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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다비식(茶毘式) / 이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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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49회 작성일 17-02-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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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다비식(茶毘式) / 이선이




    아랫도리에서 불을 꺼내
    사내는
    아내의 자궁에 군불을 넣어주었다

    여보,
    불 들어가오

    아궁이 속
    그녀는 뼈로 꽃대를 세우고
    살을 발라 여린 꽃잎을 빚는다

    사내는 산(山)을 열고 들어가
    돌이 되고
   
    봄산
    화장터

    돌을 깨는 울음으로
 
    꽃이
    타오른다



鵲巢感想文
    시제가 ‘꽃의 다비식’이다. 여기서 꽃은 어떤 남자의 아내를 제유한 시어며 다비식(茶毘式)은 시체를 화장하여 그 유골을 거두는 것으로 불교 용어다. 시를 겉으로 읽으면 관능미적인 내용 같지만, 이 시는 엄연히 어떤 남자의 아내의 다비식이다.
    행 가름과 짧은 묘사는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한다. 이 시는 총 7연으로 15행으로 이루었다. 시 1연만 보면 분명 부부의 성적인 묘사다. 아랫도리에서 불을 꺼내 사내는 아내의 자궁에 군불을 넣어주었다. 불은 남근을 상징하면 군불은 사랑의 결정체다. 하지만, 시 5연은 여기는 봄산 화장터다. 우주의 관념으로 확대해석하게 한다. 그러면 아랫도리는 현시점에 사는 우리를 말하며 자궁의 일부분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현 세상은 자궁이 된다.
    언제 기독교 관련 서적을 읽은 적 있다. 우리가 현재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건 어머니의 자궁에서 치열한 삶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말에 가슴 깊이 닿은 적 있었다. 현재의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다면 내세는 온전한 성체로 태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내의 자궁에 군불을 넣어주는 남편은 내세를 위한 희생정신을 담은 것이다.
    시 2연은 여보, 불 들어가오 시의 돈호법으로 주의를 끈다. 여보라고 부르고 행 가름을 하였다. 불 들어가오. 시의 열정을 불러들인다.
    시 3연은 아궁이 속 / 그녀는 뼈로 꽃대를 세우고 / 살을 발라 여린 꽃잎을 빚는다 연 가름과 행 가름에 이미지를 마치 수제비 띄우듯 하지만, 시의 전개와 착상이다. 아궁이 같은 시인의 마음, 아내를 읽음으로써 그 뼈로 꽃대를 세우고 그 뜻을 발라 여린 시를 빚는다.
    시 4연은 시 후반부의 시작이자 결말로 잇는다. 더뎌 사내는 산(山)을 열고 들어가 돌이 되었다는 말은 시의 고체화다. 시 5연 봄산은 때와 장소로 봄산만큼 화창하며 따뜻하게 와 닿는 느낌도 없으련만 다음 이미지는 화장터다. 봄산에서 화장터로 이미지 급전환한다. 돌 깨는 울음으로, 자아의 분열과 어떤 고통을 얘기한다. 꽃이 타오른다. 시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음을 내심 강조하듯 읽힌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있다. 이 시에서는 부부의 관념으로 접근하여 우주와 내세로 확장한다. 여기서 장자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남쪽 바다의 황제는 이름이 숙儵이다.
    북쪽 바다의 황제는 이름이 홀忽이다.
    중앙의 황제는 이름이 혼돈混沌이다.
    숙과 홀이 혼돈의 땅에 찾아오면 혼돈은 극진히 대접해 주었다.
    어느 날 숙과 홀은 혼돈의 성의에 보답할 계획을 의논하였다.
    “사람은 모두 일곱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 쉬는데 혼돈은 구멍이 없으니 우리가 뚫어주자.”
    날마다 한 구멍씩 뚫었는데 7일째에 혼돈은 죽고 말았다.

    “혼돈의 죽음”을 이야기한 장자의 유명한 문장이다. 장자는 만물을 지배하는 근본 원리를 ‘도(道)’라 칭하고, 말로 설명하거나 배울 수 있는 도는 진정한 도가 아니라고 보았다. 도라는 것은 시작도 끝도 없고 한계나 경계도 없으며, 우리 인생은 도의 영원한 변형에 따라 그저 흘러갈 뿐이다. 따라서 세상 만물은 저절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며 여기에 인간이 끼어들어 좋은 것, 나쁜 것, 선한 것, 악한 것을 구별 짓거나, 이 상태가 저 상태보다 낫다는 등의 가치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덕이 있는 사람은 항상 환경, 개인적인 애착과 인습 등의 욕망에서 벗으나 흐르는 물이나 바람처럼 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혼돈에게는 숙이와 홀은 남이 아니다. 만물일체萬物一體다. 혼돈은 세계 그 자체고 안과 밖의 구분을 모른다. 또 구분할 필요도 없다. 인위적인 행위는 도를 깨뜨리는 것이 되며 이는 곧 죽음을 뜻한다. 말하자면, 구분은 뒤에 차별이 생기고, 차별 뒤에 선택이 생기며, 선택 뒤에 쟁탈이 생기기 때문에 죽음은 불가피하다.
    시 감상하다가 너무 거창하게 나갔다. 시는 일심동체를 넘어 만물일체다. 만물일체의 그 이행은 마치 인위적인 것 같아도 시인의 언변력으로 사실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안해가 있어도 없는 것 같고 없어도 있는 것 같은 세상 한 자락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필자다. 모든 것이 꽃이 아닌 것이 없고 모든 것은 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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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이선이 경남 진양 출생 1991년 <문학사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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