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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 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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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31회 작성일 17-02-08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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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 류근

그대 떠난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온 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온 길도 간 길도 없이
깊은 눈발 속으로 지워진 사람
떠돌다 온 발자국마다 하얗게 피가 맺혀서
이제는 기억조차 먼 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귀를 막으면 종소리 같은
결별의 예감 한 잎
살아서 바라보지 못한 푸른 눈시울
살아서 지은 무덤 위에
네 이름 위에
아니 아니 아프게 눈이 내린다
참았던 뉘우침처럼 눈이 내린다

그대 떠난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사나흘 눈 감고 젖은 눈이 내린다

# 감상
  사랑의 결별이 아픔으로 묻어나는 시
  지독한 사랑은 그 지독함 때문에 다시 돌아오기를 바랄 수 없다
  사랑의 발자국은 폭설로 덮인 벌판에 하얗게 맺힌 그리움의
  잔영처럼 외줄로 끝이 없다
  사랑을 잃으면 모든것을 잃는다 그래서 그래서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눈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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