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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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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55회 작성일 17-01-3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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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민구




    나는 조용히 박쥐떼가 우글거리는 동굴로 들어갔다 산 아래부터 길을 인도하던 빛은 두려운 존재를 맞닥뜨린 듯 어느새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주머니 속의 두 손은 눈앞이 캄캄해진 틈을 타서 황급히 시야를 빌려 왔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알은 처음 망치를 쥐어본 이처럼 허공의 만만한 자리를 골라 쾅쾅 못을 박기 시작했다

    나의 내부, 기울고 습한 창고에서 꺼낸 연장은 녹이 슬고 날이 무뎠지만 어둠의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자르고 끼워 맞추기 또한 쉬웠다

    불현 듯 머릿속을 지나는 산양의 엉덩이를 때려 침대를 만들고 현관을 달기 위해 재채기를 했다 연탄가스를 마신 기억을 떠올리자 지붕 위로 검은 새가 날고, 한 사발 제때 들이켠 국물로 집 앞 호수에 보트가 떴다

    나는 내가 못 박은 것이 누군가의 옷자락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커다란 대못이 박힌 외투를 벗었다 나는 천천히 그의 알몸에 새겨진 문신을 읽어나갔다 어떤 그림은 그의 살갗에 스몄고, 어떤 문장은 몸 밖으로 날아가서 동굴 천장에 매달렸다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나는 돌아가야 했다 무언가 근사한 건물이 하나 세워지리란 기대를 풀어 허기진 배를 달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鵲巢感想文
    시제 ‘독서’는 시인의 독서와 시를 중첩적으로 그린 묘사로 이룬 시다. 시는 총 6연이다. 두 연씩 묶어 기, 전, 결 즉 서론 본론 결론으로 묶을 수 있다.
    기起에 해당하는 부분은 독서를 시작하는 계기다. 물론 책을 읽는 것은 시를 쓰기 위한 전초전이다. 박쥐 떼가 우글거리듯 글자와 산 같은 책을 맞닥뜨린 자아의 개념이다. 황급히 시야를 빌려온 행위와 처음 망치를 쥐어본 이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알은 독서를 통한 사색과 그 사색을 통한 글쓰기의 시작 단계를 묘사한다. 결국, 시인은 허공의 만만한 자리를 골라 못을 박는다.
    전轉에 해당하는 3연과 4연은 본격적인 시인의 글쓰기에 대한 묘사다. 내면은 기울고 습한 창고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우리 인간의 두뇌는 97%가 부정적인 사고로 뒤덮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얼마만큼의 긍정적 사고로 전환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시 4연을 보면, 불현 듯 머릿속을 지나는 산양의 엉덩이를 때려 침대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거기다가 현관을 달기 위해 재채기를 했다. 시적 묘사의 탁월한 문장을 우리는 보고 있는 셈이다. 머릿속에 산양이 지나가겠는가마는 산양이 지나듯 불현 듯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음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가 그 엉덩이를 때렸으니 산양이라는 사색은 얼마나 놀라며 날뛸까! 불현 듯 떠오르는 사색임을 알 수 있다. 침대를 만들고 현관을 달기 위해 재채기를 한 행위는 시에 대한 접근의 신호탄이다. 그만큼 독서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연탄가스를 마신 기억과 한 사발 제때 들이킨 국물 그러자 새가 날고 보트가 뜨고, 이는 기억력에 대한 묘사다. 연탄가스를 마신 것처럼 머리가 띵하다가도 국물 한 그릇 비운 만큼 시원한 것도 없으니 마치 새가 날 듯, 보트가 떠 있듯 글쓰기의 난조와 순항을 묘사한다.
    결結에 해당하는 5연과 6연은 독서의 이해와 시 쓰기로 맺는 글이다. 5연은 시 해체다. 어렵든 글을 파악한 묘사로 문신을 파악하듯 고대문자를 밝힌 것과 같은 어떤 기쁨이 숨었다. 시인은 자정까지 이 글을 읽었으며 시의 해체는 또 다른 건축을 올리려는데 충분한 재료로 희망을 안겨다 주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자왈子曰: "가여언이불여지언可與言而不與之言, 실인失人; 불가여언이여지언不可與言而與之言, 실언失言."
    물론 이 문장 뒤에 공자의 말씀은 더 이어진다. 知者, 不失人, 亦不失言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을 잃지 않으며 역시 말도 낭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시와 크게 와 닿는 말은 아니다. 독서라는 시를 읽으니 필자는 책에 더 관심이라 하는 말이다.
    원문의 내용은 함께할 사람인데도 더불어 말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는 것이고 함께 말할만하지 않은데도 말하는 것은 말을 낭비하는 것이다. 즉 실언이다.
    역린(逆鱗)이라는 말이 있다. 용이라는 동물 그 목 밑에 거꾸로 박힌 비늘이 있다. 이 비늘을 잘못 만지기라도 하면, 용의 목숨 또한 위태한 것이라 이를 건드린 자는 목숨까지 위태롭다. 용은 성질이 유순하고 잘 길들이면 타고 다닐 수 있겠으나 역린만큼은 조심하여야 한다. 이것은 비유다. 역린이 용에게만 있겠는가? 모든 사람은 이 역린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무시하고 설득하려다가 오히려 반발을 사서 자기의 목적과 전혀 다른 길을 갈 수 있음이다. 그만큼 말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세상 살다 보면 나에게 맞는 사람이 있고 즉 친구가 될 만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 못 된다. 너무 이득을 좇는 사람도 좋은 친구는 아니다. 책만큼 좋은 친구는 없고 책처럼 남에게 서 있다면, 친구가 왜 없겠는가!
    200여 년 전 다산이 즐겼던 놀이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거기다가 민주주의도 꽤 발전한 나라다. 한때 문화계에 블랙리스트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추후 관련 책임자들은 문책을 받기도 했지만, 뜻이 있다면 얼마든지 표현하며 사는 사회다. 올바른 뜻을 가지고 세상을 바르게 보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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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민구 인천 출생 2009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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