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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집 女子 /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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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22회 작성일 17-01-2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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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집 女子 / 유홍준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어탕국수집 그 여자, 아무 데나 푹 꽂아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노을강변에 솥을 걸고 어탕국수를 끓일 때, 김이 올라와서 눈이 매워서 솥뚜껑을 들고 고개를 반쯤 뒤로 빼고 시래기를 휘저을 때, 그릇그릇 매운탕을 퍼 담는 여자를, 애 하나를 들려 업은 여자를, 머릿결이 치렁치렁한 여자를
    아무 데나 픽 꽂아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버드나무를 잘 알고 물고기를 잘 아는 단골처럼
    여기저기를 살피고 그 여자의 뒤태를 훔치고
    입 안에 든 어탕국수 민물고기 뼈 몇 점을
    상 모서리에 뱉어내곤 했다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鵲巢感想文
    자투리 같다고 했다 제일복사집 그 남자, 아무거나 픽 던져도 석 해내는 자투리 같다고……. 가시밭길에 기계를 걸고 제본 뜰 때, 카본이 올라와서 얼굴이 붉어서 기계 덮개를 들고 눈을 반쯤 지그시 감고 낱장을 바르게 놓을 때, 한권한권 제본을 묶는 그 남자를, 갖은 빚만 안은 남자를, 먼지 폴폴 날리는 남자를
    아무거나 픽 던져도 석 해내는
    자투리 같다고
    자투리를 잘 알고 원고를 잘 아는 뜨내기처럼
    뭐 없나 싶어 두리번거리고 그 남자의 꼬장을 훔치고
    손에 든 제본 한 권에 낀 배춧잎 한 장을
    구두 밑창에 숨기곤 했다
    자투리 같다고 했다


    선생께 송구하게 됐다. 나는 패러디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투리도 아닌 글을 썼다. 시 문장을 보고 감상하는 장이니 너그럽게 보아주시리라 믿는다. 이 시는 선생의 시집 ‘저녁의 슬하’에서 필사한 것이기도 하고, 2011 웹진 시인광장에서 올해의 좋은 시로 선정된 작품이다.

    시 ‘버드나무집 女子’는 시의 억센 생명력을 묘사한다. 이 시는 총 8행으로 구성하고 시 1행은 다소 길지만, 시 3행까지가 버드나무와 어탕국수 집 그 여자의 삶을 비롯하여 시의 생명력을 중첩적으로 그린다. 근데 시 4행에서 시 8행까지는 반어적으로 읽힌다. 시의 반전이다.

    버드나무를 잘 알고 물고기를 잘 아는 단골처럼 / 여기저기를 살피고 그 여자의 뒤태를 훔치고 / 입 안에 든 어탕국수 민물고기 뼈 몇 점을 / 상 모서리에 뱉어내곤 했다 /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즉, 시인은 시인의 예술성의 어떤 문제점을 고발한다. 그러니까 절대 버드나무는 하나로 만족해야 하지만, 버드나무 같아서는 안 되는 일을 현 세상은 버드나무 같은 것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시인은 이를 꼬집어서 폭로한다.


    논어에 나오는 문장이다. 흥어시興於詩하며 입어례立於禮하며 성어락成於樂이니라 하였다. 시와 예와 악을 통해 사람다움을 꾀하는 감성이 묻은 철학이다. 시를 읽고 일어나고 예를 통해 바르게 서며 음악을 통해 완성한다는 말이다.

    하루는 저녁 늦게 커피 배송 일로 모 카페에 갔더니 점장 내외분은 모임에 가고 없었다. 아들이 가게를 보고 있었는데 나는 잠시 카페에 앉아 책을 보았다. 그런데 점장 내외분이 모임이 끝났는지 들어오시어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었다. 근데 이 사장은 무슨 재미로 사시오? 물으신다. 거저 책보는 재미로 산다고 했더니 웃으신다. 내 손에는 시집 한 권이 있었다.

    시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교본이다. 어려운 시도 많겠지만, 해학적이며 우습기도 한 시도 많다.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으며 생활에 바르게 서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바른 처세일지도 모르겠다. 경기가 너무 좋지가 않아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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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유홍준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시와 반시>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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