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인 / 송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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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08회 작성일 16-12-21 00:33본문
각인 / 송진권
기억하니 / 물기 많았던 시절 / 그래서 더 깊이 패었던 시절 /
아직도 생각나니 / 달구지 타고 맨발 들까부르며 / 우리 거기에 갈 때 / 지네뿔에 발굽이 크던 소 / 양쪽 뿔에 치렁치렁 늘인 칡꽃 / 질컥한 길에 빗살무늬로 새겨지던 바큇자국 / 뒤따르던 질경이꽃 / 햇볕 사려감던 바큇살 / 어룽대며 곱던 햇발이며 / 연한 화장품 냄새
다시 돌아올 사람들과 / 다시 오지 못할 사람들이 / 나란히 앉아 발을 들까부르며 / 쇠꼬리에 붙는 파리나 보며 시시덕대던 시절
물기 많았던 / 그래서 더 깊이 패었던 시절을
鵲巢感想文
찜닭 / 鵲巢
기억하니 / 하늘 맑았던 시절 / 백 다방만 보다가 정면 돌파하던 시절
아직도 생각나니 / 찜닭은 젖었다며 고개 절래 저으며 / 밥상만 바라볼 때 / 어깨에 배인 갖은 양념 내 / 불어터진 감자와 한 풀 꺾은 버섯 / 까만 프라이팬에 껌딱지처럼 눌어붙은 마늘 / 졸였던 다진 생강 / 젖은 닭살 휘감던 주걱과 / 샘솟듯 칼칼한 국물이며 / 피어오르는 향긋한 냄새
수북이 쌓은 그릇과 / 씻고 닦아야 할 그릇이 / 흐뭇하게 바라보며 만연 잊고 콧노래 부르며 / 연기처럼 발 빠르게 움직였던 시절
마른 찜닭이라 / 그래서 더 아팠던 시절을
시인 송진권 선생의 시 ‘각인’을 나름대로 패러디한 글이다. 선생께서 별로 좋아하시지는 않겠지만, 독자로서 시의 풍미를 느껴본다. 시인은 나보다는 한 해 더 살았다. 고향이 옥천이라 고향 땅 흙내는 폭폭 맡으며 살았지 싶다. 소싯적에는 소달구지도 보며 자랐고 초등학교 다닐 때는 야트막한 야산도 매일 넘어야 했다.
시제가 ‘각인刻印’이다. 각인은 도장을 새기거나 다 파놓은 도장이다. 또 은유적 표현인 잊히지 않는 생각도 각인이다. 이때 ‘각刻’자는 새긴다는 뜻이 있다. 여기서는 아무래도 詩니까, 어떤 충격적이거나 잊을 수 없는 어떤 일을 승화해놓은 글에 더 가깝다고 본다.
그렇다고 보면 이 글은 매우 탐미적이며 관능미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내가 잘못 읽은 게 틀림없겠지만 말이다. 그냥 독자로서 무한한 상상만 한다.
그러면, 시인께서 쓰신 시어를 보자. 물기가 많거나 깊게 팬 자국, 달구지, 맨발, 지네뿔, 발굽, 치렁치렁, 칡꽃, 질컥한, 빗살무늬, 바퀴자국, 질경이꽃, 바큇살, 햇발 같은 시어를 볼 수 있는데 그냥 의도적으로 썼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다채롭다.
필자가 쓴, 찜닭은 좀 더 이해하고 싶어, 쓴 글에 지나지 않으니 너무 괘념치 말자. 참고로 시인께서 쓰신 시집 ‘자라는 돌’은 예전에 직접 사서 읽었음을 덧붙인다. 아! 참 시인의 시 감상에 행 가름하지 않고 죽 붙여 쓴 점에 송구하며 이에 양해 있으시길, 감사하다.
기억하니 / 물기 많았던 시절 / 그래서 더 깊이 패었던 시절 /
아직도 생각나니 / 달구지 타고 맨발 들까부르며 / 우리 거기에 갈 때 / 지네뿔에 발굽이 크던 소 / 양쪽 뿔에 치렁치렁 늘인 칡꽃 / 질컥한 길에 빗살무늬로 새겨지던 바큇자국 / 뒤따르던 질경이꽃 / 햇볕 사려감던 바큇살 / 어룽대며 곱던 햇발이며 / 연한 화장품 냄새
다시 돌아올 사람들과 / 다시 오지 못할 사람들이 / 나란히 앉아 발을 들까부르며 / 쇠꼬리에 붙는 파리나 보며 시시덕대던 시절
물기 많았던 / 그래서 더 깊이 패었던 시절을
鵲巢感想文
찜닭 / 鵲巢
기억하니 / 하늘 맑았던 시절 / 백 다방만 보다가 정면 돌파하던 시절
아직도 생각나니 / 찜닭은 젖었다며 고개 절래 저으며 / 밥상만 바라볼 때 / 어깨에 배인 갖은 양념 내 / 불어터진 감자와 한 풀 꺾은 버섯 / 까만 프라이팬에 껌딱지처럼 눌어붙은 마늘 / 졸였던 다진 생강 / 젖은 닭살 휘감던 주걱과 / 샘솟듯 칼칼한 국물이며 / 피어오르는 향긋한 냄새
수북이 쌓은 그릇과 / 씻고 닦아야 할 그릇이 / 흐뭇하게 바라보며 만연 잊고 콧노래 부르며 / 연기처럼 발 빠르게 움직였던 시절
마른 찜닭이라 / 그래서 더 아팠던 시절을
시인 송진권 선생의 시 ‘각인’을 나름대로 패러디한 글이다. 선생께서 별로 좋아하시지는 않겠지만, 독자로서 시의 풍미를 느껴본다. 시인은 나보다는 한 해 더 살았다. 고향이 옥천이라 고향 땅 흙내는 폭폭 맡으며 살았지 싶다. 소싯적에는 소달구지도 보며 자랐고 초등학교 다닐 때는 야트막한 야산도 매일 넘어야 했다.
시제가 ‘각인刻印’이다. 각인은 도장을 새기거나 다 파놓은 도장이다. 또 은유적 표현인 잊히지 않는 생각도 각인이다. 이때 ‘각刻’자는 새긴다는 뜻이 있다. 여기서는 아무래도 詩니까, 어떤 충격적이거나 잊을 수 없는 어떤 일을 승화해놓은 글에 더 가깝다고 본다.
그렇다고 보면 이 글은 매우 탐미적이며 관능미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내가 잘못 읽은 게 틀림없겠지만 말이다. 그냥 독자로서 무한한 상상만 한다.
그러면, 시인께서 쓰신 시어를 보자. 물기가 많거나 깊게 팬 자국, 달구지, 맨발, 지네뿔, 발굽, 치렁치렁, 칡꽃, 질컥한, 빗살무늬, 바퀴자국, 질경이꽃, 바큇살, 햇발 같은 시어를 볼 수 있는데 그냥 의도적으로 썼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다채롭다.
필자가 쓴, 찜닭은 좀 더 이해하고 싶어, 쓴 글에 지나지 않으니 너무 괘념치 말자. 참고로 시인께서 쓰신 시집 ‘자라는 돌’은 예전에 직접 사서 읽었음을 덧붙인다. 아! 참 시인의 시 감상에 행 가름하지 않고 죽 붙여 쓴 점에 송구하며 이에 양해 있으시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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