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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 윤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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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09회 작성일 17-01-2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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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 윤제림




    내가 죽었다는데, 매미가 제일 오래 울었다

    귀신도 못되고, 그냥 허깨비로
    구름장에 걸터앉아
    내려다보니
    매미만 쉬지 않고 울었다

    대체 누굴까,
    내가 죽었다는데 매미 홀로 울었다,
    저도 따라 죽는다고 울었다



鵲巢感想文
    시인 윤제림 선생의 시를 읽으면 어떤 때는 웃음이 인다. 그만큼 해학적이며 익살스럽다. 시는 역지사지다. 첫 문장을 보면 내가 죽었다는데, 매미가 제일 오래 울었다. 매미가 활동하는 시기와 활동시간에 비하면 죽은 것은 영원한 세계며 비문과 같다.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 마치 내가 매미처럼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사람은 어떤 일에 매진하다가도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커피에 관심을 가지겠다며 교육에 입문했지만, 며칠 하다가 흐지부지 끝나는 셈이다. 그러니까 끈기와 인내 부족이다.

    시 2연을 보면, 귀신도 못되고, 그냥 허깨비로 구름장에 걸터앉아 내려다보니 매미만 쉬지 않고 울었다고 했다. 여기서 시적 주체 나는 이미 고체화된 어떤 형질이다. 귀신이나 허깨비는 매미 울음의 변형체, 즉 시적 주체로 이전을 의미한다. 하지만, 매미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매미는 어떤 노력을 하는 셈이다.

    시 3연을 보면, 매미는 아직도 울고 있다. 그러니까 시에 향한 울부짖음이요. 아직도 고체화된 삶, 영구적인 어떤 생을 구하지 못했다. 물론 시로 얘기했지만, 경제적 자립과 공간의 자유도 포함한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아 독립은 누구나 바라는 상이다. 그러니 매미는 이상향에 그리움이며 오늘도 울고 있다.


    이 시는 우리는 어떤 일을 하여도 매미 같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끔 한다.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이 있다. 문자대로 풀면, 내 논에 물 대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만 생각하며 이롭게 한다는 뜻을 지녔다.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단절된 사회가 소통의 사회로 바뀐다. 상대방의 처지나 입장을 먼저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그러니까 상생을 의미한다.

    내가 운영하는 카페 조감도 옆집은 오리고기집으로 ‘터줏대감’이다. 매년 조류파동에 사장은 경제적 몸살을 앓았다. 올해는 장사 더는 못하겠다며 간판을 내렸다. 소고기로 바꿨다. 하루는 간판을 어떻게 달까 하며 고심하였다. 다니는 교회에 목사께서는 ‘청량숯불’로 동문에서는 ‘자연숯불’로 하라며 부추겼다.

    하루는 사장께서 커피 한 잔 드시러 오셨는데 나에게 무엇이 좋으냐고 물으신다. 나는 둘 다 아니었다. 이름이 어찌 고급스럽지 못하고 어떤 문화를 이끌기에도 좀 낮아 보였다. 가만히 생각하다가 언뜻 생각이 났는데 ‘논둑을 걷는 소’는 어떤지 물었다. 사장은 동공이 커지고 머리가 쫑긋하게 섰다. 아주 괜찮다는 말씀을 주셨다. 하지만, 길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이를 줄여 ‘논둑소’로 하이시다. 했더니, 박장대소하며 이것으로 하겠다는 말씀이었다.

    내가 소고기로 영업한다는 생각을 바꿔 보는 것이다. 둑은 어쩌면 경계다. 삶과 죽음을 가름하는 길 같기도 하고 그 길을 무뚝뚝하게 걸어야 하는 우리의 삶을 대변한다. 옆집이 장사가 잘되었으면 좋겠다. 옆집이 잘 돼야 우리가 살기 때문이다. 더 나가 우리 국민이 모두 경기가 좋아, 여유가 풍족한 사회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생각해본다.

    시인 윤제림 선생의 시를 읽다가 매미의 처지를 한 번 생각해 보고 간다.

    사족으로 덧붙여 놓는다. 혹시 소고기 좋아하시면 오시라! 우리 집 옆집 논둑소에 들러 함께 구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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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윤제림 충북 제천 출생 1987년 <문예중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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