴 속의 내명內明>으로 흐르는, 선정禪定과도 같다 할까.
가을의 전단傳單이 낙엽으로 구르는, 이 깊은 계절에
꼭 한 번 가보고픈 운문사. (근데, 살아 생전에 가볼 수 있을지)
저 역시,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온갖 물상物象이 건너 오고 가는
그 디딤돌 같은 虎踞山 , 雲門寺에서...
가슴의 문을 조용히 열고 여적如寂한 경지境智 하나,
이 누더기 같은 영혼에 기도하듯이 새겨넣고 싶어지네요.
-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