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골반 / 석미화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그녀의 골반 / 석미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41회 작성일 16-12-22 21:57

본문

그녀의 골반 / 석미화




    1
    나비 꿈을 꾸고 엄마는 날 낳았다 흰 꿈, 엄마는 치마폭에 날 쓸어 담았다 커다란 모시나비, 손끝에 잡혔다가 분가루 묻어나갔다 날개 끝에 고인 몇 점 물방울무늬, 방문 밖으로 날았다 돌담에 피는 씀바귀꽃 그늘을 옮겨다녔다 나비 날개엔 먼지가 끼지 않았다 한 꿈, 계단 입구에서 두 날개 맞잡고 오래 기도하고 있었다 환한 꿈, 나는 오래 전 그녀의 골반을 통과한 나비였다

    2
    초음파상 골반뼈는 하얀 나비 같았죠 그녀의 골반뼈에 종양이 생겼을 때 보았던 그 나비, 그러니까 그녀의 꺼먼 엉덩이살 안에 나비 날개가 굳어 있었던 거죠 나는 잘 벌어지지 않는 날개 사이로 미끄러져 나왔던 거죠 나도 작은 나비모양 엉덩이를 달고 나왔던 거죠 그러니까 그녀가 힘겹게 좌판에 쪼그리고 있었을 때, 날품팔이, 품앗이할 때 그녀 속의 나비가 조금씩 앓고 있었던 거죠 이 지상 마지막까지 날고 있을 나비, 그러니까 내 속을 빠져나간 어린 나비는 지금 내 앞에서 폴짝폴짝 날아오르고 있는데요


鵲巢感想文
    그녀의 골반도 나비 같고 나비처럼 가볍고 나비처럼 하늘 나는 삶을 그렸다. 이 시는 나비에 상징적 의미를 담은 삼 대가 그려진 인생을 이야기한다.

    시 1연을 보면 흰 꿈, 한 꿈, 환한 꿈으로 단계적 점진적 묘사로 한 인생을 그렸다. 흰 꿈은 하얀 꿈을 몹시 강조한 언어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와 같이 하얀 당나귀가 아니라 흰 당나귀라 했다. ‘흰’은 ‘하얀’보다는 강조적 언어다. 어떤 무게감(부담)에 의한 나를 낳은 것이 아니라 나비처럼 자유롭고 희망적인 꿈을 갖고 어머니는 나를 낳았다. 여기까지가 흰 꿈이다.

    한 꿈은 여기서 ‘한’은 몇 가지 뜻이 있겠다. 한스럽다 할 때의 그 한, 아주 ‘큰’이라는 의미가 있고, 바깥이라는 의미가 있다. 여기서 ‘한’은 복합적으로 읽힌다. 나비 날개엔 먼지가 끼지 않을 정도니 귀한 딸이었을 것 같다는 의미가 닿는다. 하지만, 돌담에 피는 씀바귀꽃이나 그늘을 옮겨 다닌 것은 대조적이다. 물방울(땡땡이)무늬와 분가루가 묻어나간 것은 모두 그 뒤 문장(나비 날개엔 먼지가 끼지 않았다)을 대변하는 어떤 이미지다.

    환한 꿈은 어떤 일이 발생한 것인지는 모르나 계단 입구에서 두 날개 맞잡고 오래 기도한 것을 보면, 모녀가 함께하는 어떤 고통으로 읽힌다. 모두 과거형이다. 예전에 있었던 일로 시 1연은 마감한다. 나는 오래전 그녀의 골반을 통과한 나비였기 때문이다.

    시 1연은 나비와 꿈을 생각하면 장자의 ‘나비의 꿈’이 언뜻 스쳐 지나간다. 그러니까 내가 꿈속에서 나비로 변한 것인지 나비가 꿈속에서 나로 변한 것인지 모호한 삶과 같은 것이다. 현실이 가상 같고 가상 같은 현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시 1연의 환한 꿈으로 승화한다. 그러니 세상 환하다. 여기서 환하다는 것은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다.

    다시 시간을 되돌리면 한 꿈은 그다음의 환한 꿈을 읽지 않는다면 넓고 환한 큰 뜻을 품은 나비 같은 꿈인데 뒤 문장 환한 꿈을 읽게 되면 역설적으로 이러한 모든 것이 한스럽기까지 하다.

    시 2연을 보면 1연보다는 묘사가 더 명확하다. 하얀 나비 같은 골반에 종양이 있었음을 확인한다. 어머니의 골반이지만, 이는 유전으로 나 또한 달고 나왔다. 하지만, 인생은 거칠고 험난하고 힘겨운 나날이었다. 시장바닥에 좌판을 펼쳐야 했고 날품팔이도 해야 했다. 품앗이로 생계를 이어나갈 때부터 이미 종양은 시작된 거라 믿는다. 아마, 땅에 발붙이고 사는 날까지는 나비를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마당에 내 몸에서 또 한 생명의 나비를 보며 나는 엄마가 되었고 엄마와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이겠다.

    이 시에서 아쉬운 것은 골반뼈다. 그냥 골반이라고 하면 되는 것을, 언어가 중복된다.

===================
    시 감상문이다. 해석이 아닌 해석이 되었지만, 글을 잘못 읽을 수도 있음인데 혹여나 시인께서 또 독자께서 읽으시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지적해 주세요.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1건 2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4 0 02-02
61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8 0 02-10
6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0 0 02-18
6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8 0 02-24
60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1 0 03-01
60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4 0 03-06
6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6 0 05-06
6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4 0 05-20
6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7 0 05-30
60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1 0 06-18
6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0 0 10-01
60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6 0 08-14
5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8 0 08-31
5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8 0 09-18
59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9 0 10-19
5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7 0 10-30
59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7 0 11-11
59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2 0 11-23
5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4 0 11-28
59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6 0 12-06
59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5 0 12-15
5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5 0 12-22
58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4 0 12-29
58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7 0 01-07
58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1 0 01-15
58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6 0 01-28
58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9-01
58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9-09
58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 09-14
58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 0 09-24
58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10-05
58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 03-14
57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0 05-06
57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 0 05-24
57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6-20
57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0 0 06-09
57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0 0 12-10
열람중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2 0 12-22
57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9 0 12-31
57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8 0 01-09
57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8 0 01-17
57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4 0 01-26
56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8 0 02-03
56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6 0 02-11
56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8 0 02-19
56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3 0 02-25
56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6 0 03-01
56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0 0 03-07
56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7 0 05-07
56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6 0 05-2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