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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미역귀 / 성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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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47회 작성일 17-01-0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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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귀 / 성영희








    미역은 귀로 산다
    바위를 파고 듣는 미역줄기들
    견내량 세찬 물길에 소용돌이로 붙어살다가
    12첩 반상에 진수(珍羞)로 올려 졌다고 했던가
    깜깜한 청력으로도 파도처럼 일어서는 돌의 꽃
    귀로 자생하는 유연한 물살은
    해초들의 텃밭 아닐까

    미역을 따고나면 바위는 한동안 난청을 앓는다
    돌의 포자인가,
    물의 갈기인가, 움켜쥔 귀를 놓으면
    어지러운 소리들은 수면 위로 올라와
    물결이 된다
    파도가 지날 때마다
    온몸으로 흘려 쓰는 해초들의 수중악보
    흘려 쓴 음표라고 함부로 고쳐 부르지 마라
    얇고 가느다란 음파로도 춤을 추는
    물의 하체다

    저 깊은 곳으로부터 헤엄쳐 온 물의 후음이
    긴 파도를 펼치는 시간
    잠에서 깬 귀들이 쫑긋쫑긋 햇살을 읽는다

    물결을 말리면 저런 모양이 될까
    햇살을 만나면 야멸치게 물의 뼈를 버리는
    바짝 마른 파도 한 뭇



鵲巢感想文
    시 미역귀는 2017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성영희 시인께 지면으로 다시 축하의 메시지를 놓는다. 시인은 이번 경인일보뿐만 아니라 대전일보 신춘문예에도 영예를 안았다. 물론 당선작 모두 훌륭한 작품이지만, 나는 미역귀가 더 산뜻하게 닿았다.

    파도 한 뭇은 시다. 이 詩는 시에 대한 열망을 아주 잘 표현한 시다. 우리의 세계관을 넓고 넓은 바다로 옮겼다. 바다에서 자생하는 미역은 시인을 희망하는 글 꾼들을 은유한다. 바위는 그 견고함도 하나의 속성이지만, 이 바위를 뚫고 지나야 완벽한 미역이 되는 것은 어쩌면 글을 희망하는 우리의 꿈이다.

    시 1연은 시인으로서 고뇌와 열망이 보이며 이러한 결과로 얻은 시는 만인들께 12첩 반상에 진수로 오르듯 12달 진수로 우리는 읽게 된다. 그러므로 돌의 꽃에 비유할 만하고 이러한 물살과 같은 세파에 우리의 교본으로 시는 또 헌신하는 것은 아닐까

    신춘문예나 등단의 여러 기회와 같은 이러한 행사가 지나면 1년은 무색할 정도로 어두운 세계다. 마치 돌의 포자인 듯 물의 갈기인 듯 귀를 놓고 사는 우리다. 이런 와중에 잔잔한 소식과 희망은 많은 글 꾼들에게는 악보처럼 기회를 잡기도 하며 세상을 이야기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는 단지 민초의 삶을 대변한다.

    구중궁궐과 같은 저 깊은 심해와도 같은 세상을 속속들이 읽는 지각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인 시간과 더불어 시는 비로소 햇살처럼 깨어난다.

    군살을 깎고 군더더기를 제거하며 오로지 문장의 꽃으로 피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바짝 마른 파도 한 뭇인 미역을 만들 듯 시의 길은 완성한다.

    물론 이 글을 감상함에 글의 세계와 시인의 생명인 시는 바다와 미역으로 제유한 것이지만, 시는 또 달리 해석해 볼 수 있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음이다. 사회의 여러 이야기를 축소한 우리의 미역귀처럼 어떤 희망으로 보아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시를 감상함에 성영희 시인께 어떤 양해도 없었다. 신춘문예 당선작이라 이미 세상에 발표한 것이므로 독자의 몫으로 보아도 괜찮으리라 본다. 아무튼, 좋은 작품에 누가 되지는 않았는지 시인께 송구할 따름이다. 다시 축하의 메시지를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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