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베다 / 윤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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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35회 작성일 17-01-08 13:56본문
시를 베다 / 윤종영
캄캄한 밤의 모가지에
잘 벼린 한 칼 긋는다
떨어지는 별들의 붉은 잔해
언어의 조각들이 도로에 머리를 박는다
질주하는 자동차가 밀고 간다 쏜살같이
시는 베어졌다 그러므로 창백하게 아침이 올 것이다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고 김수영이 가래침을 뱉으며 기어 나올 것이다
현실은 풍자다 도적들이 신문의 활자마다 웃고 있다
자살하지 못하는 시는 그래서 베어져야 한다
목 잘린 시들은 아파트 주차장 사이 빌딩의 엘리베이터 안을
배회해야 한다 기침을 하던 시인이 다시 기어 나오고
베어진 시는 떠돌아야 한다
흩날리는 자음과 모음들 찢긴
살점들 저 붉은
피붙이들
鵲巢感想文
얼핏 읽어도 뭐가 뭔지 헷갈린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다. 첫 문장을 보면 ‘캄캄한 밤의 모가지에 잘 벼린 한 칼 긋는다’고 했다. 밤이 모가지가 있겠는가마는 여기서는 의인화다.
시인에게는 밤은 작업과 하루 성찰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 때문에 잘 드는 칼처럼 한칼 먹이는 것과 같이 날카로운 반성은 있어야겠다. 이러한 성찰과 반성은 그냥 나오지 않으므로 여기서 밤은 제유적 성격도 강하다. 예를 들면 성경 같은 말씀이나 경전을 치환한 어떤 매개체로 보이는데 이러한 깨달음은 칼처럼 닿았다.
‘떨어지는 별들의 붉은 잔해 언어의 조각들이 도로에 머리를 박는다’ 화자의 시에 대한 이해와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도로라는 말은 머릿속 확연히 넣는 어떤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한마디로 공부하였으니까!
‘질주하는 자동차가 밀고 간다 쏜살같이 시는 베어졌다’ 도로나 자동차는 모두 화자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다. 머릿속에 정신적 교감을 나타내는 심적 용어다. 시는 베어졌으니 시의 탄생을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자는 아침을 창백하게 맞는다. 밤새 노력의 결과다.
시 7행에서는 시인 김수영 선생의 시 ‘눈’*에서 나오는 시어, 기침과 가래침을 인유한다. 기침하는 행위는 존재의 확인이며 가래침을 뱉는 행위는 눈처럼 깨끗해야 할 세상은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다. 그러니 이 행은 존재의 확인과 더불어 절대 순수해야할 자아(우리)에 대한 자기성찰과 반성이다.
현실은 풍자다. 현실은 부정적이고 모순 따위로 판치는 세상이다. ‘도적들이 신문의 활자마다 웃고 있다’ 깨끗지 못한 현실은 신문마다 활자로 보란 듯이 내놓고 있다.
시 9행에 자살하지 못하는 시는 깨끗지 못한 사회, 즉 부정부패가 들끓는 비윤리적이며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말한다. 이러한 것은 베어져야 한다는 말은 윤리적이며 공정한 사회를 희망한다.
시 10행에 ‘목 잘린 시들은’ 이미 발표한 여러 경전 같은 말씀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러한 경전 같은 말귀가 우리 생활문화 곳곳에 즉, 아파트 주차장 사이 빌딩의 엘리베이터 안을 배회함으로 정착을 뜻하고 밝은 사회를 기리는 것이다. 기침을 하던 시인이 다시 나오고 그러니까 사회를 꼬집는 시인은 다시 나와서
올바른 사회를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게 이 시의 주지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시어가 좀 강력하다 못해 날카롭다. 밤의 모가지, 붉은 잔해, 베어졌다, 목 잘린 시, 베어진 시, 살점, 피붙이, 이와 같은 언어는 읽는 이로 하여금 범상케 한다. 어떤 도살장에 온 듯 그런 느낌이다. 독자께 강력하게 던지는 메시지다.
===================
각주] 김수영 전집 1시, 민음사 2008.7.14. 123p
눈 /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뱀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캄캄한 밤의 모가지에
잘 벼린 한 칼 긋는다
떨어지는 별들의 붉은 잔해
언어의 조각들이 도로에 머리를 박는다
질주하는 자동차가 밀고 간다 쏜살같이
시는 베어졌다 그러므로 창백하게 아침이 올 것이다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고 김수영이 가래침을 뱉으며 기어 나올 것이다
현실은 풍자다 도적들이 신문의 활자마다 웃고 있다
자살하지 못하는 시는 그래서 베어져야 한다
목 잘린 시들은 아파트 주차장 사이 빌딩의 엘리베이터 안을
배회해야 한다 기침을 하던 시인이 다시 기어 나오고
베어진 시는 떠돌아야 한다
흩날리는 자음과 모음들 찢긴
살점들 저 붉은
피붙이들
鵲巢感想文
얼핏 읽어도 뭐가 뭔지 헷갈린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다. 첫 문장을 보면 ‘캄캄한 밤의 모가지에 잘 벼린 한 칼 긋는다’고 했다. 밤이 모가지가 있겠는가마는 여기서는 의인화다.
시인에게는 밤은 작업과 하루 성찰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 때문에 잘 드는 칼처럼 한칼 먹이는 것과 같이 날카로운 반성은 있어야겠다. 이러한 성찰과 반성은 그냥 나오지 않으므로 여기서 밤은 제유적 성격도 강하다. 예를 들면 성경 같은 말씀이나 경전을 치환한 어떤 매개체로 보이는데 이러한 깨달음은 칼처럼 닿았다.
‘떨어지는 별들의 붉은 잔해 언어의 조각들이 도로에 머리를 박는다’ 화자의 시에 대한 이해와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도로라는 말은 머릿속 확연히 넣는 어떤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한마디로 공부하였으니까!
‘질주하는 자동차가 밀고 간다 쏜살같이 시는 베어졌다’ 도로나 자동차는 모두 화자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다. 머릿속에 정신적 교감을 나타내는 심적 용어다. 시는 베어졌으니 시의 탄생을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자는 아침을 창백하게 맞는다. 밤새 노력의 결과다.
시 7행에서는 시인 김수영 선생의 시 ‘눈’*에서 나오는 시어, 기침과 가래침을 인유한다. 기침하는 행위는 존재의 확인이며 가래침을 뱉는 행위는 눈처럼 깨끗해야 할 세상은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다. 그러니 이 행은 존재의 확인과 더불어 절대 순수해야할 자아(우리)에 대한 자기성찰과 반성이다.
현실은 풍자다. 현실은 부정적이고 모순 따위로 판치는 세상이다. ‘도적들이 신문의 활자마다 웃고 있다’ 깨끗지 못한 현실은 신문마다 활자로 보란 듯이 내놓고 있다.
시 9행에 자살하지 못하는 시는 깨끗지 못한 사회, 즉 부정부패가 들끓는 비윤리적이며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말한다. 이러한 것은 베어져야 한다는 말은 윤리적이며 공정한 사회를 희망한다.
시 10행에 ‘목 잘린 시들은’ 이미 발표한 여러 경전 같은 말씀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러한 경전 같은 말귀가 우리 생활문화 곳곳에 즉, 아파트 주차장 사이 빌딩의 엘리베이터 안을 배회함으로 정착을 뜻하고 밝은 사회를 기리는 것이다. 기침을 하던 시인이 다시 나오고 그러니까 사회를 꼬집는 시인은 다시 나와서
올바른 사회를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게 이 시의 주지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시어가 좀 강력하다 못해 날카롭다. 밤의 모가지, 붉은 잔해, 베어졌다, 목 잘린 시, 베어진 시, 살점, 피붙이, 이와 같은 언어는 읽는 이로 하여금 범상케 한다. 어떤 도살장에 온 듯 그런 느낌이다. 독자께 강력하게 던지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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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김수영 전집 1시, 민음사 2008.7.14. 123p
눈 /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뱀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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