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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의 마적단 / 박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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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47회 작성일 16-12-2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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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의 마적단 / 박 강




 

    오오, 돌진하자꾸나, 우리에겐 방패도 투석도 없어, 국경을 무너뜨리라는데, 무한한 전리품을 획득하라는데, 전사여, 달려보자꾸나, 상사의 심부름으로 무기처럼 커피를 들고

    제발 가르쳐 주세요, 적진은 어디에 있습니까, 보이지 않는 손이 정말 시장을 지배합니까, 발 닳도록 커피 나르며, 책상 밑 유령 같은 손으로 토익 책을 훔쳐보며, 세계는 넓고 할일은 없습니까, 사막에 플랜트를 세우겠습니다, 제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뽑아만 주신다면

    사무실 곳곳에 왈칵 쏟겠습니다, 저의 패기를, 열정을, 오오, 뜨거운 커피를, 상사의, 우우, 바지가 젖었습니다, 이제 집에서 눈물 젖은 사전을 베고 잠들어야 하나요

    이불 뒤집어쓰고 사막을 펌프질 하는 꿈, 탁 탁 타 타 탁, 원자잿값 상승에 맞춰 내 몸값 올릴 때까지, 이제 난 웅크린 자세로 화석이 되렵니다, 내 성기에서 석유가 뿜어져 나올 때까지,


鵲巢感想文
    시제 이불 속의 마적단은 모두 제유적 표현이다. 이불은 잠을 잘 때 몸을 덮는 침구의 하나다. 마적단은 말을 타고 떼 지어 다니는 도적을 말한다. 마적이 아니라 마적단이다. 복수다. 이불처럼 따뜻한 어떤 그 무엇에 마적단과 같은 어떤 행위가 이 시를 쓰게 된 동기다.

    오오, 돌진하자꾸나, 영탄법으로 쓴 문장이다. 화자의 감정을 강조하기 위해 감탄사나 감탄형 어미를 활용하여 표현한다. 사람 이름을 직접 호명하며 주의를 불러일으키는 돈호법(야야! 밥 먹자?)과는 다르다. 시의 첫 문장에서 벌써 관심이 확 끌리게끔 한다. 시 1연의 전체적인 내용은 전사의 마음처럼 커피 한 잔과 더불어 우리가 넘보지 못할 어떤 경계를 넘어서 보자는 얘기다. 시의 발단이다.

    하지만, 상상의 나래는 영역도 없고 경계도 없다. 특별한 경계가 없으니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도 안 된다. 애덤 스미스가 말했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는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이 자본주의 시장에 하나의 부속품과 같은 우리는 일개 개인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사상, 극에 달하는 실업률과 맞서야 하며 시장과 사회를 헤쳐 나가야 한다. 시의 전개다.

    화자의 이상과 목표는 사무실에서도 표출하고 만다. 패기와 열정을 뜨거운 커피를 쏟으면서도,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꿈은 등단일 수도 있으며 에곤 실레의 자화상처럼 볼펜을 곧추세우는 것과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이불을 덮어쓰고 메마른 감정(사막*)을 펌프질하는 꿈은 최소 마중물은 있어야겠다. 그러니까 두레박과 같은 시집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원자잿값 상승은 책 한 권 사다 보는 것도 부담이다. 시인은 글 쓰는 행위를 자위행위로 쓰기도 한다. 글 쓰는 행위야말로 자기 위안이며 자기치료이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성기는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완전히 까발리는 작업이야말로 시인으로서 온전히 설 수 있음을 내심 강조하는 단어다. 석유라는 시어도 보자. 원유는 그 자체가 까마니까 색감으로 감상하는 게 좋겠다. 글은 까마니까! 여기서 미당이 쓴 화사花蛇*와는 의미가 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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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필자의 책 ‘구두는 장미’ 159p 사막이라는 시어만 생각해도 송재학 시인의 ‘모래장’이 떠오른다. 지면상 옮겨놓지는 못하겠다. 좋은 시다.
    *미당 시전집 35p 참조
      “石油 먹은 듯......石油 먹은 듯......가쁜 숨결이야” 여기서는 재질로 보아야 한다. ‘미끄럽다, 부드럽다’는 뜻을 석유로 은유한 것이다.
    미당은 우리 민족에 크나큰 오점을 남겼지만, 시는 큰 발자취를 남긴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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