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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一者 / 김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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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47회 작성일 17-02-0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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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者 / 김언희




    어딘가를 건드리면 쉬익 푸른 불길로 솟구치는 者다 가스라이터처럼 새파란 불길로 훌훌 뛰는 者다 쉭쉭거리는 者다 허덕이는 者다 헐떡거리는 者다 피가 거꾸로 도는 者다 돌리는 者다

    먹이의 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리는 맹금처럼 어미의 꿈이 끊어지기를 기다리는 者다 고기 없이는 단 하루도 못 사는 者다 가리는 고기가 없는 者다 개의치 않는 者다 개의치 않고 먹는 者다 먹이는 者다 포식자와 피식자가 한몸인 者다

    너무 쉽게 너를 벗기는 者다 나무젓가락처럼 너를 쫙 쪼개는 者다 서너번 빨고 우지끈 등뼈를 꺾어 휴지통에 던지는 者다 빼도 박도 못하는 너를 김빠진 시체로 만드는 者다 입구이자 끝인 者다 출구이자 끝인 者다

    혓바닥이 발바닥인 者다 십자가 대신 갈고리가 오는 者다 머리도 내장도 없이 내걸리는 者다 익명의 사지로 우둘우둘 떠는 者다 제수祭需처럼 전설되는 者다 부위별로 음복되는 者다 두개골이 석류처럼 달게 벌어져 있는 者다

    사력을 다해 죽어 있는 者다 폭로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모든 것을 폭로하고 있는 者다 휘파람으로 네 넋을 바르는 者다 휘파람으로 네 심장을 가르는 者다 피 한방울 묻히지 않고



鵲巢感想文
    詩는 어딘가를 건드리면 쉬익 푸른 불길로 솟구치는 者다 詩는 가스라이터처럼 새파란 불길로 훌훌 뛰는 者다 詩는 쉭쉭거리는 者다 詩는 허덕이는 者다 詩는 헐떡거리는 者다 詩는 피가 거꾸로 도는 者다 詩는 돌리는 者다

    詩는 먹이의 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리는 맹금처럼 어미의 꿈이 끊어지기를 기다리는 者다 詩는 고기 없이는 단 하루도 못 사는 者다 詩는 가리는 고기가 없는 者다 詩는 개의치 않는 者다 詩는 개의치 않고 먹는 者다 詩는 먹이는 者다 詩는 포식자와 피식자가 한 몸인 者다

    詩는 너무 쉽게 너를 벗기는 者다 詩는 나무젓가락처럼 너를 쫙 쪼개는 者다 詩는 서너번 빨고 우지끈 등뼈를 꺾어 휴지통에 던지는 者다 詩는 빼도 박도 못하는 너를 김빠진 시체로 만드는 者다 詩는 입구이자 끝인 者다 詩는 출구이자 끝인 者다

    詩는 혓바닥이 발바닥인 者다 詩는 십자가 대신 갈고리가 오는 者다 詩는 머리도 내장도 없이 내걸리는 者다 詩는 익명의 사지로 우둘우둘 떠는 者다 詩는 제수祭需처럼 전설되는 者다 詩는 부위별로 음복되는 者다 詩는 두개골이 석류처럼 달게 벌어져 있는 者다

    詩는 사력을 다해 죽어 있는 者다 詩는 폭로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모든 것을 폭로하고 있는 者다 詩는 휘파람으로 네 넋을 바르는 者다 詩는 휘파람으로 네 심장을 가르는 者다 詩는 피 한방울 묻히지 않고

    시에 관한 묘사로 이보다 더 좋은 시는 없을 것이다.


    환공桓公은 춘추시대 제나라 군주로 관중의 보필을 받아 패권을 차지한 왕이다. ‘장자’에 환공이 나오는 우화가 있다.
    환공이 당상堂上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수레를 만드는 기술자는 뜰, 아래 수레바퀴를 깎고 있었다. 그런데 수레 기술자가 손에 들고 있던 망치와 끝을 내려놓고 뜰 위의 환공에게 질문을 했다.
    “무례無禮를 무릅쓰고 여쭤봅니다만 임금께서 지금 읽으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성인의 말씀이니라.”
    “그 성인은 지금 살아 계십니까?”
    “벌써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임금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 성인의 찌꺼기 같은 것이군요.”
    신분이 낮은 수레 기술자의 입에서 말이 이렇게 나오니 환공은 격노激怒했다.
    “네가 책을 읽고 있는데 수레 만드는 자가 어찌 함부로 참견을 하였는가? 이유가 옳으면 살려줄 것이지만 이유를 제대로 대지 못하면 죽이리라.”
    기술자는 담담하게 대답하였다.
    “신臣은 제가 늘 하고 있는 일을 가지고 생각한 것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헐겁게 깎으면 굴대가 겉돌고, 빡빡하게 깎으면 굴대가 끼워지지 않습니다. 헐겁지도 빡빡하지도 않게 깎는 것은 순전히 손에 익은 기술과 마음의 오묘한 짐작일 뿐, 입으로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최고의 기술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제가 아들에게도 이것을 가르치기 어려워 칠십이 되는 이 나이까지도 직접 수레바퀴를 깎고 있는 것입니다. 옛날 성인들도 자기의 경지를 남에게 전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임금께서 읽고 계시는 그 책은 최고의 경지를 전할 수 없고 그래서 찌꺼기라 말씀드렸습니다.”

    장자는 이 우화에 앞서 글과 말, 마음보다 더 근원적인 것에 대하여 말한다. 글은 말을 적은 것이고 말은 마음속의 뜻을 표현한 것인데 마음속의 생각은 넓고 다양한 경험과 오랜 시간의 경험을 토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마음속의 생각은 더 많은 전체의 한 부분일 뿐이고 말이나 글은 그러한 마음의 움직임을 충분히 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고 경지의 오묘한 비밀은 말이나 글로 전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주역周易’에도 “서불진언 書不盡言 언불진의言不盡意”라는 말이 나온다. “글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은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는 뜻인데 장자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말한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혼신을 다하여 오랜 시간 쌓은 경력은 다른 사람이 설명이나 책으로 읽어서 그대로 배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책은 참고 자료이고 자신의 피나는 노력과 경험을 통하여 시행착오를 거치면 오묘한 경지의 실력자가 될 것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언어의 미묘한 경지에 올랐다는 것일 게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통나무다. 그러니까 아무리 언어를 잘 사용한다 해도 뒤돌아서면 무언가 거칠고 사각지대가 있는 것만 같다. 내가 유머 감각이 아주 뛰어나다면 말은 타고 다닐 만하나, 그렇지 못하면 그저 묵언수행黙言修行하는 것도 괜찮다. 다소 미소만 약간씩 띠며 있는 거다. 상대는 이 미소만 보아도 흐뭇하다. 입은 먹는 것도 힘이 들 지경인데 어떤 덕이라도 있을까마는 힘들어 행한 말 한마디가 도로 힘에 겨울 때 있다. 그러니 침묵하라!
    아니면 그대의 새카만 구두를 매일 닦아라! 맑게 부드럽게 깔끔하게 간결하게 닦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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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김언희 1953년 진주 출생 1989년 <현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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