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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몰려오는 저녁 / 송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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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29회 작성일 17-02-07 00:01

본문

방어가 몰려오는 저녁 / 송종규




    별들이 앉았다 간 네 이마가 새벽 강처럼 빛난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어떻게 너를 증명해 보일 수가 있는지
    물어 볼 수가 없었다 너는 아마, 몇 개의 국경을 넘어서
    몇 개의 뻘을 건너서 온 것이 분명하지만
    사실은, 우주 밖 어느 별을 거쳐서 왔는지도 모른다

    지금 허공에 찍힌 빛들의 얼룩 때문에
    누군가 조금 두근거리고 누군가 조금 슬퍼져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바닷가를 걷고 있다는 것
    우리가 오래 전에 만난 나무들처럼 마주보며 서 있을 때
    그때 마침 밤이 왔고, 그때 마침 술이 익었다는 것

    나는 네 나라로 떠나간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지만
    그 나라의 언어가 알고 싶지만
    붉어진 눈시울을 들키지 않으려고
    눈을 감았다

    술이 익은 항아리 속으로 네가 들어가고 나서, 나는
    아주 잠깐 소리 내어 울었던 듯하다
 
    새벽 강처럼 빛나는 저녁의 이마 위에 누군가 걸어놓고 떠난
    모자, 만년필, 그리고 저 많은 빛줄기들 그 아래

    꽃이 핀다, 술이 익는다, 방어가 몰려온다



鵲巢感想文
    방어가 몰려오는 저녁이라 할 때 여기서 ‘몰려오다’라는 동사에 눈이 끌린다. 방어가 마치 바닷고기인 방어에 시선이 돌려지기도 하지만, 방어는 방어邦語다. 나라말이다.
    시 1연에서 시 6연까지 시적 대화를 나누듯 혹은 어떤 만남에 감화로 차분히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읽힌다. 방어가 마치 여러 별님의 보호 아래 술 익는 마을을 지나 새벽 강 따라 너른 바다로 향하는 이리하여 별이 되는 어떤 여정과도 같다.
    시 1연은 시의 탄생과 출현에 대한 묘사다. 시는 새벽 강처럼 유구한 흐름으로 쓰인 것이며 별과 같은 수많은 시인이 머물 수 있는 좌표가 된다. 이는 누구에게 물어볼 수 있는 처지도 못되며 증명할 방법은 없다. 어쩌면 몇 개의 국경을 넘어서 왔거나 몇 개의 뻘을 건너서 온 것 같지만, 실은 우주 밖 어느 별을 거쳐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 2연 시 접촉과 교감의 결과다. 마치 허공에 찍힌 별빛의 얼룩으로 누구는 조금 두근거리기도 할 것이며 누구는 슬프기도 할 것이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 시인의 여유가 돋보이며 바닷가라지만, 언어의 바다로 마치 우리가 오래전에 만난 나무들처럼 마주 보며 서 있는 기분이다. 시와 몰입은 밤으로 연결되고 마침 술이 익었다지만, 술처럼 내가 젖어 들었음을 얘기한다.
    시 3연 또한 시적 교감이다. 당신이 쓴 시를 이해하기 위해 나는 밤새 눈시울 붉히며 책을 보았다. 그 나라의 언어가 알고 싶다는 시인의 시 문장처럼 시는 하나의 성곽을 이룬다. 그러므로 국경이라는 시어가 나오게 되며 국경을 넘는 것은 곧 시의 이해를 뜻한다. 그 나라(城)에 모여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한 것은 한 국가(城)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자 궁금증이다. 한 국가의 성립조건은 영토, 국민, 주권이라는 이 3요소를 갖춰야 한다. 이는 외람된 말이지만, 시의 성립조건은 문장과 비유와 표방하는 뜻(意)이 있어야 한다. 성곽 같은 시에 표방하는 그 뜻을 찾아 헤매는 것은 어쩌면 시인의 의무다. 그러니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밤을 새우는 것은 허다한 일이다.
    시 4연 또한 시적 교감으로 시 해체와 이해다. 나는 아주 잠깐 소리 내어 울었던 듯하다. 슬픔을 표현하였다기보다는 시 이해에 따른 감탄이다. 술이 익은 항아리는 시인의 행위적 어떤 결과물이다. 시 2연의 술이 익은 것에 진일보한 상태다. 이 속에 네가 들어가고 나서, 즉 너의 시가 네 마음에 들어온 것을 묘사한다.
    시 5연은 새벽 강 같은 언어, 저녁의 이마라는 표현도 참 재밌다. 의인화다. 때와 시詩의 중첩으로 시詩와 조우하고 있는 느낌이다. 즉 이를 조탁한 시인과 시인, 모자와 만년필 그리고 저 많은 빛줄기 그 아래로 표현하였다. 마치 중년 신사가 오는 듯 느낌이다만, 모자와 만년필이라는 시어는 일종의 시제다. 그러니까 그와 같은 방어다. 이러한 시를 이해함으로 나의 하얀 밭에는 꽃이 피고 술이 익듯 만감이 교차하는 것이며 방어가 몰려오는 저녁이 되는 것이다.

    방어가 몰려오는 저녁이지만, 벽에 붙은 치어라든가 고등어가 좌판에 놓인 이유 등으로 시를 지어볼 만하다. 그러니까 어(語)와 어(魚)의 동음이의어로 시를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위 시를 읽었듯이 시 창작은 천 갈래 만 갈래 흩은 내 마음을 통일하는 과정이며 나를 구제하는 행위다. 경기호황이면 마음은 잡지 못한 새와 같을 것이고 경기불황이면 도구 바닥에 헤매며 다니는 쥐와 다를 바 없겠다. 주역周易의 ‘겸괘謙卦’ 단전彖傳에 이런 말이 있다. “하늘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덜어서 모자라는 것에 보태고天道 虧盈而益謙 땅의 도는 가득 찬 것을 틔워서 낮은 데로 흐르게 하고地道 變盈而流謙 사람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미워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한다.人道 惡盈而好謙”*고 하였다. 겸손을 통한 지혜를 말한다. 인생은 파도와 같다. 항상 좋을 수 없고 항상 나쁜 것도 없다. 마음을 다잡는 것은 겸손이다. 시 창작은 겸손과 같으니 평생 즐긴다 하여도 덕을 쌓는 것이지 덕을 해하는 길은 아님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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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송종규 경북 안동 출생 1989 <심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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