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귀 / 홍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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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47회 작성일 17-01-08 03:10본문
부서진 귀 / 홍일표
사라진 노래가 하늘 한 바퀴 돌고 와 어깨에 앉아 있다 잠자리는 노래가 되지 않아서 혀가 굳고 검은 가방
안에는 눈감지 못한 태양이 있다 가방을 열면 우르르 쏟아지는 진흙 투성이 밤이 있다
남몰래 입없는 말들이 소용돌이 치는 심해에 들어갔다 나온다 젖는다 아랫도리가 가슴팍이 다 젖어 나는
내가 없는 이름이 된다 이름 안에 숨어서 연명한다 이미 죽었지만 죽지 못하는 노래라고 말하자 너무 많은
슬픔은 슬픔이 아니라고 말하자
용서하세요 저는 돌아가지 못합니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어서 이곳엔 열여덟 살 밤만 있습니다
귀는 마지막 까지 살아서 등대처럼 깜박인다 종일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눈먼 바다를 뒤집어본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는 사이 아직도 죽지 못하고 물고기 떼처럼 먼 곳에서 돌아오는 보름달 같은 귀에 운동장을 밀
어 넣고 교실을 밀어 넣고 스마트폰을 밀어 넣는다 가득가득 귀가 범람한다 한 마디만 마지막 한 마디만 귀를
잡고 간청한다
나는 고작 소라껍질이나 잡고 여기 서 있으니 울고 있던 수천의 귀들이 부서져 하얗게 흩날리고 있으니
# 감상
세월호의 슬픔을 노래한 시 인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어제가 세월호 사고 천일째 되는 날이다, 광화문 광장에는
세월호 유가족둘이 촛불을 들고 나왔다 가슴 아픈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의 슬픔을 노래한 시 이지만 세월호 단어는 한 마디도 없으나 그 소름끼치도록 끔찍한 순간이 아직도 살
아서 내 마음속을 유영한다 바다로 가라앉은 열여덟 살 어린 넋들이 등대처럼 팽목 항에서 깜박이고 있는듯 하다
메워버린 우물속처럼 캄캄하다 그 생각만 하면,
검은 가방 안에는 눈감지 못한 태양이 떠오르고, 바람 몰래 입 없는 말들이 소용돌이 치는 심해에 들어갔다
나온다 다 젖는다 아랫도리가 가슴팍이 다 젖어 나는 내가 없는 이름이 된다 행마다 문장마다 온통 슬픔뿐이니
이 얼마나 애석하고 슬픈 노래인가? 여기서 더 슬플 수가 있을까?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열여덟 그들의 혼은 지금 어느 배위에서 오늘도 흔들리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가 품지 못한 그 아이들을 그 이름들을 아프게 기억 해야 한다 차거운 물속에서 입없는 말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죽었지만 죽지 못하는 노래를 불러 줄 사람은 바로 우리,
사라진 노래가 하늘 한 바퀴 돌고 와 어깨에 앉아 있다 잠자리는 노래가 되지 않아서 혀가 굳고 검은 가방
안에는 눈감지 못한 태양이 있다 가방을 열면 우르르 쏟아지는 진흙 투성이 밤이 있다
남몰래 입없는 말들이 소용돌이 치는 심해에 들어갔다 나온다 젖는다 아랫도리가 가슴팍이 다 젖어 나는
내가 없는 이름이 된다 이름 안에 숨어서 연명한다 이미 죽었지만 죽지 못하는 노래라고 말하자 너무 많은
슬픔은 슬픔이 아니라고 말하자
용서하세요 저는 돌아가지 못합니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어서 이곳엔 열여덟 살 밤만 있습니다
귀는 마지막 까지 살아서 등대처럼 깜박인다 종일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눈먼 바다를 뒤집어본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는 사이 아직도 죽지 못하고 물고기 떼처럼 먼 곳에서 돌아오는 보름달 같은 귀에 운동장을 밀
어 넣고 교실을 밀어 넣고 스마트폰을 밀어 넣는다 가득가득 귀가 범람한다 한 마디만 마지막 한 마디만 귀를
잡고 간청한다
나는 고작 소라껍질이나 잡고 여기 서 있으니 울고 있던 수천의 귀들이 부서져 하얗게 흩날리고 있으니
# 감상
세월호의 슬픔을 노래한 시 인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어제가 세월호 사고 천일째 되는 날이다, 광화문 광장에는
세월호 유가족둘이 촛불을 들고 나왔다 가슴 아픈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의 슬픔을 노래한 시 이지만 세월호 단어는 한 마디도 없으나 그 소름끼치도록 끔찍한 순간이 아직도 살
아서 내 마음속을 유영한다 바다로 가라앉은 열여덟 살 어린 넋들이 등대처럼 팽목 항에서 깜박이고 있는듯 하다
메워버린 우물속처럼 캄캄하다 그 생각만 하면,
검은 가방 안에는 눈감지 못한 태양이 떠오르고, 바람 몰래 입 없는 말들이 소용돌이 치는 심해에 들어갔다
나온다 다 젖는다 아랫도리가 가슴팍이 다 젖어 나는 내가 없는 이름이 된다 행마다 문장마다 온통 슬픔뿐이니
이 얼마나 애석하고 슬픈 노래인가? 여기서 더 슬플 수가 있을까?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열여덟 그들의 혼은 지금 어느 배위에서 오늘도 흔들리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가 품지 못한 그 아이들을 그 이름들을 아프게 기억 해야 한다 차거운 물속에서 입없는 말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죽었지만 죽지 못하는 노래를 불러 줄 사람은 바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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