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율법 / 윤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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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12회 작성일 17-01-05 00:04본문
구름의 율법 / 윤의섭
파헤쳐 보면 슬픔이 근원이다 / 주어진 자유는 오직 부유浮遊 / 지상으로도 대기권 너머로도 이탈하지 못하는 궤도를 질주하다 / 끝없는 변신으로 지친 몸에 달콤한 휴식의 기억은 없다 / 석양의 붉은 해안을 거닐 때면 저주의 혈통에 대해 생각해 본다 / 언제 가라앉지 않는 생을 달라고 구걸한 적 있던가 / 산마루에 핀 꽃향기와 / 계곡을 가로지를 산새의 지저귐으로 때로 물들지만 / 비릿한 물내음 뒤틀린 천둥소리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 다만 묵묵히 나아갈 뿐이다 / 한 떼의 무리가 텅 빈 초원을 찾아 떠나간 뒤 / 홀로 태양에 맞서다 죽어가고 혹은 / 잊어버린 지상에서의 한 때를 더듬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져간다 / 현생은 차라리 구천이라 하고 / 너무 무거워도 너무 가벼워도 살지 못하는 중천이라 여기고 / 부박한 영혼의 뿌리엔 오늘도 별빛이 잠든다 / 이번 여행은 오래 전 예언된 것이다 / 사지死地를 찾아간 코끼리처럼 / 서녘으로 떠난 무리가 어디 깃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 성소는 길 끝에 놓여 있다
鵲巢感想文
1,
카멜레온의 눈빛 / 鵲巢
짚어보면 개울의 울음은 얄팍하다 / 은행잎 부들부들 떨면서 바퀴에 떨어지는 바람 / 휩쓸려 갈 수도 있는 그런 습자지 같아 / 아라비안나이트의 칼을 갖다 대기만 하면 카멜레온의 눈빛은 마치 갈고리 같았다 / 달빛에 조각 케이크의 목덜미 잡고 긴 포크 같은 장화로 지정된 장소에 풀어놓는다는 것은 주름의 환생이었다 / 개수대에 담근 물 내와 지그시 감기는 눈꺼풀로 내일을 그리면 달빛 담은 잔은 밤하늘만큼 던져버린 혜안이라 쟁반은 절대 무겁지 않다 / 다만 받고 받아들며 있을 뿐이다 / 하루살이가 계곡처럼 바닥으로 돌진할 때 / 까만 뱀은 죽처럼 맞서다가 식어가고 혹은 / 골목의 쓰라린 목도와 골목대장의 고함으로 언뜻 가죽나무 끼고 숨었던 습자지 한 장 가느다랗게 전등을 담았다 / 비율수록 갈증만 더하고 흰 절벽은 점점 높아만 갈 때 끊은 꼬리만 파닥거렸다 / 여기는 비 오는 사거리 적색 신호등, 클래식처럼 젖은 장화를 탁탁 틀고 있다 / 피아노 건반 위 떼 죽은 하루살이가 맑은 하늘은 기억에 없듯이 도구 치는 날은 오겠지 / 습자지 한 장 손끝에 놓여 있다
2,
詩는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면 나오는 출구도 있어야 한다. 막다른 길목으로 몰다가도 그 출구는 열어놓고 몰아야 궁지에 닿지 않는다.
詩는* 창고다. 밀폐된 컨테이너 상자의 밝은 전등 하나 걸은 침대다. 각종 서류의 4단 서랍이다. 입지 못하는 사계절 옷만 담은 까만 봉지가 몇 봉지다. 나무 침대와 간이용 베개와 허름한 이불 같은 게 어쩌면 詩다. 그러니까 詩는 비정규직이다.
詩는 보아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는 철창이며 멀미나는 문장의 절벽에서 기준 하나 없는 몽타주다. 실은 만질 수 없는 액정판이며 빼지 못하는 진흙 밭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詩는 더욱 물 위를 걷는 소금쟁이처럼 파장만 몬다.
詩는 커피 담는 포타필터와 은빛의 탬핑기다.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한 쌍이며 찾아드는 고객의 말 등에 업은 한잔의 에스프레소다. 따끈한 물에 희석한 마음이며 말없이 그대 가슴을 적시는 물이다. 그러므로 물의 세계를 직관하고 그 물을 더 아름답게 보는 눈을 가진다.
詩는 한마디로 증거 없는 죄다. 하얀 이 철창에 숨겨야 할 바람은 생명의 움트는 소리에 그만 참지 못한 조음調音문자다. 흐릿하게 비춰 말하는 지하의 생경生硬이며 허공을 떠도는 사생아의 양생이다.
문장의 잔해가 볕의 비늘처럼 은빛 날 가른다. 그러므로 바람은 그 누구도 살해할 수 없는 죄며 진리를 바꿀 수 없는 달은 오늘도 뜬다.
문턱을 넘은 개미가 문턱을 넘는 개미를 보고 있다. 詩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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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필자의 책, 사발의 증발 94p~95p
파헤쳐 보면 슬픔이 근원이다 / 주어진 자유는 오직 부유浮遊 / 지상으로도 대기권 너머로도 이탈하지 못하는 궤도를 질주하다 / 끝없는 변신으로 지친 몸에 달콤한 휴식의 기억은 없다 / 석양의 붉은 해안을 거닐 때면 저주의 혈통에 대해 생각해 본다 / 언제 가라앉지 않는 생을 달라고 구걸한 적 있던가 / 산마루에 핀 꽃향기와 / 계곡을 가로지를 산새의 지저귐으로 때로 물들지만 / 비릿한 물내음 뒤틀린 천둥소리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 다만 묵묵히 나아갈 뿐이다 / 한 떼의 무리가 텅 빈 초원을 찾아 떠나간 뒤 / 홀로 태양에 맞서다 죽어가고 혹은 / 잊어버린 지상에서의 한 때를 더듬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져간다 / 현생은 차라리 구천이라 하고 / 너무 무거워도 너무 가벼워도 살지 못하는 중천이라 여기고 / 부박한 영혼의 뿌리엔 오늘도 별빛이 잠든다 / 이번 여행은 오래 전 예언된 것이다 / 사지死地를 찾아간 코끼리처럼 / 서녘으로 떠난 무리가 어디 깃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 성소는 길 끝에 놓여 있다
鵲巢感想文
1,
카멜레온의 눈빛 / 鵲巢
짚어보면 개울의 울음은 얄팍하다 / 은행잎 부들부들 떨면서 바퀴에 떨어지는 바람 / 휩쓸려 갈 수도 있는 그런 습자지 같아 / 아라비안나이트의 칼을 갖다 대기만 하면 카멜레온의 눈빛은 마치 갈고리 같았다 / 달빛에 조각 케이크의 목덜미 잡고 긴 포크 같은 장화로 지정된 장소에 풀어놓는다는 것은 주름의 환생이었다 / 개수대에 담근 물 내와 지그시 감기는 눈꺼풀로 내일을 그리면 달빛 담은 잔은 밤하늘만큼 던져버린 혜안이라 쟁반은 절대 무겁지 않다 / 다만 받고 받아들며 있을 뿐이다 / 하루살이가 계곡처럼 바닥으로 돌진할 때 / 까만 뱀은 죽처럼 맞서다가 식어가고 혹은 / 골목의 쓰라린 목도와 골목대장의 고함으로 언뜻 가죽나무 끼고 숨었던 습자지 한 장 가느다랗게 전등을 담았다 / 비율수록 갈증만 더하고 흰 절벽은 점점 높아만 갈 때 끊은 꼬리만 파닥거렸다 / 여기는 비 오는 사거리 적색 신호등, 클래식처럼 젖은 장화를 탁탁 틀고 있다 / 피아노 건반 위 떼 죽은 하루살이가 맑은 하늘은 기억에 없듯이 도구 치는 날은 오겠지 / 습자지 한 장 손끝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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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면 나오는 출구도 있어야 한다. 막다른 길목으로 몰다가도 그 출구는 열어놓고 몰아야 궁지에 닿지 않는다.
詩는* 창고다. 밀폐된 컨테이너 상자의 밝은 전등 하나 걸은 침대다. 각종 서류의 4단 서랍이다. 입지 못하는 사계절 옷만 담은 까만 봉지가 몇 봉지다. 나무 침대와 간이용 베개와 허름한 이불 같은 게 어쩌면 詩다. 그러니까 詩는 비정규직이다.
詩는 보아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는 철창이며 멀미나는 문장의 절벽에서 기준 하나 없는 몽타주다. 실은 만질 수 없는 액정판이며 빼지 못하는 진흙 밭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詩는 더욱 물 위를 걷는 소금쟁이처럼 파장만 몬다.
詩는 커피 담는 포타필터와 은빛의 탬핑기다.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한 쌍이며 찾아드는 고객의 말 등에 업은 한잔의 에스프레소다. 따끈한 물에 희석한 마음이며 말없이 그대 가슴을 적시는 물이다. 그러므로 물의 세계를 직관하고 그 물을 더 아름답게 보는 눈을 가진다.
詩는 한마디로 증거 없는 죄다. 하얀 이 철창에 숨겨야 할 바람은 생명의 움트는 소리에 그만 참지 못한 조음調音문자다. 흐릿하게 비춰 말하는 지하의 생경生硬이며 허공을 떠도는 사생아의 양생이다.
문장의 잔해가 볕의 비늘처럼 은빛 날 가른다. 그러므로 바람은 그 누구도 살해할 수 없는 죄며 진리를 바꿀 수 없는 달은 오늘도 뜬다.
문턱을 넘은 개미가 문턱을 넘는 개미를 보고 있다. 詩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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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필자의 책, 사발의 증발 94p~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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