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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인페르노 / 김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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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63회 작성일 17-01-1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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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인페르노 / 김언희





    손에 땀을 쥐고 깨어나는 아침이 있다 손에 / 벽돌을 쥐고 눈을 뜨는 아침이 있다 피에 / 젖은 벽돌이 있다 젖은 / 도끼 빗이 있다 / 머리 가죽이 벗겨질 때까지 나를 빗질해대는 가차 없는 / 빗살이 있다 가차 없는 톱니가 / 있다 옆집 개를 톱질하고 온 전기톱이 있다 / 전기 톱니가 있다 무서운 / 틀니가 있다 / 죽은 사람의 틀니를 끼고 씩 웃어 보는 子正이 있다 똥을 지리도록 / 음란한 子正이 있다 음란하기 짝이 없는 / 목구멍이 있다 입도 없이 / 나를 삼키는 목구멍 / 괄약근 없는 / 食道가 있다 대대로 물려받은 음탕한 / 괄호가 있다 그 괄호를 납땜하는 새파란 불꽃이 / 있다 내 배때기를 푸욱 찔러라 찔러 이 방 저 방 따라다니는 / 노모의 칼끝이 있다 밤새도록 콕콕콕 / 찍히는 마룻바닥이 있다 뒤통수가 / 있다 발이 푹푹 / 빠지는 거울이 있다 발이 쩍쩍 들러붙는 콜탈의 / 거울이 있다 거울 속에 시커먼 똬리가 있다 당신은 뱀에 / 감긴 사람이야 친친 감긴 채 살아 당신만 몰라 / 모르는 사람이 있다 모르는 손이 모르는 / 벽돌을 쥐고 진종일 떠는 / 하루가 있다 입에 / 담을 수 없는 곳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것이 되어 / 눈을 뜨는 하루가 있다 내 혀가 뭘 / 핥게 될지 두려운 곳에서 / 내 두 손이 뭔 짓을 / 하게 될지 /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곳에서


鵲巢感想文
    시 감상하는 오늘은 17년 1월 11일이다. 16년 한 해는 우리 국민의 분노가 가장 컸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비선 실세인 최순실 게이트 또는 박근혜 게이트는 최순실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에 개입했다는 것과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설립에 관해 그 재단을 사유화한 사건,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특혜를 받은 사건을 포함한다.

    아마, 이 시를 읽는 감상만큼 국민은 분노했다. 손에 땀을 쥐고 깨어나는 아침이었다. 민중은 손에 벽돌을 잡지는 않았다. 촛불을 들고 시위하였으며 이는 피에 젖은 벽돌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현 정부에 향해 던졌다.

    월 소득 100만 원이 되지 않는 자영업자가 많고 하루 3,000명이 개업하며 2,000명이 폐점하는 이 시점에 올해 세수 확보는 정부수립 이후 최대다. 경기불안과 피부로 겪는 민생안정의 위험수위는 극에 달했지만, 정치는 오리걸음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멕시코는 정부의 유가 상승에 반발하여 국민의 소요사태까지 일었다고 한다. 물가안정을 살펴야 하지만, 달걀 한 판은 서민이 사 먹기에는 고민해야 할 판이고 여타 물가 사정은 불안하기만 하다. 병든 오리에 무엇을 기대할까? 오리 파동이 빨리 끝났으면 싶다.

    시인 김언희 선생의 시는 한마디로 외설적이며 도발적이고 에로틱과 혐오스러움, 노골적이며 매스꺼운 거침없는 말의 난발로 표현할 수 있겠다. 선생의 첫 시집 ‘트렁크’라는 시제만 보아도 범상 타. 각종 언어의 도살 현장을 보는 것 같다. 나는 선생의 시집 ‘요즘 우울하십니까?’을 소장하고 있다만, 첫 시집인 ‘트렁크’를 사다 보려고 도서판매사이트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놀라운 것은 모두 절판되었던 데다가 중고가 무려 7만 원, 어떤 곳은 4만 원 정도 호가했다. 아쉬우나마 인터넷에 유람하는 ‘트렁크’의 일부를 찾아 읽곤 했다.

    그러면 위 시에서 사용한 시어(벽돌)나 시구를 보자. 벽돌, 피, 젖은 벽돌, 도끼 빗, 가죽이 벗겨질 때까지, 가차 없는, 빗살, 가차 없는 톱니, 옆집 개, 틀니, 똥을 지리도록, 음란한 子正, 목구멍, 괄약근, 음탕한, 새파란 불꽃, 납땜, 배때기, 노모의 칼끝, 콜탈, 시커먼 똬리, 등을 볼 수 있다.

    벽돌이나 피, 도끼(문장의 발굽camel-toe), 가죽, 똥, 목구멍, 불꽃 노모의 칼끝, 콜탈, 시커먼 똬리는 모두 시를 은유한 시어다. 시인으로서 시에 열정과 분노, 이러한 투쟁에 치열한 글쓰기로 시인의 고민 같은 것으로 우리는 읽을 수 있지만, 시는 역시 다의적이라 우리의 현실을 속 시원히 배설한다.

    시제가 캐논 인페르노다. 캐논(canon)은 기관포나 충돌, 세게 부딪치는 것을 말한다. 인페르노(in·ferno)는 미친듯한, 걷잡을 수 없는, 어쩌면 광적인 어떤 표현 같은 것이다. 영화로 예를 들면, 매드-맥스다. 분노의 도로다. 미친 듯이 달리는 차와 박진감 넘치는 음악, 스포터들의 연기는 한마디로 웃긴다. 기타를 치면서도 불이 착 터지며 질주하는 자동차와 영화의 대사 하나까지 긴장감 넘치는 이런 영화는 없을 것이다.

    시인 김언희 선생의 시 또한 마찬가지다. 손에 땀을 흘리며 벽돌 쥐고 눈을 뜨고 피에 젖은 분노와 가죽을 벗기는 도끼 빗이 있고 음란하기 짝이 없는 나의 머릿속 도로를 질주하며 참혹하게 지리도록 똥 던지는 이 화두, 노모의 칼끝에 선 언술에 밤새도록 폭폭 배때기를 쑤셔가며 발 폭폭 빠지는 자신의 거울을 보는 것은 이 시대의 시인으로서 누구나 표현할 수 없는 절정에 가깝다.

    어쩌면 현대 사회는 이러한 매드-멕스에 가까울 정도로 미쳐야 한다는 것을 시인은 강조하는지도 모르겠다. 질주하라, 질주하라, 이 가난과 불평등과 부조화 속에서 미친 듯이 질주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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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김언희 1953년 진주 출생 1989년 <현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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