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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波瀾 / 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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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08회 작성일 17-01-1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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波瀾 / 채상우




    비가 온다 비가 온다라고 쓴다 고양이가 지나가고 있다 고양이가 지나가고 있다라고 쓴다 정말 고양이가 비를 맞으며 지나간다 모처럼 아프다 아프니까 착해진다 아프니까 착한 마음으로 쓴다 공들여 쓴다 오늘은 하루 종일 구름을 볼 수 있겠구나 오랜만이다 오랜만이다라고 쓴다 오랜만에 착한 마음으로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본다 바라본다라고 쓴다 당신처럼 바라본다 당신이 나를 바라보았듯이 바라본다라고 쓴다 이 문장은 나흘째 내리는 빗소리보다 어둡다 어두운 여관방에서 내 정액을 자궁 속으로 자꾸 밀어 넣던 여자가 있었다 있었다라고 쓴다 어떤 문장은 계속 변태한다 마침내 반드시라고 쓴다 반드시를 뜻하는 한자어는 평생 심장에 꽂힌 칼을 본떠 만든 것이다 必 자를 쓰고 이를 악문다 이를 악문다라고 쓴다 이가 아프다 정말 아프다 아프니까 착해진다 착하게 살아야지 착하게 살아야지라고 다시 쓴다 착한 마음으로 라일락을 심으러 갈 것이다 이 비가 그치기 전에 그러나 비는 비가 온다라는 문장과는 상관없이 그치지 않는다 그치지 않는 빗속에서 라일락이 꽃을 피운다 한번 잘못 쓴 문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라일락은 피어난다 나는 나를 매번 誤記한다 라일락꽃 아래 고양이가 비를 맞으며 지나간다



鵲巢感想文
    예전에 시인 채상우 선생의 시집 ‘리듐’을 사다 읽은 적 있다. 시인의 문장은 딱딱 끊는 맛이 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화법이다.
    시제 ‘波瀾’이라 함은 波浪과 같은 말이며 어떤 일에 대해 순탄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상태를 묘사한다. 비가 온다거나 고양이가 지나가고 아프고 종일 구름을 보는 것은 시인의 심적 묘사다. 시를 읽는 사람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시의 공급자는 시의 최대 소비자와 마찬가지다. 일상의 권태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것은 창작의 몰입에 드는 길밖에 없다. 낯선 문장을 안고 며칠 째 고민하는 시인, 즉 우리의 모습이며 우울한 가운데도 마치 여관방 같은 메모지에다가 문장도 되지 않는 문장의 자위를 쏟아야만 했다. 내가 써놓은 문장이라도 며칠이면 탈바꿈하는 마음에 시인은 반드시 생명을 불어넣겠다는 예술의 혼을 보인다. 이를수록 이는 아프고 수익이나 채산성도 없는 경지의 몰입은 모든 예술가에게는 낙담과 체념으로 이을 수도 있다. 그럴수록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의 죄책감과 자괴감은 세상을 더 바르게 보려고 하며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정말 라일락 꽃 같은 향기만 그립다. 라일락꽃처럼 향기가 만발했으면 싶다.

    라일락은 이른 봄에 핀다. 꽃향기가 무척 진하고 특색이 있다. 나는 이 꽃향기를 잊지 못한다.

    산을 움켜잡고 / 鵲巢
    까만 운동복과 가벼운 면 잠바 차림으로 가세 가을 운동회 때 청색 깃발 나부끼며 백기를 누런 땅바닥에다가 꽂기에 어울리는 것이지. 마치 까만 숲속을 헤매다가 소나무 향 짙게 깔린 어느 솔밭에 주저앉고 마는데 나도 모르게 송이버섯 하나쯤은 깔아뭉개듯 까만 운동복 차림은 얼마나 좋은 것인지! 그 높은 산봉우리 향해 조금씩 걸어가는 게 또 얼마나 알맞은 것인지 걸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 못 하지! 내리막길 있으면 오르막길이 있고 오르다가도 솔잎 향에 흠뻑 취하며 저 아래 계곡을 바라보며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얼마나 좋은 것이냐! 그리 먼 곳도 아닌 가까운 산을 움켜잡고 오르기라도 하면 까만 운동복과 가벼운 면 잠바는 껴입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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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채상우 2003년 계간 <시작>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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