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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락타트 / 김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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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94회 작성일 17-02-0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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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락타트 / 김은상




    새의 동공 속으로 창공이 휘말린다. 난생卵生과 날개가 잉태시킨 도감圖鑑을 골목의 겨울이 완성한다. 고대의 닭이 어느 날을 울어 새벽은 해석 불가능한 경전이 되었다. 눈발 속에서 붉은 종이 검劍을 벼린다. 누가 우리에게 이 검을 주었던가. 검은 스스로 울렁거리는 신전. 그리하여 단 한번 용서를 기다리는 자의 모습으로만 별빛은 날카로워져야 한다. 오직 생生은 자신만을 살해하기 위해 주어진 예배이므로, 육친은 원망이 불가능한 별들의 숙주이므로, 죽은 새의 피안彼岸속으로 영혼을 날려 보내는 일을 주저해야 한다. 누구나 성좌들 속에 자신의 점성술을 넣어둔다. 이것은 또 하나의 악행. 그러고 나는 이 악행을 숭배하였다. 새의 죽음을 살려 날게 했고 푸르른 공증을 선물했다. 부리에 문 나뭇가지로 둥지를 짓게 했고 부화한 어린 새들의 노래로 아침을 불러왔다. 폭풍과 뇌우를 차안此岸으로만 떨어뜨리며 함박눈의 겨울에서 영롱한 은유를 캐냈다. 그러나 지금 한 새의 죽음이 성에 낀 유리창에 박혀 있다. 그렇다면 나는 페가수스를 조류라 해야 하는가, 포유류라 해야 하는가. 아니면 조류이면서 포유류라고. 어느 편을 도감에 채우든 제의祭儀를 원하는 새는 새가 아니다. 나에게는 화장火葬을 원하는 늙은 어머니가 있고 매장을 원하는 병든 아버지가 있다. 화장부터 매장까지의 거리는 내가 걸어야 할 불면으로만 아름답다. 삶이 삶을 용서할 때 비로소 죽음은 온다.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침묵, 이것이야말로 내가 나를 용서하는 트락타트*다. 별은 지상을 위해 빛나지 않고, 성자聖者는 단 한 번도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았다.



鵲巢感想文
    시제가 좀 이색적이다. 시인께서 각주 처리하여 그 뜻을 알게 되었다. 시제는 시인께서 쓰신 시에 크게 영향을 미치거나 글을 읽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시제의 말마따나 거저 작은 마음 한 자락 읊은 거로 보인다.
    이 시에서 시의 객체는 ‘새’다. 시의 주체는 각종 이미지로 변하는데 나열하자면, 창공, 골목의 겨울, 새벽, 붉은 종, 별빛, 영혼이다. 이 시의 중반까지가 이미지 변환하여 진행한다. 전반부는 시의 객체와 시의 주체가 도치되어 문장을 꾀어 놓은 듯 읽힌다. 예를 들면 새의 동공 속으로 창공이 휘말린다는 표현을 보자. 여기서 창공이 주어다. 창공 같은 자아를 제유한다. 새는 문장의 제유다. 난생과 날개가 잉태시킨 도감이라는 표현도 재밌다. 난생은 부분이면 날개가 잉태시킨 도감은 전체다. 詩와 詩集이다. 골목의 겨울은 주어로 자아를 제유한다. 골목 같은 협소한 머리와 겨울 같은 춥고 녹지 않은 마음을 묘사한다. 고대의 닭은 난생과 맥을 같이 하며 새벽은 창공과 골목의 겨울과 그 맥이 같다. 붉은 종은 난생과 고대의 닭을 흠모하며 변환하고픈 자아며 검劍은, 난생과 고대의 닭 같은 것으로 경전이다. 다음 문장에 경전=> 검=> 신전으로 이전되는 것에 주목하자. 별빛은 붉은 종에서 발전한 모습이다.
    생生은 날개 가진 삶을 말하며 육친은 난생이라든가 고대의 닭의 변환으로 별들의 숙주다. 붉은 종=> 별빛=> 별로 이전되는 상황을 유심히 보라!
    누구나 성좌들 속에 자신의 점성술을 넣어둔다. 이것은 또 하나의 악행. 그러고 나는 이 악행을 숭배하였다. 이는 시작법을 논하는 장면이다. 시인은 자신만의 화법이 있다. 다른 무엇과 비교되는 어떤 말투나 문장의 기법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또 그러한 분간이 가야 자신만의 예술성을 살려낼 수 있음이겠다.
    새의 죽음을 살려 날게 했고 푸르른 공증을 선물했다. 부리에 문 나뭇가지로 둥지를 짓게 했고 부화한 어린 새들의 노래로 아침을 불러왔다. 폭풍과 뇌우를 차안此岸으로만 떨어뜨리며 함박눈의 겨울에서 영롱한 은유를 캐냈다. 이 부분은 시의 해체다. 시 해체는 곧 또 다른 시 탄생의 목적이 된다.
    시인은 한 새의 죽음이라 표현했는데 이는 시의 고체화다. 성에 낀 유리창에 박혀 있다는 것을 보라! 이 유리창은 자아가 보는 현실이다. 맑지가 못한 눈을 묘사한다. 시인이 쓴 페가수스라는 시어도 곰곰 생각해보라! 마치 폐가수습弊家修習으로 읽히는 것은 나만 느끼는 것일까! 조류는 시의 세계며 포유류는 시인 즉 아직 등단하지 못한 우리를 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포유류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제사나 의식으로 쓴 시는 시가 아니라고 한다. 시인의 시에 대한 철학을 읽을 수 있음이다. 화장을 원하는 늙은 어머니와 매장을 원하는 병든 아버지는 실제 시인이 처한 상황일 수도 있으며 이는 시의 모태로 시인이 걸어야 할 의무다. 즉 읽고 참고하며 공부하는 자료나 다름이 없다.
    삶이 삶을 용서할 때 비로소 죽음은 온다.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침묵, 이것이야말로 내가 나를 용서하는 트락타트*다. 별은 지상을 위해 빛나지 않고, 성자聖者는 단 한 번도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았다. 시 탄생을 묘사한다. 별과 성자는 시를 제유한다. 별과 성자로 태어났지만, 누가 이를 펼쳐 볼 것인가? 별과 성자는 모르는 일이다.

    오우천월吳牛喘月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식으로 고치자면 오우견월천(吳牛見月喘)이다. 오나라 소가 달을 보고 헐떡거린다는 뜻이다. 오나라는 중국 남방의 몹시 더운 지방에 위치한다. 낮 더위에 지친 소가 밤에 달이 뜬 것 보고 해 뜬 줄 알고 숨 헐떡거린다는 말이다. 담이 작아 미리 겁먹음을 말한다. 우리 속담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과 같다.
    사람 사는 사회, 사건 사고로 넘쳐난다. 신문은 새로운 소식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예의주시하며 본다. 또 한 편으로는 변화의 물결 그 주체로 움직일 때도 있다. 항상 내게 닥치는 일에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되겠다. 무엇이든 담담하게 받아 그 일을 꼼꼼히 처리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사회에 어쩌면 현대인은 글 한 자 보는 것도 힘들 것이다. 아예 소식을 끊고 지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글이라면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세상을 오우천월처럼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다. 세상 바라보는 잣대로 각주구검刻舟求劍*은 오히려 나를 도태시킨다. 시는 언어의 각종 묘미가 들어가 있다. 말은 평생 닦아도 모자란다. 시 한 수가 세상을 바라보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될까마는 최소한 달 보고 헐떡거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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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김은상 전남 담양 출생 2009<실천문학> 등단
    2.트락타트(Traktat) 학술적인 논문 혹은 종교적인 소책자. 유인물을 뜻하는 독일어
    3.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편(言語編)
    4.각주구검刻舟求劍
      중국 초(楚)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들고 있던 칼을 물속에 빠뜨렸다. 그러자 그는 곧 칼을 빠뜨린 뱃전에 칼자국을 내어 표시해 두었다. 다음에 다시 찾아와 칼이 빠진 곳을 표시해 둔 것이었다. 하지만 배가 언덕에 와 닿자 칼자국이 있는 뱃전 밑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에 칼이 있을 리 없었다. 배가 움직였다는 것을 모르고 배에 표시한 것만 생각한 것이다. 이처럼 옛것을 지키다 시세의 추이도 모르고 눈앞에 보이는 현상만을 고집하는 처사를 비유해서 한 말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그 유래가 전한다.
      어리석고 미련하여 융통성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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