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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모서리를 읽다 / 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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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79회 작성일 17-01-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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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 임봄
-모서리를 읽다





    둥근 앉은뱅이 밥상이 사라진 후부터 방안엔 점점 모서리가 생겨났다 네모난 식탁 모서리들을 쓰다듬는 달빛만 갈수록 둥글어졌다 밤이 깊어지면 누군가가 딱딱 이를 부딪치며 울었다 울음은 어둠의 모서리에 부딪쳐 되돌아올 때 더 또렷이 존재를 드러냈다 불온한 혀끝에서 망을 보던 단어들이 조용히 밥 알갱이 속으로 스며들었다 결별을 선언하지도 못했는데 모든 것이 일시에 사라졌다 처마 밑에서 노란 주둥이를 벌리던 제비가 사라지고 마당을 기어가던 지렁이가 사라지고 무릎걸음으로 문턱을 넘어오던 말들이 사라졌다 슬픔은 어떻게 일상이 되는가 환한 대낮이 어둠을 낳고 아무렇지 않게 웃는다 이방인의 눈물이 가득한 방에서 우리는 각자 몸을 웅크리고 모서리에 등을 댄 채 잠이 든다



鵲巢感想文
    흔히 아는 단어라도 시에서만 보면 뭔가 새롭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백색이라고 하면 흰색이다. 자본주의를 상징하며 또 대표하는 색깔로 이 흰색을 많이 쓰기도 한다. 우리 민족은 이 흰색을 즐겨 입었기에 백의민족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또 이 흰색은 아무것도 없는 공백을 나타내기도 했다. 나는 이 백색, 흰색만 생각하면 이중섭의 ‘흰 소’가 생각난다. 흰색으로도 역동성을 나타낼 수 있었다.

    시인은 시제 백색에 부제를 달았다. ‘모서리를 읽다’ 모서리는 어쩌면 불완전한 어떤 의미를 담은 듯 그렇게 느낀다. 또 둥글지 못한 어떤 마음처럼 닿기도 한다. 우리는 모서리가 아닌 곳에서 하루를 살았던가! 아침에 일어나면 네모난 식탁과 그것도 가족과 함께하였으면 다행한 일이며 출근하면 네모난 자동차, 가게나 직장이면 네모난 사무실이다. 이 네모난 곳은 우리의 완전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운동장이다.

    이 네모난 영업장은 하루에도 낯선 사람으로 붐비며 네모난 종이 한 장에 우리의 인생을 걸기도 한다.

    무엇보다 시인은 네모난 책과의 싸움만큼 더 고독한 일도 없을 것이다. 수많은 장서는 내 모르는 사람의 이면이며 제비가 날아들었는지 애는 커 가는지, 이 네모난 바탕은 늘 하얗다. 삶의 눈물이다. 오늘도 둥근 달빛 그리며 네모난 무덤 같은 네모난 독방에 앉아 글을 파는 것이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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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임봄 1970년 경기도 평택에서 출생 2009년 <애지>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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