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조 / 성동혁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홍조 / 성동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24회 작성일 17-01-26 00:02

본문

홍조 / 성동혁




    칼을 눕히며
    검지에 새긴 문신을 읽어내고 있다
    슬픔은 신에게만 국한된 감정이면 좋을 뻔했다
    머리카락을 끊어내는 중이다
    헌금함에 머리카락을 넣고 천막을 뜯었다
    주일이면 종탑에 갇힌 달처럼
    검지를 접었다 펴며 종소리를 셌다
    휘발되는 것들은 내 위로
    그림자를 버렸다
    종탑 위 텅 빈 새들이
    예배당을 나서는 내게로 뛰어내렸다
    나는 왼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새벽이면 십자가를 끄는 교회를 보며
    칼을 눕혔다
    나는 호기심을 참으며 구원을 받느라
    여전히 누가 눈을 뜨고 기도하는지 알 수 없다
    신은
    나를
    동산 위를 걸어가는
    붉은 포자라고 했다



鵲巢感想文
    레프 톨스토이의 말이다. 즐거운 놀이는 많은 일을 하는 것보다 더 필요하며 중요하다고 했다. 놀이와 공부는 서로 통하는 것이 있다.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것이 즐겁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때론 복잡한 머리가 선한 대로에 이끄니, 이로 하루의 중압감이 풀린다면 더 바랄 게 있을까! 

    시는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해석은 여러 가지다. 탐미적으로 읽으려면 탐미적이고 유희적으로 읽으려면 또 유희적이다. 시제가 ‘홍조’다. 홍조는 아침 해가 붉게 비치는 자연현상을 말하기도 하고 부끄러워서 취하여 붉어지는 빛이다. 여성의 월경도 홍조다. 그러고 보면 시가 어찌 탐미적으로도 읽힌다. 시인은 이 시를 탐미적이거나 관능미로 그리려는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글은 시로 맺어야 한다. 그러니까 다각적인 해석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시 첫 행을 보면 ‘칼을 눕히며’라고 했는데 이때 칼은 책이 될 수도 있으며 실지 한 여성을 그리며 쓸 수도 있기에 상징이다. 칼을 눕히는 것은 칼 같은 그 무엇을 눕힌 것이 된다. 칼의 형태미로 책으로 보기에는 어렵지 싶으나 칼 같은 문장은 그에 범접한 시어라 해도 좋겠다.

    검지에 새긴 문신을 읽어 내거나 슬픔은 신에게만 국한된 감정, 머리카락을 끊어내는 것은 시인의 시에 대한 접근이다. 여기서 머리카락이라는 시어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머리카락은 가늘고 길다. 무엇보다 색상은 검정이다. 물론 곱슬머리도 있을 것이며 직모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가는 문장을 제유할 수도 있음직하다. 헌금함에 머리카락을 넣고 천막을 뜯었다는 말은 항상 주체적 측면에서 시를 읽으려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시의 처지로 보면, 헌금함은 독자를 제유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집은 독자가 사다 보는 격이니 어쩌면 헌금함이라 해도 크게 나쁘지는 않기 때문이다. 독자의 머리에 머리카락 같은 문장을 넣고 고정관념(천막)을 뜯어냈다면 어떨까! 뭐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렇게 읽어 보자는 뜻이다.

    주일이면 종탑에 갇힌 달처럼, 달은 항상 희망적 마음을 표현한다. 이상향이다. 종탑이라는 시어는 시인을 제유한 시어라 생각도 들지만, 시의 객체로 보인다. 종탑이라는 시어를 생각하니, 시인 송찬호 선생의 ‘모란이 피네’라는 시가 생각난다. 이 시에서는 종지기=>종탑=>종소리로 화자를 은유한 시어로 점층적 기법으로 쓴 시였다. 검지를 접었다 펴며 종소리를 셌다는 시인의 능청을 우리는 읽고 있지만, 해석하기는 좀 난감하다. 종소리를 들었다는 것은 시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시 12행에 보면 나는 왼쪽으로 기울고 있었다는 표현을 보면, 우리는 책을 오른쪽 넘기며 보지는 않는다. 그러니 왼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시의 처지로 보면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본다고 할 때 오른쪽으로 기우는 것도 맞다. 그러면 그것에 맞게 시적 언어를 사용할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왼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 아니고 태양을 바라본 해바라기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짝 넘긴다든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기울였다는 표현으로 써도 무관하겠다.

    신은 나를 동산 위를 걸어가는 붉은 포자라고 했다. ‘신’이나 ‘동산’은 이 시에서 가장 재밌는 표현이다. 신은 사람 이름의 약자인지 아니면 진짜 신인지 물론 위에 십자가가 나오고 교회가 나오기는 했지만, 이들 모두도 제유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동산은 부동산에 대한 대체적 시어로 움직이는 산이다. 여기에 포자도 그렸으니 홍조가 된다.


    이 시를 읽다가 관능미로 보기에는 어려운 이런 일이 있었다. 국회 로비 전시회에 전시된 현직 대통령 풍자 그림에 대해 일각에서는 여러 말이 많다. 정치적 풍자는 당연한 얘기지만, 여성을 비하한 성폭력이라느니 나라를 이 지경으로 끌고 온 지도자에 대한 조롱으로 예술적 승화로 보아야 한다는 둥, 여러 말이 많다. 그림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풍자하여 잠자는 대통령의 모습을 담았다. 그림의 제목은 ‘더러운 잠’이다. 오죽하면 이런 그림이 걸렸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라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분명히 보아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단 1초라도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
각주]
    성동혁 1985년 서울 출생, 2011 <세계의 문학> 등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7건 7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0 0 02-08
66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4 0 02-08
66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2 0 02-08
66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5 0 02-07
66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0 0 02-07
66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1 0 02-06
66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0 0 02-06
6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8 0 02-06
6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5 0 02-05
6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6 0 02-05
65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5 0 02-04
6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0 0 02-04
6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0 0 02-04
65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9 0 02-03
6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8 0 02-03
65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4 0 02-02
6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5 0 02-02
6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5 0 02-02
6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7 0 02-01
6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9 0 02-01
64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1 0 01-31
6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6 0 01-31
6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1 0 01-31
6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4 0 01-30
6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8 0 01-30
64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6 0 01-29
6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8 0 01-29
64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1 0 01-28
6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7 0 01-28
63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0 0 01-27
6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5 0 01-27
6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4 0 01-27
6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8 0 01-26
열람중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5 0 01-26
63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7 0 01-25
6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0 0 01-25
6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6 0 01-25
6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5 0 01-24
6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8 0 01-24
62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2 0 01-23
6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6 0 01-23
6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0 0 01-23
6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2 0 01-22
6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8 0 01-22
62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 0 01-21
6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1 0 01-21
6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9 0 01-21
620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1 0 01-20
619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4 0 01-20
6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 0 01-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