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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뉴스 / 여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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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35회 작성일 17-01-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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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뉴스 / 여태천




    오늘밤 내가 사는 이곳은 조용하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애인이 막차를 타고 올 것 같은 밤이다. 막 피어난 꽃 향기가 날 듯 말 듯 바람은 불어 그 바람에 가는 비가 조금 오고 내가 사는 이 작은 동네에 아주 조금은 비가 와서 버스는 제때 오지 않아 버스를 타지 않으리라고 굳게 마음먹는 그런 밤이다. 사실은 저 혼자서 떨어져 내린 명자꽃 때문이다. 먼저 간 이의 마음 같은 이름 때문이다. 사실은 아무 일도 없다는 오늘의 마감뉴스 때문이다. 먼 타지에 마음을 부려버린 남자처럼 오늘밤은 조용하다. 다른 이름을 생각할 수 없어 제발 저물지 말았으면 하는 밤이다.



鵲巢感想文
    마감뉴스는 하루가 아직 마감되지 않은 사람만이 보는 뉴스다. 마감뉴스는 시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지는 그리움이다. 마감뉴스는 절대 마감되지 않을 시인의 삶이며 육탈한 시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그 끝자락에 피는 꽃이다.

    이 시는 원래 행 가름이 되어 있는 시다. 문장으로 보아도 크게 손상이 가거나 이미지가 변하는 것은 아니라 행을 줄여 필사했다.
    뉴스는 소식이다. 마감뉴스는 하루를 마치고 하루에 있었던 어떤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마감한다. 하지만, 시인은 마감뉴스처럼 하루를 마치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게 있다. 아직 오지 않은 애인을 기다리듯 막 피어난 꽃향기가 날 듯, 이러한 밤에 먼저 간 명자꽃처럼 따라붙고 싶은 꽃을 피우고 싶은 게다.
    사실, 창작이란 독창성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는 명자꽃을 그리워하지만, 명자꽃 같은 어설픈 시를 쓴다면, 작가로서는 명예의 실추다. 나만의 명자꽃, 명자꽃이 아닌 또 다른 이름을 만들기 위해 밤은 늘 마감뉴스다.

    하루는 젊은 화가를 만난 적 있다. 유화를 그린다. 그림을 보는 눈이 없는 내가 보아도 범상치 않았다. 화백은 어떤 사람에게도 자신의 화실을 남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며 얘기한다. 자신만의 독창성을 고수하기 위한 전략 같은 것이었다.
    예술의 영역에 있는 문학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글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 어떤 작가도 있을 것이다. 마치 영화 ‘은교’에서 본 스승 이적요(박해일 역)처럼 말이다. 광에 넣어두고 곰곰 생각해보는 것이다. 아직 숙성이 덜 되었거나 발표하기에는 이르다는 뭐 그런 이유도 있겠다.
    하지만 다 부질없는 말이다. 예술은 삶을 일깨우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나는 본다. 죽고 나서 어찌 되었다는 것은 소용없는 말이다. 살아서 더 많이 쓰고 더 그리며 존재를 일깨우며 그 즐거움을 만끽하며 삶에 더 충실했다면 이것만큼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아무튼,
    창작에 꽃을 피우지 못한 밤은 어느 예술인에게나 마감뉴스처럼 괴롭기만 하다.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는 밤이다. 오로지 명자꽃보다 더 나은 어쩌면 애인은 돌아오지 않더라도 꽃향기만은 피웠으면 하는 그런 마감뉴스 같은 꽃-말이다.
    꽃을 피워야겠다는 그 사명감으로 밤잠 스치는 것이 예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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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여태천 1971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 2000년 <문학사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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