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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부재(不在) / 추프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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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40회 작성일 17-01-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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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부재(不在) / 추프랑카





    안 오던 비가 뜰층계에도 온다 그녀가 마늘을 깐다 여섯 쪽 마늘에 가랑비

    육손이 그녀가 손가락 다섯 개에 오리발가락 하나를 까면 다섯 쪽 마늘은 쓰리고, 오그라져 붙은 마늘 한 쪽에 맺히는 빗방울, 오리발가락 다섯 개에 손가락 하나를 까면 바람비는 뜰층계에 양서류처럼 뛰어내리고, 타일과 타일 사이 당신 낯빛 닮은 바랜 시멘트, 그녀가 한사코 층계에 앉아 발끝을 오므리고 마늘을 깐다

    매운 하늘을 휘젓는 비의 꼬리

    마늘을 깐다 한 줌의 깊이에 씨를 묻고, 알뿌리 키우던 마늘밭에서 흙 탈탈 털어낸, 당신 없는 뜰층계에서 통증의 꼬리 하나씩 눈을 뜨며 낱낱이 톨 쪼개고 나와야 할 마늘쪽들, 층계 갈라진 틈 틈으로 촘촘하게 내리는 비, 집어넣는 비, 비의 꼬리도 꿰맬 듯 웅크려 앉아 그녀가 마늘을 깐다. 묵은 마늘껍질처럼 벗겨져, 하얗게, 날아가 버리는 맨종아리의 육남매 비안에 스며 있는 그늘의 표정으로 여섯 해, 꿈속 수면에 번지던 당신 뜰층계에 불쑥 붐비는 당신의 이름, 아멘 아멘 아멘 마늘은 여섯 쪽이고 육손이 그녀 뒤뚱거리며, 오리발가락 여섯 개에 손가락 여섯 개를 깐다

    세 시에 한번 멎었다가 생각난 듯 쿵, 쿵 아멘을 들이받으며 아직 다 닳지 않은 비가, 다시 여러 가닥으로 쪼개진다


鵲巢感想文
    매일신문 16년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아침 신문에 발표하였기에 읽었다. 읽으며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신춘문예에 응모한 사람이 부지기수며 이들 중에는 필력도 상당한 사람이 많을 거로 생각한다. 선에 드는 것은 정말 운도 따라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작가의 필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비해 특별한 경험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감정은 풍부하고 이는 삭고 삭아 진득한 엑기스와 같은 시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위 시는 한 어머니가 마늘을 까면서 자식에 대한 어떤 그리움을 표현한 시다. 비유법이 맵고 아린 마늘에 한 것을 보면 부모의 마음이 어떠할 거라는 것은 읽는 첫맛에 마음 쓰리게 닿는다. 시제가 부재(不在)다. 무엇이 비어 있는 상태다. 여기서는 살피지 않는 효를 부각하기도 한다.

    첫 문장을 보면 뜰층계와 마늘이란 시어가 나온다. 뜰층계란 마루로 올라가기 전에 밟는 층계로 어떤 안전과 위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불안과 불완전성을 내포한다. 불안과 불완전성을 떨쳐버렸다면 마루의 세계다. 마늘은 우리 고유의 식자재로 색감이나 성질은 이 시를 읽는데 중점이자 요점이다.

    마늘도 여섯 쪽이고 자식도 여섯이다. 육손이 그녀가 손가락 다섯 개에 오리발가락 하나를 까면 다섯 쪽 마늘은 쓰리다고 했다. 오리발가락을 내놓기야 했겠는가마는 한 자식이 애가 타 보아주기라도 하면 다섯도 부모 속 아린 것은 마찬가지다. 부모 마음은 빗방울 뚝뚝 떨어지듯 그렇게 눈물로 맺는다. 그렇다고 다섯을 봐주기라도 하면 하나는 때굴때굴 뒹구는 일까지 일어나니 부모 마음은 마루에 오를 일 없겠다. 그러니까 뜰층계며 마늘을 깐다. 여기서 문장이 좀 이상하다. 타일과 타일 사이 당신 낯빛 닮은 바랜 시멘트라 했는데 오히려 읽는 운에 맞춘다면 낯빛 닮은 빛바랜 시멘트라 하는 것이 더 좋을 뻔했다. 시멘트처럼 완고한 마음도 빛을 읽고 만다는 뜻이겠다.

    시 4연은 시의 발단과 전개다. 자식을 키우는 과정과 어떤 역경을 그린다. 한 줌의 깊이에 씨를 묻고 마늘도 땅에 묻고 흙 탈탈 털며 수확하며 마늘을 깐다지만, 자식도 마찬가지다. 당신 없이 늘 불안과 불완전한 삶의 역경을 통해 키운 자식이다. 그렇게 자식은 묵은 껍질처럼(가볍게) 하나둘씩 떠났다. 늘 어머니 마음은 그늘처럼 자식 걱정에, 그렇게 기도하며 보내는 나날도 여섯 해 여섯 쪽 마늘을 깐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 그렇게 마늘 깐다.

    가랑비가 뜰층계에 내리고 어머니는 기도하듯 자식 잘되라지만, 자식은 오리발가락 까듯 그렇게 가랑비만 내렸다. 부모 마음은 안중에 없는 듯 그렇게 비만 내렸다. 여섯 쪽 마늘 쪼갠다.

    이 시를 읽다가 생각나 적는다. 예전이었다. 대학가 어느 고가 건물이 있었다. 어떤 사유로 이 건물이 팔렸다. 건물주는 이 건물 안에 산 것도 아니고 옥상에 어떤 가건물에 살았다. 건물 시가가 15억쯤 되었다. 자식은 모두 고등교육을 받아 외국에 나가 일하는 아들도 있으며 대학교수인 딸도 있었다. 이 시처럼 육 손이었다. 건물이 팔리자 자식 간의 싸움이 일었다. 재산분쟁이었다. 그 뒤로 부모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참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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