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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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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등 / 문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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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80회 작성일 17-01-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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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 문정영




    거울에 비친 등은 쓸쓸하다. 죽은 날벌레 같은 뾰루지 몇 개 달고 있다. 원형이 사라진 엉덩이와 뼈대가 보이는 척추를 따라 머리칼은 오래된 이력처럼 적을 것이 없다. 내내 앞의 눈치에 뒤를 열어 두지 못한 사내의 모습이 거기 있다. 사랑은 앞에서 오는 것이라고, 뒤태를 소홀하게 대하더니 어느 하나 비추지 못한다. 귓속말처럼 등은 소소한 일을 처리하면서 많은 굴욕을 겪었다. 흔들리지 않고 버티는 중심이 생겼다. 쉽게 붉히는 얼굴을 가진 앞은 결핍성을 감추고 있다. 등은 스스로를 비추는 줄 모르고 비춘다. 등은 뒤돌아서도 등이다.



鵲巢感想文
    등은 사람이나 동물, 척추동물의 몸통을 지지하는 가슴과 배의 반대쪽 부분을 일컫기도 하며 물체의 위쪽이나 바깥쪽에 볼록하게 내민 부분을 말한다. 또 등은 어두운 곳을 밝히는 불빛을 내보내는 기구다.

    이 시에서 등은 상징으로 여러 가지 뜻을 지녔으며 중첩적으로 쓴 시다. 거울에 비친 등은 쓸쓸하다. 여기서 등은 등 같은 자아를 말하기도 하며 자아에서 파생된 흔적으로 보아도 괜찮겠다.

    원형이 사라진 엉덩이와 뼈대가 보이는 척추를 따라 머리칼은 오래된 이력처럼 적을 것이 없다. 시적 묘사로 그린 문장이다. 세월의 무상함을 표현하였지만, 문장의 탐구로 빚는 학식의 비애감이 묻어나 있다.

    내내 앞의 눈치에 뒤를 열어 두지 못한 사내의 모습이 거기 있다. 한 사내로서 사회와 조직에 당당하지 못한 태도를 그렸다. 어쩌면 시는 앞의 눈치에 말 못 할 사정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앞에서 오는 것이고 뒤태를 소홀하게 대하더니 어느 하나 비추지 못한 결과가 된다.

    귓속말처럼 등은 소소한 일을 처리하면서 많은 굴욕을 겪었다. 등(燈, 背面, 詩, 自我) 같은 문장은 귓속말처럼 나를 비추기도 하고 나를 지지하고 북돋워 주지만, 한 편으로는 이것은 굴욕이다.

    흔들리지 않고 버티는 중심이 바로 등이다. 나의 지식과 지혜는 등처럼 밝을 수는 없으므로 결핍을 안고 있다. 등은 등인 줄도 모르고 스스로 비춘다. 뒤돌아서도 등이다.



    거저 시를 읽다가, 등을 생각한다.
    나에게 등은 무엇인가? 등처럼 나를 지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책인가? 사람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이덕보덕(以德報德)이라는 말이 있다. 공자의 말씀으로 남이 덕을 베풀면 자기도 덕으로 그것을 갚는다는 뜻이다. 더 나가 노자는 도덕경 63장에 보원이덕(報怨以德)이라 했다. 원망을 덕으로 갚는다는 뜻이다.

    전국시대 위나라 사람 중에 오기(吳起,?~B.C 381)라는 장군이 있었다. 그는 위나라의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나 생활이 방탕하여 재산을 다 날렸다. 그 뒤에 위나라를 떠나 증자(曾子, 공자의 제자)의 문하에 들어가서 글을 배우고, 노나라의 공부(曲阜, 중국 산동성)에서 병법을 배워 한 사람의 병법자가 되었다.

    노나라에서 벼슬을 하고 있을 때 노나라는 오기를 시켜서 제나라를 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오기의 아내가 제나라 출신이었기 때문에 의심을 받게 되었다. 그러자 오기는 아내를 죽이고 대장이 되어 제나라 군사를 크게 쳐부수었다. 제나라와 전쟁하여 큰 공을 세우자 오기를 시기한 어떤 신하가, 오기는 출세를 위하여 아내까지 죽인 냉혹하고 인정 없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오기는 죄를 입을 것이 두려워 위나라로 달아났다. 위나라의 문후文侯가 오기를 장군으로 기용했다.

    오기는 진나라와 싸워 다섯 개의 성城을 빼앗았다. 전쟁 중에 오기는 병졸들과 먹고 자는 것을 함께 했다. 어느 날 한 병사가 독한 종기腫氣로 고생을 하는 것을 오기 장군이 직접 입으로 고름을 빨아 주었다. 그 병사의 어머니는 그 말을 전해 듣고 목 놓아 울었다.

    사람들은 무슨 까닭이냐고 물었다. 그 병사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 아이의 아버지도 몇 해 전에 군대에서 종기를 앓았어요. 그런데 그때 오 장군이 직접 고름을 빨아주셨답니다. 남편은 그 은혜에 감복感服하여 앞장서 싸우다가 얼마 안 가서 전사戰死하고 말았어요. 이번엔 그 아이의 고름을 빨아주셨으니 그 아이도 은혜에 보답하려다 또 전사할 것 아닙니까? 아아! 불쌍한 내 자식”

    참으로 안타까운 사정이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이든 사람은 자기에게 덕을 베푼 사람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물론 그것이 사람 마음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인간사人間事의 여러 부분에서 이 원리는 작용하고 있다. 지도자는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자기를 따르는 사람이 생기면 그들을 이끌고 큰일을 할 수 있다. 물론 목적이 잘못된 것이면 큰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큰일을 저지르고 말겠지만, 사람을 얻지 못하면 큰 사업을 경영할 수 없다.


    시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사기> 손자오기열전에 나오는 오기의 얘기를 굳이 할 이야기는 없지만, 시 ‘등’을 읽다가 등처럼 나를 받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며 생각했다. 개인 사업가인 나는 등이 될 수 있는 ‘덕’을 쌓고 있는지 생각했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카페로 거듭나야 할 일이다. 편안한 자리제공, 메뉴개발 등 여러 가지로 일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 친밀히 다가설 수 있는 친절함이 몸에 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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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문정영 전남 장흥 출생 1997 <월간문학> 등단
    고전의 품격 이현구 지음, 문화문고..155p
    오기(吳起,?~B.C 381)
        중국 전국시대의 군사 지도자며 정치가였다. 위나라 사람이며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밑에서 공부한 적 있다. 군대를 이끄는 데 재능을 보였으며 노나라, 위나라, 초나라를 섬겼다.
        전국 7웅(七雄) 가운데 가장 먼저 발전한 나라는 위(魏)였다. 위의 문후(文侯)는 이회와 서문표를 등용하여 농업생산력을 증진하는 한편, 오기. 악양등의 장군을 기용하여 영토를 확대했다.
        위나라에서 그는 큰 전투를 지휘하여 많은 공을 세웠으며, 당시 재상으로 임명된 전문(田文)과의 공로를 비교한 문답이 <사기> ‘손자오기열전’에 나온다. 후에 그는 초(楚)나라로 가서 도왕(悼王)에 의해 재상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초나라에서 봉건 혁명을 이끌어 초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혁명이 구 귀족을 노하게 하고 초왕의 사후 피살되었다. 그는 초나라의 법을 이용해 죽을 때도 화살이 죽은 초나라 왕의 시신에 맞게 하여 50여 명 이상의 초나라 귀족의 일족들을 멸하게 하였다.
        그가 남긴 저서로 <오자병법吳子兵法>이 있다. 연저지인(吮疽之仁, 종기를 빨아주는 인자함)의 고사로도 유명하다. 그는 법가의 인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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