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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내일 / 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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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17회 작성일 17-01-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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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 박성준




    감염된 사람들은 결정을 서둘렀다 왼쪽으로 울렁거리는 혀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입술에서 뜻하지 않게 뜻이 흘러나왔다 이것이 당신의 뜻입니까 당신의 의지입니까 누군가 질문을 했지만 질문은 묵살되었고 곧이어 노래가 시작되었다 찬양할 신이 없었고 허락된 예감이 없었다

    감염된 사람들은 모래보다 얼굴이 더 많았고 나무보다 신성했으며 바람보다 더 많은 돌들을 감추고 있었다 이제 불이 필요했다 불은 뜻이었고 불은 질문이자 대답이었다 뜻밖에도 우리는 우리가 필요했다고, 우리는 우리에게 말을 서둘러 저질렀다 감염된 청중들은 귀가 녹았고 함성 속에서 머리가 없는 아이들이 파랗게 기어 나왔다 다 병균들이었다

    말이, 말이 없는 자살을 시작하자 아무도 누가 죽은 것에 대해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뜻을 보지 않으려고 일제히 눈을 감았고 이제 뜻이 없는 곳에서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저 없이 우리는 그곳을 꿈이나 혁명 따위로 바꿔 부르며 감염 속에서 달려 나갔다 변증이었고 변화였고 다시 또 감염이었다



鵲巢感想文
    어떤 약 / 鵲巢

    숨은 골방에서 ‘마-이르나’를 복용했다. 아내도 모르게 조용한 시간에 그 백색 가루를 흡입하곤 했다. 나는 정신이 몽롱했다. 잠시 머리가 띵하다가도 하늘에 별 총총 밝아 기분은 아주 좋았다. 기분이 좋습니까? 네 기분이 좋습니다.
    나는 그 후유증으로 한동안 정신을 놓고 살았다. 한쪽 손을 들고 바람에 날리는 그 까만 봉지에 무어라 흔들며 얘기하기도 했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얼굴을 내려다보며 잉크를 띄우기도 했다. 그러니까 잉크는 파랗게 날아갔다.
    계절과 관계없이 핀 그 꽃에 보기만 해도 흐뭇하여 침을 묻혀가며 그 꽃잎을 만지기도 하였다. 혹여나 찢어지지는 않을까 마치 엄지의 지문 끄트머리에 닿아 당기는 정도였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는 과정에 눈이 핑 돌았지만, 동공을 끌어내리는 마력 같은 게 있었다.
    가끔 입맛 다셔가며 쪽쪽 거리다가도 한 번씩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다 비운 그 백색 봉지는 미치겠는지 거저 나의 얼굴만 똑바로 보았다. 드립 커피와는 비교도 하지 마! 블루마운틴 보다 더 맛있어 그러니까 당신도 한 번 흡입해 봐! 미칠 거야.
    나는 까만 코피를 연방 터트렸지만, 왼쪽을 눌러 지압하고 중앙에 수레바퀴 지나는 것을 보았다. 다시 오른쪽으로 가볍게 누른 후 끌고 갔다. 코피는 그단새 굳어 있었다.


    시제 “내일”을 본다. 일단, 내일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야겠다. 가만 생각하면 시는 의미 두고 보면 마치 ‘나의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시를 끝까지 읽으면 내일 일어날 일에 대한 현재의 투철한 노력 같은 것이 보인다. 그러므로 시제는 ‘내일’이 된다.

    이 시는 총 3연으로 되었다. 1연에 “감염된 사람들”이란 시어를 볼 수 있다. 시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먼저 파악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감염된 사람들”이란 이미 등단하여 생산한 시를 말한다. 시인은 지금 감염된 사람들을 보고 있다. 그러니까 시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시인은 이를 ‘왼쪽으로 울렁거리는 혀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입술’로 심적 묘사를 했다. 질문했지만 질문은 묵살되었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시 1연은 시 접근에 관한 시의 묘사다. 곧이어 노래가 시작되었고 찬양할 신이 없었고 허락된 예감이 없었다는 것은 시 측 대변이자 시인의 시에 대한 이해 부족의 묘사다.

    시 2연은 시 속성과 본질을 두고 얘기한다. 그러니까 시는 쉽게 볼 그런 글이 아님을 얘기하는 것이다. 감염된 사람들은 모래보다 얼굴이 더 많고 나무보다 신성했다는 말은 뜻이 그만큼 많다는 얘긴데 여기서 하필 신성했다는 표현을 나무에 비교하였을까? 그건 글도 심는 작업이니 나무를 끌어다 놓은 것이다. 여기서 시인은 언술을 더 늘리고자 시적 장치로 불을 쓴다. 불은 열정이라 보면 좋겠다. 열정을 다하여 글을 읽다 보면 그 속뜻을 알 게 되니까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필요했다고, 우리는 우리에게 말을 서둘러 저질렀다는 말은 앞에 우리는 우리(집)다. 이제는 이 글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감염이 된다. 그러므로 감염된 청중이라는 시구가 나오고 이 속에서 머리가 없는 아이들이 파랗게 기어 나오는 것이 된다. 드디어 뚜껑 열린 셈이다. 시인은 이를 모두 병균이라 표현했다.

    시 3연은 말이 말이 없는 자살을 시작하자 아무도 누가 죽은 것에 대해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은 시 해체다. 그러니까 완벽한 시적 교감이다. 뜻을 보지 않으려고 일제히 눈을 감았다는 것은 시 이해에 대한 시인의 심적 묘사다. 시를 완벽히 이해하면 시가 나온다. 이것을 시인은 뜻이 없는 곳에서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표현한다. 여기서 뜻이 없는 곳은 정말 뜻이 없는 곳이 아니라 아까 이해한 그 ‘감염된 사람들’을 이해하였으니 더는 뜻이 없어진 거나 다름없다. 이것은 곧 혁명이다. 하지만 감염된 것이므로 변종이고 변화고 또 감염이다.

    그러니까 나의 시 “어떤 약”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변종이고 변화고 감염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논어에 기욕립이립인己欲立而立人하며 기욕달이달인己欲達而達人이니라는 문장이 있다. 내가 서려는 곳에 다른 사람도 서게 하며 내가 다다르는 곳에 다른 사람도 다다르게 한다는 말이다. 시는 이미 立이며 達의 세계다. 立과 達은 그냥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 옥돌 같은 시어로 징검다리를 놓아주고 있다. 연과 행과 시구와 시어로 말이다. 그러니까 시를 정확히 읽는 문제는 얼마나 또박또박 읽으며 그 원인을 묻고 대답하는 과정의 성실에 있겠다. 이 시에서도 시 2연에는 부연설명과 같은 시 문장이 있지 않은가? 굳이 쓴다면, ‘이제 불이 필요했다 불은 뜻이었고 불은 질문이자 대답이었다.’
    마무리하자면, 시는 그 자체가 시 해석과 더불어 우리를 시로 이끈다. 굳이 이렇게 시 해석과 감상이 있겠나 싶다. 하지만, 글은 읽는 이에게 각기 다른 상을 이끄는 것도 사실이라 비교하며 읽는 맛도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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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박성준 1986년 서울 출생, 2009년 <문학과 사회>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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