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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불시착 / 윤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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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78회 작성일 17-02-0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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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착 / 윤의섭




    앞집 담장에는 수의를 맞춰준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싸늘한 가을바람이 휘감긴다
    어젯밤부터 눈치는 채고 있었다
    길가의 풀벌레들이 다가서는 기척에 가로등 점멸하듯 울음을 끌 때
    좀 전까지 보이던 별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그러나 이 과묵한 아침에 어김없이 돌고 있는 미장원 간판과
    필사적으로 햇살을 헤집는 플라타너스 잎새는 왜 낯설지 않은가
    베란다에서 세상과 연을 다한 장미는 줄기에 매달린 채 풍장을 선택하고
    몇 개월째 방치되었던 차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한 무리가 모여 앉아 밥을 먹는다
    수북한 고봉의 묘혈을 판다
    새로 이륙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언제나 마당을 깨끗이 쓸어 싸리비 자국이 선명하다
    활주로 표식처럼 돌멩이를 가지런히 고르고 물을 뿌렸다
    방바닥의 먼지를 걷어내고 제식처럼 하루 종일 가구를 문지른다
    오늘도 별빛은 내려올 것이다




鵲巢感想文
    시인 윤의섭 선생의 시 두 편을 ‘카페확성기1’에서 감상한 바 있다. 오늘은 시인의 시제 ‘불시착’을 감상한다. 시제가 불시착인데 어찌 불시착不時着이 아니라 불시착不詩錯으로 보인다.
    시 1행에서 16행까지 시에 대한 묘사다. 어쩌면 시는 어긋나지 않게 짜 맞추는 것이다. 말하자면 맹점을 찔러 요점을 찾는다. 앞집 담장에는 수의를 맞춰준다는 현수막이 걸렸다는 문장을 보자. 담장은 너와 나의 경계다. 그 경계에 수의를 맞춰준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시인은 그 현수막을 지금 보고 있다. 마치 현수막을 보듯 글을 본다는 말이다. 글을 보는 목적은 예쁜 수의를 얻기 위함이다. 싸늘한 가을바람이 휘감긴다. 1년 4계절을 인생으로 보면 가을은 장년기를 넘어 중년기다. 싸늘한 가을바람이니 중년기도 지나가는 나이다. 이러한 때 가을바람은 싸늘하게 불고 이러한 때 늦은 꽃이라도 맺고 싶은 게 시인의 마음이다. (휘감긴다.)
    시인은 어젯밤부터 시에 대한 몰입으로 밤샘 작업을 한 셈이다. 길가의 풀벌레 기척과 가로등 울음, 별이 사라졌다는 말은 시 불시착에 가까워졌다는 말이다. 시라는 물체가 오고 있는 어떤 전조의 암시다. 이것은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이 과묵한 아침에 어김없이 돌고 있는 미장원 간판에 묘사했다. 한마디로 돌 지경이다. 하지만, 미장원처럼 깔끔하게 다듬고 싶은 욕망이 숨었다.

    필사적으로 햇살을 헤집는 플라타너스 잎새는 왜 낯설지 않은가! 자아의 이미지 변환을 볼 수 있다. 현수막=>가을바람=>풀벌레=>별=>미장원 간판=>잎새로 전환한다. 이는 모두 자아를 뜻하는 시어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자아 심적 묘사의 변이다.
    베란다에서 세상과 연을 다한 장미는 줄기에 매달린 채 풍장을 선택하고, 여기서 베란다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마지막 보류며 장미는 시인이 그리는 꽃은 아니지만, 시인이 곧 피울 꽃의 모태는 된다. 그러니까 풍장 하듯 바람에 제 뜻대로 교감한다. 이는 수많은 눈을 가질 수 있으며 수많은 꽃의 아버지다.
    몇 개월째 방치되었던 차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차(車)를 시어로 사용했다. 차는 바퀴가 있으며 무엇을 실어 나르는 물체다. 여기서 차는 시인의 정신적 교감이었던 부산물의 총체다.
    한 무리가 모여 앉아 밥을 먹는다. 시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단어(시어)와 문장과 시인이 본 사물을 이용하여 불시착한다. 이미지를 작가의 중심에 착 붙여서 작가의 감정을 이입하며 문장을 만들고 행을 만든다. 이러한 모든 자료는 가구라 하며 이러한 모든 자료가 수북한 상태는 고봉이다. 이 고봉으로 묘혈을 판 것이 시다.
    언제나 마당을 깨끗이 쓸어 싸리비 자국이 선명하다. 시인의 시에 대한 복종과 지긋한 사랑을 볼 수 있다. 싸리비는 싸리+비다. 싸리는 콩과의 식물이지만 작은 고추를 뜻하기도 한다. 그만큼 작고 맹랑하며 맵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시에 대한 악착이다.
    활주로 표식처럼 돌멩이를 가지런히 고르고 물을 뿌렸다. 시 탄생의 임박이다. 활주로 표식으로 시 불시착에 대한 이미지 중첩을 노렸다. 방바닥의 먼지를 걷어내고 제식처럼 온종일 가구를 문지른다는 말은 시 문장을 다듬는다는 말이며 여기서 가구는 가구家具가 아니라 가구架構다. 전에 이승희 시인의 시 ‘모든 가구는 거울이다’에서 한 번 쓴 적 있다.*
    오늘도 별빛은 내려올 것이다. 오늘도 시는 쓰일 것이다. 그러므로 시는 불시착不詩錯으로 온다, 내려온다는 말이겠다.


    공자는 여러 나라에 구전되던 시 3천 편을 모아 그 가운데 305편을 가려서 ‘시경’이라는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말하기를 시 삼백 수는 한마디로 말해 사특함(思無邪)이 없다고 하였다. 시는 진솔한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굳이 거짓을 각종 은유로 말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벌가벌가伐柯伐柯 기칙부원其則不遠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시경에 나오는 말이다. 뜻은 도끼 자루를 베고 도끼 자루를 베네. 그 법칙은 멀리 있지 않구나, 즉 딱 맞게 자르는 법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이다. 나무꾼은 도끼 자루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잘랐는데 얼마만큼 잘라야 옳은 것인지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손에 쥔 도끼  자루를 갖다 대보면 알 수 있는 것을 까맣게 몰랐다.
    시를 쓴다고 많은 고민을 하지만, 고민할 필요가 있겠나 싶다. 정녕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나열하며 써보면 어떨까! 그 언어에 감정이입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시인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쌀밥에 한 젓가락씩 오른 보시 한 점 / 鵲巢

    새롭게 단장한 간판 ‘동태찜’ 그 어떤 수식어도 없었다. 겨울이 끝날 무렵, 배 촐촐한 정오였다. 문이 꽉 닫힌 가게 유리창은 뜨거운 김으로 가득하고 문 열자 자리는 한 군데 꿰차고 앉을 곳 없다. 멀뚱멀뚱하게 선 허공은 어떤 의미도 없는 푯대였다. 바깥은 고요하여 나뭇잎 한 장 떨어지며 물 위에 앉는다. 나이테처럼 봄 햇살만 따갑다. 작업복 입은 남자 셋 나오고 정장 차림의 여성과 신사복 입은 남자가 나왔다. 나는 다시 문 열고 빠끔히 들여다보았다. ‘아줌마 저쪽에 앉아도 되나요?’ 콩나물 폭폭 동태 찜 한 접시

    하얀 쌀밥에 한 젓가락씩 오른 보시 한 점


    오늘 일기에서 낚은 시 한 수다. 부모님 모시고 동네 ‘동태찜’ 식당에 갔다. 바깥은 7, 80년대 풍 거리, 문은 닫혀 조용하게만 보였다. 식당은 만 원이었다. 바깥에 서서 기다리느니 차 안에 앉아 몇 명의 손님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안에 들어갔다. 역시나 시장도 시장이겠지만, 따끈한 동태찜 한 그릇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입맛이었다. 더구나 부모님과 함께 한 이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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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 카페 확성기 1권 참조
    * 윤의섭 1968년 경기도 시흥 출생 1992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와 1994년 <문학과 사회>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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