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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화법 / 고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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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93회 작성일 17-01-0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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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화법 / 고은강






    예컨대 내 입술이
    찢어진 지느러미 같다는 생각

    채광을 자주 바꾸었다 채광이 한 번 바뀔 때마다 시선이 조금 틀어졌다 틀어진 시선에서 가장 잘 굴절하는 남자와 놀았다 남자가 한 번 바뀔 때마다 색이 바뀌었다 색이 바뀔 때마다 그 색에 가장 잘 번지는 남자와 놀았다 캄캄하도록 놀았다 캄캄하면 모든 색은 다 비릿하다 비릿함에 내성을 흐느적거리며 놀았다 한번 흐느적거릴 때마다 조류가 뒤바뀌었다 조류가 한 번 뒤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비위 때문에 생존을 장악하는 슬픔 속에서 아래턱을 덜덜 떨며 놀았다 차가운 햇살 속에서 공명하는 이질감을 데리고 놀았다 점점 팽팽해지는 그늘의 부력으로 뻐끔뻐끔 내가 떠올랐다


鵲巢感想文
    이 시는 2015년 올해의 좋은 시로 선정된 시다. 웹진 시인광장에서 선정했다. 시제가 물고기 화법이다. 물고기 처지에서 이야기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내 입술이 찢어진 지느러미 같다는 생각은 그만큼 나불거렸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라! 찢어진 지느러미가 물속을 헤쳐 간다면 나불거리는 것도 그렇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방향대로 갈 수 없다는 말이겠다. 물론 시는 주관적 입장에서 쓰는 것이지만, 이 시는 모든 시인에게 또 이 사회의 모든 개개인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며 그것을 바르게 뉘우칠 수 있는 따끔한 바늘과 같은 역할을 한다.

    채광(彩光)은 채광(採光)이 아니다. 여기서는 아름다운 무늬나 색깔 다시 말하면 다채로운 문화나 형식, 어떤 틀로 보는 것이 맞다. 이러한 형식이 바뀔 때마다 화자는 시선이 조금 틀어졌다. 여기서 화자는 우리를 대표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우리의 문화를 말한다. 어떤 형식이 바뀔 때마다 잘 굴절하는 남자와 놀았다. 잘 굴절하는 남자란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겠다. 이러한 틀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 나오면 색(형식과 문화, 틀)은 바뀌고 색이 바뀌면 또 그에 잘 적응하는 부류의 사람과 어울려 놀았다.

    캄캄하면 모든 색은 다 비릿하다 비릿함에 내성을 흐느적거리며 놀았다는 것은 그렇게 적응하며 놀수록 화자는 고민을 하면서도 적응해나갔다는 말이다. 경제도 10년이면 장기다. 요즘 같은 변화의 시대는 10년은 아주 장기며 1년도 장기가 되었다.

    세계일보 17년 01월 03일자 내용이다. 하루 3,000명이 자영업자의 길을 선택했고 하루 2,000명이 폐업 신고를 했다. 이는 16년 한 해 마무리한 자료를 세무서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변화에 잘 적응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사실이다. 가게 운영은 단지 점포를 개점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다. 항상 현재 시점에서 고객의 동향을 살펴야한다. 기존의 것을 완벽히 소화한 상태에서 새로운 메뉴의 개발과 홍보 그리고 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철저히 수행하여야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음이다. 어쩌면 이 시에서 말한 ‘생존을 장악하는 슬픔 속에서 아래턱을 덜덜 떨며 놀았다’는 표현과 같이, 한 업계에서 생존이란 아래턱을 덜덜 떨며 놀아도 모자랄 판이다.
    자영업자의 세계는 24시간이 아니라 25시간의 몰입과 몰입과정에 일어나는 일련의 정신적 활동은 모두 생존과 연계되어야 한다. 마치 아프리카 사바나 공원, 허허벌판에 가젤 한 마리 툭 던져놓은 것 모양으로 말이다. 보이지 않는 턱은 보이지 않는 턱과의 경쟁도 무시 못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가젤의 생존은 장담 못 한다.

    가젤이, 가젤이 아니듯 마치 고양이도 아닌 것이 사자도 아닌 것 모양으로 산다는 것은 이질감을 극복하며 진정 내 것을 찾을 때까지는 그 무리와 비릿함을 꺾어 올라 놀아야 한다. 생존 전선에서의 아주 탄력적인 숨 졸임이 있고 나서야 그 부력으로 뻐끔뻐끔 나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 문명 태초에 돌도끼를 만들며 살았던 종족도 돌을 갈고 닦아 어깨에 울러 맨 신석기 사람도 청동 거울과 청동 검이 휩쓸고 지나면 이에 적응해 나갔다.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정복세계에 나갔다. 철기와 기마민족의 하강, 건조지대가 본거지였던 스키타이, 동방의 흉노를 거쳐 몽골 부여 고구려는 신예 무기와 말을 타고 한반도 거쳐 기타큐슈까지 진출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닦는 자는 흥한다는 말도 있다. 돌궐제국을 부흥시킨 당대의 명장 돈유쿠크 비문에 새긴 글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running by doing, 뛰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다가도 뛰어야 하는 즉시 실행만이 생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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