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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온도 / 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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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97회 작성일 17-02-0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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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온도 / 허연




    얼음을 나르는 사람들은 얼음의 온도를 잘 잊고, 대장장이는 불의 온도를 잘 잊는다. 너에게 빠지는 일, 천년을 거듭 해도 온도를 잊는 일. 그런 일.



鵲巢感想文
    한마디로 말하면 시詩의 고체화固體化다. 얼음을 나르는 사람들은 얼음의 온도를 잘 잊으면 얼음이 녹겠지. 그런데 이와 대치되는 말이 다음 문장에 잇는다. 대장장이는 불의 온도를 잘 잊는다. 대장장이는 철로 무엇을 만드는 직공이다. 대장장이가 불의 온도를 잊으면 작품에 손상이 간다. 그것만큼 시 쓰는 일은 어렵다. 시에 빠지는 일은 천 년을 거듭해도 온도를 잊는 일이라며 시인은 말한다. 강조다.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온도다. 그러니까 온도는 시의 고체화에 가변적인 사상이라 할 수 있겠다.

    당랑박선螳螂搏蟬(사마귀 당, 사마귀 랑, 잡을 박, 매미 선)이라는 말이 있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 한다는 뜻으로 이익을 탐내다가 자신의 위험은 돌아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장자가 밤나무 밭 근처를 산책하다가 이상한 까치 한 마리가 남쪽에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 날개의 넓이는 일곱 자이고 눈 둘레는 한 치나 되었다. 까치는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날아가서는 밤나무 숲에 앉았다. “저놈은 어떤 새인가?” 저렇게 큰 눈을 갖고도 잘 보질 못하다니 장자는 옷깃을 걷어 올리고 급히 다가가 화살을 겨누었다. 그런데 한쪽을 보니 매미 한 마리가 나무 그늘에서 자신을 잊고 맴맴 거리고 있었다. 또 그 곁에는 사마귀 한 마리가 매미를 잡으려고 정신이 쏠렸다. 그 이상한 까치는 기회를 보아 사마귀를 잡으려고 정신을 놓고 있었다. 장자는 이 광경을 보고 놀라면서 말했다.
    “아 슬픈 일이다. 만물은 서로를 해치고, 이익과 손해는 서로 관계되어 있구나” 장자는 활을 버리고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때 밤나무 숲을 지키던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도둑이라 생각해 쫓아오면서 욕을 퍼부었다. 장자는 집에 돌아와 석 달 동안 뜰 앞에도 나가지 않았다.

    포정해우庖丁解牛(부엌 포, 사내 정, 풀 해, 소 우)라는 말이 있다. 소를 잡는데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가진 자를 말한다. 제(齊)나라의 백정 도우토(屠牛吐)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아침에 아홉 마리의 소를 잡아도 칼이 전혀 무뎌지지 않아 소의 털까지 자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포정(庖丁)이라는 사람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 무려 19년 동안이나 칼을 갈지 않아도 여전히 그가 사용하는 칼의 날은 전혀 무디어지지 않았다고 하니 말이다.
    원래 포정은 전국시대 위나라 사람이다. 문혜군(文惠君)의 주방장이기도 했던 그는 소를 잡는데 도통하여 소 한 마리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웠다. 손 놀리는 거 어깨 위에 둘러메는 거 발을 내딛는 거 무릎으로 밀어치는 동작, 살점을 쪼개는 소리, 칼 두들기는 소리가 마치 뽕나무 숲에 춤을 추듯 음악에 맞고 조화를 이루었다. 이를 보고 감탄한 문혜군이 말했다.
    “정말 훌륭하도다! 경지에 이르는 비결이 무엇인고?” 그러자 포정이 말했다.
    “소인은 항상 도(道)를 위해 몸 바쳤습니다. 도는 단순한 기술보다 고상하지요. 제가 처음 소를 잡았을 때는 소 전체가 눈앞에 보였습니다. 그러나 3년 정도 지나니 소를 보지 않게 되더군요. 지금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봅니다. 즉, 육감의 지배를 받기보다는 오직 마음으로 일하지요 그래서 소의 신체구조를 따라 뼈마디와 마디 사이로 칼날을 놀립니다. 자연히 살점과 심줄은 건드리지도 않고 큰 뼈를 다치지도 않지요.”
    장자의 양생주편(養生主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포정庖丁은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았지만 단 한 번도 칼을 바꾸지 않았다. 그 비결은 소의 골격과 살점을 분간하는 이치와 어디를 찔러야 하며 어디를 훑어야 하는지 그 요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포정해우와 같은 언어 구사 능력을 지녔다면 여기에 당랑박선의 이치를 잘 안다면, 세상 살아가는데 이보다 더 좋은 지혜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얼음의 온도, 한평생 살면서 온도를 잊는다는 것은 삶의 지혜를 저 스스로 뿌리치는 것일 게다.
    여러분이 가진 위치를 생각해 보라! 사랑이 없는 온도라면 녹아 없어지는 얼음 같은 자리며 사랑이 가미 되지 않은 열정(온도)은 그 어떤 일도 참된 결과를 빚지 못한다.
    도(道),
    내가 가는 길에 열정이 없다면, 그 길을 조금 걸었다 하더라도 걷지 않은 것보다 못하고 걸어도 아주 소용없는 허무한 삶에 불과하다. 그러니 삶의 온도는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좋지 않다. 일관성, 오로지 내 일에 한결같은 사랑만이 나를 영원히 살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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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허연 서울 출생 1991년 <현대시세계> 등단
    장자(莊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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