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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의 바깥 / 서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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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79회 작성일 16-12-26 22:54

본문

연꽃의 바깥 / 서안나





    당신은 모든 사랑의 질문이다

    나는 입도 없이 고요하다 긴 머리카락 풀고 미끄러운 물의 경전을 읽는다 내가 늙어 가는 소리 들린다 당신을 지우는 건 마음의 오래된 치유의 기술

    침묵은 비천한 사랑에도 향기를 돌게 하여 정인(情人)의 눈빛은 흐릿하고 향기롭다 비서(秘書)를 펼쳐 낡은 주술을 외운다 어둠으로 어둠을 뚫을 것이다

    당신은 나의 왼뺨에서 오른뺨으로 건너간다 나는 진흙 손가락으로 당신의 등을 어루만진다 천 개의 발로도 떠날 수 없는 첫 마음은 뿌리에 왜 웅크려 있는지 당신을 생각하면 물결 속에서 아스피린 냄새가 난다

    나는 긴 머리카락 풀어 비탄의 곡조로 흔들릴 것이다 꽃잎을 여는 건 연꽃의 바깥을 캄캄하게 읽는 일

    죽은 발톱처럼 그대를 떠도는 일


鵲巢感想文
    좋은 시는 하나의 경전과도 같다. 우리는 그 사람의 비밀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꽃을 알고 싶은 것이다. 더 나가 꽃의 질문을 보았다면 꽃으로 환생할 수 있는 꽃씨를 얻은 셈이다.
    꽃은 쉽게 피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과 거름이 필요하다. 밭을 갈고 씨앗을 뿌려야 하므로 나는 늙어간다. 이것은 곧 나의 마음을 치유하는 오래된 기술이다.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침묵은 필수다. 수많은 별빛에 둘러싸인 꽃은 한 모금의 이슬을 채집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별빛이 내 안에 머금을 때 어둠은 스스로 물러나 꽃은 꽃씨를 생산할 것이다.
    내가 꽃으로 환생하였다면, 나는 또 하나의 질문이 된다. 당신은 나의 겉옷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벗겨나갈 것이다. 중요한 부위는 반듯한 자로 아프지 않게 그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노화에 따른 혈관 수축으로 두통은 따르겠지만, 당신도 모르는 꽃은 뿌리가 곧게 뻗겠다.
    나는 드디어 긴 사연을 풀어 몹시 슬프지만 아름다운 곡조로 문을 열겠다. 그 어떤 것도 타협이 아닌 정의롭고 탄탄한 한줄기 빛처럼 꽃잎은 피겠다.
    꽃처럼 그대의 가슴에 오래 피었으면 싶다. 꽃은 시다.


    역사는 아득한 현실이다 200만 화소의 촛불시위로 출구 없는 희망을 품는다 나는 자꾸 가볍기만 하다 봉황을 그리는 건 한낱 정처 없는 안개 밭 걷는 길
    팽팽한 붓끝의 행보에 묵향은 오른다
    우직하게 뜬 눈과 정갈한 뿔을 누르고 고랑을 매던 구름이 지나간다 밭을 갈아엎는 쪽에서 밭을 지키는 쪽으로 견제의 꽃을 꺾어 쟁기의 균형을 이룰 것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지나간 갈퀴 자국에 목련 꽃향기가 난다 참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 멍에가 한결 가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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