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바깥 / 서안나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연꽃의 바깥 / 서안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80회 작성일 16-12-26 22:54

본문

연꽃의 바깥 / 서안나





    당신은 모든 사랑의 질문이다

    나는 입도 없이 고요하다 긴 머리카락 풀고 미끄러운 물의 경전을 읽는다 내가 늙어 가는 소리 들린다 당신을 지우는 건 마음의 오래된 치유의 기술

    침묵은 비천한 사랑에도 향기를 돌게 하여 정인(情人)의 눈빛은 흐릿하고 향기롭다 비서(秘書)를 펼쳐 낡은 주술을 외운다 어둠으로 어둠을 뚫을 것이다

    당신은 나의 왼뺨에서 오른뺨으로 건너간다 나는 진흙 손가락으로 당신의 등을 어루만진다 천 개의 발로도 떠날 수 없는 첫 마음은 뿌리에 왜 웅크려 있는지 당신을 생각하면 물결 속에서 아스피린 냄새가 난다

    나는 긴 머리카락 풀어 비탄의 곡조로 흔들릴 것이다 꽃잎을 여는 건 연꽃의 바깥을 캄캄하게 읽는 일

    죽은 발톱처럼 그대를 떠도는 일


鵲巢感想文
    좋은 시는 하나의 경전과도 같다. 우리는 그 사람의 비밀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꽃을 알고 싶은 것이다. 더 나가 꽃의 질문을 보았다면 꽃으로 환생할 수 있는 꽃씨를 얻은 셈이다.
    꽃은 쉽게 피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과 거름이 필요하다. 밭을 갈고 씨앗을 뿌려야 하므로 나는 늙어간다. 이것은 곧 나의 마음을 치유하는 오래된 기술이다.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침묵은 필수다. 수많은 별빛에 둘러싸인 꽃은 한 모금의 이슬을 채집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별빛이 내 안에 머금을 때 어둠은 스스로 물러나 꽃은 꽃씨를 생산할 것이다.
    내가 꽃으로 환생하였다면, 나는 또 하나의 질문이 된다. 당신은 나의 겉옷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벗겨나갈 것이다. 중요한 부위는 반듯한 자로 아프지 않게 그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노화에 따른 혈관 수축으로 두통은 따르겠지만, 당신도 모르는 꽃은 뿌리가 곧게 뻗겠다.
    나는 드디어 긴 사연을 풀어 몹시 슬프지만 아름다운 곡조로 문을 열겠다. 그 어떤 것도 타협이 아닌 정의롭고 탄탄한 한줄기 빛처럼 꽃잎은 피겠다.
    꽃처럼 그대의 가슴에 오래 피었으면 싶다. 꽃은 시다.


    역사는 아득한 현실이다 200만 화소의 촛불시위로 출구 없는 희망을 품는다 나는 자꾸 가볍기만 하다 봉황을 그리는 건 한낱 정처 없는 안개 밭 걷는 길
    팽팽한 붓끝의 행보에 묵향은 오른다
    우직하게 뜬 눈과 정갈한 뿔을 누르고 고랑을 매던 구름이 지나간다 밭을 갈아엎는 쪽에서 밭을 지키는 쪽으로 견제의 꽃을 꺾어 쟁기의 균형을 이룰 것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지나간 갈퀴 자국에 목련 꽃향기가 난다 참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 멍에가 한결 가벼울 것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1건 7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6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8 0 11-17
3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3 0 11-24
3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0 0 12-01
3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7 0 12-10
3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0 0 12-17
3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0 0 12-25
3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1 0 01-01
35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5 0 01-10
3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1 0 01-18
3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9-03
3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9-11
3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9-17
3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9-27
3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10-12
34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4-13
3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5-12
3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0 06-03
3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6 0 06-13
3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1 0 12-15
34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3 0 12-26
3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3 0 01-03
34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7 0 01-12
3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0 0 01-20
33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3 0 01-28
3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5 0 02-05
3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5 0 02-13
3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3 0 02-21
3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5 0 02-26
3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4 0 03-02
3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4 0 03-11
3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0 0 05-12
3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7 0 05-24
3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1 0 06-05
3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3 0 06-27
3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8 0 08-09
3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5 0 08-18
3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6 0 09-08
3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4 0 10-03
3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1 0 10-25
3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8 0 11-02
3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3 0 11-18
3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2 0 11-25
3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7 0 12-01
3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0 0 12-11
3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2 0 12-18
3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0 0 12-25
3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4 0 01-02
3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3 0 01-11
3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6 0 01-19
3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0 07-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