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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stday /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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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82회 작성일 17-02-0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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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stoay / 김경주
                                      어떤 지도에 밤을 표기하면
                            아무도 모르는 마을에 물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하고

                      어떤 밤에 아무도 모르게 지도를 펼치면
                      자신이 알고 있던 마을이 하나 사라진다

1
화가가 수몰 지구 앞에서 화폭을 폈다
오래전 물에 잠긴 마을을 그림으로 복원하는 중이다

새필로 댐을 부순다

어떻게 그림 속으로 수몰된 마을을
다시 데려올 것인가
고민 끝에 먼저
그는 물에 잠긴 마을을 그린 후
그림 속에서 물을 점점 비워보기로 했다

2
붓을 그림의 수면 아래로 깊이 넣고 휘젓자
마을이 붓에 출렁 흔들렸다
(그런 밤엔 자신의 뼈가 떠나려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래전 수면으로 찾아오던 마을의 주민이 되기로 했다)

붓은 물속의 마을을 조금씩 화폭으로 옮겼지만
사람들 눈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거 자꾸 그림 속에 물만 채우는 것 같군'
그는 그리는 것을 멈추고
그림 속 물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마을이 드러날 때까지 말이야'

3
그림 속에 가득 찬 물로 인해 수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물속으로 내려간 몇 개의 붓이 익사했다
그는 햇볕 아래서 붓의 장례를 치러주고
그림을 다시 마주할 때마다
화가는 그림 속 물 안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뼈로 찾아오는 저녁을 보았다
사람들은 그가 왜 수몰 지구 앞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앉아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소문엔 물속에 아무도 들어가보지 못한 숲이
가라앉아 있다고도 했고
그가 물속에서 춤을 추고 있는 이상한 뼈들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4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화가는 늙고지치기 시작했다
'저 물속의 마을을 내 두 눈에 감추어두는 편이 낫겠어'
그는 조용히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일단 자신의 그림 속으로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도록
몰래 밤을 하나 그려 넣어두었다
물속으로 밤이 천천히 흘러 내려갔다
그 밤을 그린 탓에
그러나 모든 것이 너무 어두워진 탓에
그는 다시는 그곳을 찾아가지 못했다

저녁에 그 뼈를 찾아
떠나는 나그네가 있다

# 감상
  굴, 하면 캄캄한 어둠이 생각나는데, 화자는 어둠에 대한 이야기를
  기상천와한 방법으로 묘사해 나가고 있다
  수몰된 마을을 복원해 보고 싶은 마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나 詩에서는
  가능하다 그림으로 현실의 불가능을 복원하는  재치, 특히 전편에 흐르는
  재미있고 신비로운 장면들은 김경주 시인의 특유의 연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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