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화법 / 고은강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물고기 화법 / 고은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94회 작성일 17-01-03 15:59

본문

물고기 화법 / 고은강






    예컨대 내 입술이
    찢어진 지느러미 같다는 생각

    채광을 자주 바꾸었다 채광이 한 번 바뀔 때마다 시선이 조금 틀어졌다 틀어진 시선에서 가장 잘 굴절하는 남자와 놀았다 남자가 한 번 바뀔 때마다 색이 바뀌었다 색이 바뀔 때마다 그 색에 가장 잘 번지는 남자와 놀았다 캄캄하도록 놀았다 캄캄하면 모든 색은 다 비릿하다 비릿함에 내성을 흐느적거리며 놀았다 한번 흐느적거릴 때마다 조류가 뒤바뀌었다 조류가 한 번 뒤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비위 때문에 생존을 장악하는 슬픔 속에서 아래턱을 덜덜 떨며 놀았다 차가운 햇살 속에서 공명하는 이질감을 데리고 놀았다 점점 팽팽해지는 그늘의 부력으로 뻐끔뻐끔 내가 떠올랐다


鵲巢感想文
    이 시는 2015년 올해의 좋은 시로 선정된 시다. 웹진 시인광장에서 선정했다. 시제가 물고기 화법이다. 물고기 처지에서 이야기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내 입술이 찢어진 지느러미 같다는 생각은 그만큼 나불거렸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라! 찢어진 지느러미가 물속을 헤쳐 간다면 나불거리는 것도 그렇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방향대로 갈 수 없다는 말이겠다. 물론 시는 주관적 입장에서 쓰는 것이지만, 이 시는 모든 시인에게 또 이 사회의 모든 개개인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며 그것을 바르게 뉘우칠 수 있는 따끔한 바늘과 같은 역할을 한다.

    채광(彩光)은 채광(採光)이 아니다. 여기서는 아름다운 무늬나 색깔 다시 말하면 다채로운 문화나 형식, 어떤 틀로 보는 것이 맞다. 이러한 형식이 바뀔 때마다 화자는 시선이 조금 틀어졌다. 여기서 화자는 우리를 대표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우리의 문화를 말한다. 어떤 형식이 바뀔 때마다 잘 굴절하는 남자와 놀았다. 잘 굴절하는 남자란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겠다. 이러한 틀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 나오면 색(형식과 문화, 틀)은 바뀌고 색이 바뀌면 또 그에 잘 적응하는 부류의 사람과 어울려 놀았다.

    캄캄하면 모든 색은 다 비릿하다 비릿함에 내성을 흐느적거리며 놀았다는 것은 그렇게 적응하며 놀수록 화자는 고민을 하면서도 적응해나갔다는 말이다. 경제도 10년이면 장기다. 요즘 같은 변화의 시대는 10년은 아주 장기며 1년도 장기가 되었다.

    세계일보 17년 01월 03일자 내용이다. 하루 3,000명이 자영업자의 길을 선택했고 하루 2,000명이 폐업 신고를 했다. 이는 16년 한 해 마무리한 자료를 세무서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변화에 잘 적응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사실이다. 가게 운영은 단지 점포를 개점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다. 항상 현재 시점에서 고객의 동향을 살펴야한다. 기존의 것을 완벽히 소화한 상태에서 새로운 메뉴의 개발과 홍보 그리고 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철저히 수행하여야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음이다. 어쩌면 이 시에서 말한 ‘생존을 장악하는 슬픔 속에서 아래턱을 덜덜 떨며 놀았다’는 표현과 같이, 한 업계에서 생존이란 아래턱을 덜덜 떨며 놀아도 모자랄 판이다.
    자영업자의 세계는 24시간이 아니라 25시간의 몰입과 몰입과정에 일어나는 일련의 정신적 활동은 모두 생존과 연계되어야 한다. 마치 아프리카 사바나 공원, 허허벌판에 가젤 한 마리 툭 던져놓은 것 모양으로 말이다. 보이지 않는 턱은 보이지 않는 턱과의 경쟁도 무시 못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가젤의 생존은 장담 못 한다.

    가젤이, 가젤이 아니듯 마치 고양이도 아닌 것이 사자도 아닌 것 모양으로 산다는 것은 이질감을 극복하며 진정 내 것을 찾을 때까지는 그 무리와 비릿함을 꺾어 올라 놀아야 한다. 생존 전선에서의 아주 탄력적인 숨 졸임이 있고 나서야 그 부력으로 뻐끔뻐끔 나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 문명 태초에 돌도끼를 만들며 살았던 종족도 돌을 갈고 닦아 어깨에 울러 맨 신석기 사람도 청동 거울과 청동 검이 휩쓸고 지나면 이에 적응해 나갔다.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정복세계에 나갔다. 철기와 기마민족의 하강, 건조지대가 본거지였던 스키타이, 동방의 흉노를 거쳐 몽골 부여 고구려는 신예 무기와 말을 타고 한반도 거쳐 기타큐슈까지 진출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닦는 자는 흥한다는 말도 있다. 돌궐제국을 부흥시킨 당대의 명장 돈유쿠크 비문에 새긴 글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running by doing, 뛰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다가도 뛰어야 하는 즉시 실행만이 생존한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8건 72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0 0 01-20
6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0 0 01-20
616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5 0 01-20
6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4 0 01-19
614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5 0 01-19
6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2 0 01-19
6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6 0 01-18
61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8 0 01-17
61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9 0 01-17
6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5 0 01-17
6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 0 01-16
6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4 0 01-16
60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4 0 01-16
605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3 0 01-15
6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7 0 01-15
6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0 0 01-15
60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0 0 01-14
60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0 0 01-14
60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9 0 01-14
5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3 0 01-14
5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3 0 01-13
597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4 0 01-13
5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0 0 01-13
59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5 0 01-12
594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7 0 01-12
59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3 0 01-12
59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7 0 01-12
59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5 0 01-11
5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8 0 01-11
58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8 0 01-10
58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7 0 01-10
58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3 0 01-10
58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8 0 01-09
58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6 0 01-08
5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8 0 01-08
58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2 0 01-08
58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2 0 01-07
58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7 0 01-06
580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1 0 01-06
57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3 0 01-06
57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5 0 01-06
57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9 0 01-05
57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3 0 01-05
57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1 0 01-04
5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2 0 01-04
57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2 0 01-04
열람중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5 0 01-03
57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2 0 01-03
57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9 0 01-02
5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8 0 01-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