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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자신의 극極을 모르듯이 / 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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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70회 작성일 16-12-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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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자신의 극極을 모르듯이 / 이혜미





    너를 안으니 상한 꽃 냄새가 난다 손톱이 파고든 자리마다 무르게 갈변하는 초승달들, 희게 진물 토해내는 상한 눈빛들

    내 오래된 침대 위에 고인 흉한 냄새들이여 너에게 입 맞추는 동안 검은 잇몸들이 줄지어 늘어선다 사람의 반대편에서 괴사한 공중이 온통 얼룩져 내리고

    손가락을 버리고 빈 곳을 움켜잡고서야 만개滿開를 짐작한다 나무들이 자신이 가진 초록을 모르듯 버려진 잎사귀들 잘린 혀로 꿈틀대다 자신의 색을 잊어가듯

    죽은 성기들을 밟고 흰 계절이 온다 너의 입술이 열려 이 밤 가득 썩은 목련들로 낭자해질 때 갓 태어난 시체 위로 내려앉는 눈송이가 자신의 온도를 모르듯이

    순간들 사이에 거처를 마련하고 사라지는 방들을 내어주면 상한 달무리들 일제히 쏟아져 들어와 도사리는 저 검고 깊은 아가리 속



鵲巢感想文
    문학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이다. 시는 문학의 한 종류로 시인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목련은 이른 봄에 하얗게 피는 꽃나무다. 향기가 매우 좋고 잎은 넓고 타원형으로 달걀모양을 한다. 시제에 극(極)이라는 시어가 있지만, 극성을 잘 표현한 글은 좋은 시다.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종이와 볼펜, 달과 해, 하늘과 땅 등, 물론 확연히 드러나는 표현도 있지만, 문맥상 극을 따져보는 것도 좋겠다. 주체와 객체로 말이다.

    여기서 목련은 씨(氏=詩)를 은유한 표현이다. 극(極)은 어떤 정도가 더할 수 없을 만큼 막다른 지경이다. 한계점이다. 나는 어쩌면, 상한 꽃 냄새를 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목련(시)은 아주 잘 피운 꽃(시)이다. 나는 오늘도 주체할 수 없는 본능에 하얀 목련과도 같은 모니터로 와 앉았다.

    나는 너와 침대 위에서도 교감하였고 너와 입 맞추는 동안은 너의 검은 그림자를 빠끔히 들여다보기까지 했다. 너를 읽을 때마다 사람의 반대편에 온전히 잡히지 않은 심적 묘사만 얼룩져 내렸다.
    내가 판단한 이치를 버리고 나서야 만개한 꽃처럼 윤곽이 보였다. 네가 이루었던 모든 문장(경력, 경험, 과정)을 완벽하게 읽지 못하다가 나 자신을 잃어가듯
    네가 이룩한 형세(聲技, 星氣, 盛氣)를 읽고서야 표현의 기술을 얻을 수 있었다. “너의 입술이 열려 이 밤 가득 썩은 목련들로 낭자해질 때 갓 태어난 시체 위로 내려앉는 눈송이”라는 말은 생명(詩)의 탄생이지만, 탄생은 곧 죽은 거나 다름없다. 정보의 혁명은 차별을 두지 않는다. 모두 공평하고 거래비용은 제로가 된다. 솔직히 이 글도 생산과 동시에 죽은 거나 다름없다. 시마을에 공개하였으니까 말이다. 단지 생산의 능력과 이 능력을 바탕으로 얼마만큼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느냐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사회인식과 존재성뿐이다.
    자신의 온도를 모른다는 말은 시는 변온동물인 것만 분명한 것 같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포유류와는 구별된다. 다족류나 변온동물쯤으로 보면 좋겠다. 물론 이러한 시어를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말은 근 70% 이상이 한자어다. 한글로 표기한 시도 가끔은 한자표기에 따라 그 내용이 다른데 시인은 고의로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조연호 시인은 한자를 많이 사용하는 시인이다. 이 시에서도 순간들 사이에 거처를 마련했다는 말에서 순간은 무엇을 뜻하는지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아주 짧은 시간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간행물을 이야기하는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문맥을 통해 안개 밭을 더듬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시를 어떻게 감상하느냐에 따라 글의 내용은 달라지기도 하지만, 관능적인 표현을 아끼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손톱*(~지指 or 分身)과 무르게 갈변하는 초승달,
    희게 진물 토해 내는 상한 눈빛들, 침대 위에 고인 흉한 냄새들과 검은 잇몸(보통 눈썹이라는 표현도 많이 쓰기도 한다.)
    만개滿開(어떤 시인은 활짝 핀 벚꽃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와 저 검고 깊은 아가리 속은 아마도 검은 잇몸을 생각게 하는데 극성을 잘 나타낸 문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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