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고 하였다 / 권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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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37회 작성일 16-12-24 00:43본문
모른다고 하였다 / 권지현
우루무치행 비행기가 연착되었다 / 북경 공항 로비에서 삼백삼십 명의 여행자들은 / 여섯 시간째 발이 묶인 채 삼삼오오 몰려다녔다 / 현지 여행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 여행가방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 떠들어대거나 서로 담배를 권했다 / 담배를 피워올리건 말건 / 나는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비행기는 언제 올지 오지 않을지 / 아무도 모른다고 하였다 / 연착한다는 안내표시등 한 줄 뜨지 않았다 / 사람들은 연신 줄담배를 피우고 / 나는 로비를 몇 바퀴나 돌고 / 하릴없이 아이스크림을 핥다가 / 마침내는 쪼그리고 앉아 지루하게 졸았다 / 항의하는 나를 마주한 공항 여직원 / 가슴께에 걸린 얼굴 사진이 흐릿하게 지워져 있어 / 내가 가야 할 길마저 희미해 보였다
비행기는 오지 않고 / 결리는 허리뼈를 아주 잊을 때까지 오지 않고 / 우루무치행 비행기는 언제 올지 / 아무도 모른다고 하였다
鵲巢感想文
이 詩를 읽으면 중국 철학 사상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글은 말을 다 나타낼 수 없고 말은 뜻을 다 나타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시는 시인이 처한 상황을 잘 묘사해 주고 있다. 북경 공항 로비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우루무치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내가 가야 할 목적지는 공항 여직원 가슴께에 걸린 흐릿한 얼굴 사진을 보듯 암담하다. 어쩌면 인생은 이 흐릿한 얼굴 사진 한 장 보듯 불안하고 두렵고 명확하지도 않은 마치 안개 밭을 걷는 길이겠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이와 같은 일이 종종 생긴다. 하지만, 주위는 이러한 일을 거들떠보기는커녕 마치 무관심 조다.
얼마 전에 사회면에 나온 뉴스였다. 어느 여대생이 실종된 지 8일 만에 시신이 수습되었다. 경찰은 실족사한 것으로 이 사건을 단정 지었다. 한 편은 대통령과 비선 실세로 온 국민이 촛불시위를 하지만, 한 편은 불경기에 못 견디다가 문을 닫는 카페가 있다.
군중의 힘에 내몰리기도 하며 군중의 무관심에 사라져가는 개인도 있다. 사회에 영향력이 있거나 지배적인 어떤 성취가 있다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해도 또 크게 영향을 받는 사회가 아니다. 사회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군중 속에 외로움은 더 한다.
우리는 어쩌면 시인의 목적지인 우루무치행 비행기를 기다리듯 이는 시인의 사정이듯 우리는 또 우루무치행과 같은 어떤 목적지로 가고자 무심코 기다리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스스로 도와야 한다.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는 이는 없다. 가장 절친한 친구가 있으면 다름 아닌 나며 가장 악한 친구가 있다면 그것은 나여야 한다. 세상은 我를 인식한 가운데 非我가 있다. 단재 선생의 말씀이 스쳐 지나간다. 역사는 我와 非我의 鬪爭이라 했다.
우루무치행 비행기가 연착되었다 / 북경 공항 로비에서 삼백삼십 명의 여행자들은 / 여섯 시간째 발이 묶인 채 삼삼오오 몰려다녔다 / 현지 여행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 여행가방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 떠들어대거나 서로 담배를 권했다 / 담배를 피워올리건 말건 / 나는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비행기는 언제 올지 오지 않을지 / 아무도 모른다고 하였다 / 연착한다는 안내표시등 한 줄 뜨지 않았다 / 사람들은 연신 줄담배를 피우고 / 나는 로비를 몇 바퀴나 돌고 / 하릴없이 아이스크림을 핥다가 / 마침내는 쪼그리고 앉아 지루하게 졸았다 / 항의하는 나를 마주한 공항 여직원 / 가슴께에 걸린 얼굴 사진이 흐릿하게 지워져 있어 / 내가 가야 할 길마저 희미해 보였다
비행기는 오지 않고 / 결리는 허리뼈를 아주 잊을 때까지 오지 않고 / 우루무치행 비행기는 언제 올지 / 아무도 모른다고 하였다
鵲巢感想文
이 詩를 읽으면 중국 철학 사상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글은 말을 다 나타낼 수 없고 말은 뜻을 다 나타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시는 시인이 처한 상황을 잘 묘사해 주고 있다. 북경 공항 로비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우루무치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내가 가야 할 목적지는 공항 여직원 가슴께에 걸린 흐릿한 얼굴 사진을 보듯 암담하다. 어쩌면 인생은 이 흐릿한 얼굴 사진 한 장 보듯 불안하고 두렵고 명확하지도 않은 마치 안개 밭을 걷는 길이겠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이와 같은 일이 종종 생긴다. 하지만, 주위는 이러한 일을 거들떠보기는커녕 마치 무관심 조다.
얼마 전에 사회면에 나온 뉴스였다. 어느 여대생이 실종된 지 8일 만에 시신이 수습되었다. 경찰은 실족사한 것으로 이 사건을 단정 지었다. 한 편은 대통령과 비선 실세로 온 국민이 촛불시위를 하지만, 한 편은 불경기에 못 견디다가 문을 닫는 카페가 있다.
군중의 힘에 내몰리기도 하며 군중의 무관심에 사라져가는 개인도 있다. 사회에 영향력이 있거나 지배적인 어떤 성취가 있다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해도 또 크게 영향을 받는 사회가 아니다. 사회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군중 속에 외로움은 더 한다.
우리는 어쩌면 시인의 목적지인 우루무치행 비행기를 기다리듯 이는 시인의 사정이듯 우리는 또 우루무치행과 같은 어떤 목적지로 가고자 무심코 기다리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스스로 도와야 한다.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는 이는 없다. 가장 절친한 친구가 있으면 다름 아닌 나며 가장 악한 친구가 있다면 그것은 나여야 한다. 세상은 我를 인식한 가운데 非我가 있다. 단재 선생의 말씀이 스쳐 지나간다. 역사는 我와 非我의 鬪爭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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