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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검시관 / 강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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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73회 작성일 17-02-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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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시관 / 강영은




    차 유리창을 노크 했을 때
    머리를 맞댄 두 죽음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텅 빈 입 속에서 뇌조가 튀어나왔다
    수 천 미터의 상공으로 날아오른 뇌조는
    날카로운 쇳소리로 울부짖었지만 구름을 뚫지 못한
    지층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뇌조가 이 세상의 초록빛 말을 버리는 순간
    허공이 무덤을 팠으므로
    허공이 제 몸을 뒤집어 뇌조의 행방을 알려주기 전까지
    죽음의 배후에 입이 있다는 것을
    입이 입을 껴안는 방식은 귀에 있다는 것을
    귀가 말의 무덤인 것도 알지 못했다
    뇌조가 빠져나간 몸을 알코올로 적실 때마다
    입에서 흘러나온 악취에 얼마나 자주 젖어야 했던가
    입과 귀가 통하지 않는 세상과 만날 때 마다
    그 구멍을 솜으로 틀어막아야 했다
    뇌조 속에서 돋아나온 기표들
    세상에 뿌려놓은 입들이 무성하게 자라나도록
    내 손은 귀의 행방을 오래도록 더듬을 것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초록빛 귀에 대하여
    죽음 뒤편의 말을 골라 먹을 것이다
    무덤 속에 든 입을 꺼낸 것처럼



鵲巢感想文
    검시관檢視官이 아니라 검시관檢屍官이다. 하지만 詩를 본 것이므로 검시관檢視官이다. 필자는 시인의 시를 감상하므로 마치 檢屍官이 된 것 같다. 그러면 檢屍官으로서 이 詩를 들여다보자.
    차 유리창은 시인의 세계관이다. 뭐 세계관이라는 거창한 말로 하기보다는 단순하게 거저 시집이라 하자. 머리를 맞댄 두 죽음은 시집에 든 시와 자아 즉 시인이다. 입을 벌리고 있다는 말도 재밌다. 아직 해석 불가인 詩와 이해 못 한 시인의 입이다. 그러니까 순간적인 만남을 묘사한다.
    뇌조란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을 뇌조賴助라 하기도 하며 들꿩을 우리는 뇌조雷鳥라 한다. 시적어휘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천 미터의 상공으로 날아오른 뇌조는 날카로운 쇳소리로 울부짖었지만 구름을 뚫지 못한 지층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지층은 화자를 말하며 뇌조를 날카로운 쇳소리로 비유한 것은 이미 고착한 시를 부러뜨릴 수는 없으므로 쇳소리에 비유한 것이다. 구름은 시인의 시 해체에 앞서 여러 가지 몽환 같은 그림이 된다.
    뇌조는 굳은 세계며 초록빛 말은 인쇄되지 않은 세계다. 허공은 시의 독자로 무덤은 공부가 된다. 저 스스로 시간을 파는 것이므로 무덤이다. 입은 입으로 볼 것이 아니라 풀지 못한 시의 몸통이다. 그러니까 아직 고착화하지 못한 글 따위다. 그러니까 입이 입을 껴안는 방식은 귀에 있다는 말은 입 즉 아직 풀지 못한 시의 몸통을 이해하는 것은 귀, 즉 詩에 있다. 그러니까 시로 이해가 되었으면 하는 소원이 묻어 있음이다. 귀는 詩가 된다.
    그러면 귀는 말의 무덤이 되는 것이다. 뇌조는 죽은 자의 詩다. 뇌조가 빠져나간 몸을 알코올로 적실 때마다 입에서 흘러나온 악취에 얼마나 자주 젖어야 했던가! 그러니까 시인은 시 해체를 하며 문장을 여러 번 곱씹었음을 묘사한다. 필자 또한 시 검시관을 읽으며 검시관의 악취를 맡고 있으니 말이다.
    이 악취를 틀어막는 것은 솜이다. 솜은 근본적으로 하얗다. 깨끗한 종이에 얼마나 많은 검시의 흔적을 남겼을까 심히 이해가 되는 장면이다.
    귀의 행방은 죽은 시를 말하며 초록빛 귀는 아직 시로 맺지 못한 시인의 시초詩草다.
    詩를 읽음으로 시인의 話法이 보이기도 하는데 가끔 웃음이 날 때도 있다. 왜냐하면, 검시관이라면 신중하여야 할 자세와 죽음에 대한 겸의 같은 것이 묻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과 시의 문맥은 어쩌면 뒤틀려 있기에 웃음으로 이끌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독자와 뇌조가 튀어나오거나 울부짖었거나 뚫지 못한다는 말, 더 나가 초록빛 말, 뇌조의 행방, 입과 귀가 통하지 않고, 솜으로 틀어막기까지 하니 우스운 것이다. 약간의 해학적임은 선한 그림 한 장 보는 것과 같다.
    예전에 시인의 시집 ‘녹색비단구렁이’를 사 본 적 있다. 이참에 들여다본다.


    닻 / 강영은

    잠자리 한 마리 풀잎 끝에 앉아 있다 / 가느다란 발목이 흔들리는 날개를 / 꽉 붙들고 있다 / 잠자리가 붙들고 있는 것은 바닥에 닿으려는 마음일지 모른다 / 흙냄새 향한 간절함으로 / 풀잎처럼 땅에 뿌리박고 싶은 것이다 / 일평생 / 바닥을 딛지 않고 살아가는 것들에게 / 어찌 무거움만이 닻이라고 할 것인가 / 소슬바람과 햇살도 / 제 각각의 무게로 닻을 내리는 풀잎 끝, // 잠자리 한 마리 / 날아갈 듯 / 높아진 하늘을 내려놓는다

    鵲巢感想文
    닻은 배를 정박하기 위한 배에 딸린 갈고리다. 굳은 말, 고착화 한 시 등으로 보는 것이 좋다. 잠자리는 허공에 맴도는 언어를 상징한다. 풀잎은 시인을 제유하며 흙냄새와 땅, 더 나가 바닥은 시인이 바라는 세계관이다. 잠자리는 높은 하늘을 버림으로써 詩가 되었다.


    접시 위의 한 문장 / 강영은

    산 낙지 흡반, 느리게 흘러가는 문장을 읽는다
    접시 넘어 테이블 위로 떨어진 토막 난 문장
    꿈틀거리는 기표 위에는
    편도차편 같은 얼굴 하나 어른거리는데
    한 생을 지나는 길은 개펄 하나 밀고 가는 거라고,
    식도를 지나 위장까지
    낱말 한 칸씩 밀고 가는 완행열차 한 량
    내 뻘 속, 차안에서 피안으로 들어간다


    鵲巢感想文
    우리는 어쩌면 낙지처럼 허물 거리는 언어의 바다에 떠 있다. 시인은 사각 테이블 같은 시집을 읽고 시 해체를 하며 꿈틀거리는 사고를 기록하고 표기한다. 시 독해는 되돌릴 수 없는 일방적인 사고다. 시를 읽음은 그 사람의 세계를 읽는 것이므로 낙지의 개펄을 우리는 밀고 가는 것과 다름없다. 식도를 지나 위장까지 낱말 한 칸씩 밀고 가는 완행열차 한량이듯 내 가슴에 오래도록 젖는 이것은 지금 이 시점에서 또 다른 세계를 보기 위함이다.


    양곡봉주陽穀奉酒*라는 말이 있다. 양곡이 목마른 주인에게 술을 바쳤다는 말이다. 이 뜻은 충성스런 부하가 충성이 너무 과하여 제 주인을 죽이는 결과를 낳았다는 말이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자반(子反)이라는 장군이 있었다. 시국은 전쟁 상황이었다. 바깥일에 지치다가 너무 목이 말라 막사로 들어와 부하 양곡에게 물을 청했지만, 주인이 원래 술을 좋아하여 양곡은 술 항아리 한 동 받쳤다. 자반은 술을 좋아하기에 이 항아리 한 동 그만 다 마셨다. 근데 군주가 전쟁의 위급한 상황에 장군을 불렀지만, 장군 자반은 고주망태가 되었으니 군주는 이를 군법에 부쳐 결국 목숨을 잃었다는 말이다.
    마치 필자의 시 감상이 양곡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의 시 감상은 어쩌면 시 본질을 흩으려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우려와 독자의 마음을 왜곡시키는 행위는 아닐까 하는 그런 마음에서다. 필자는 그런대로 읽었음은 그만인 것을 구태여 활자화하였으니 괜한 일을 했나 하는 마음도 든다. 하지만, 읽고 생각한 것은 순간, 나의 공부였으니 이것으로 만족한다. 고군분투孤軍奮鬪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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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강영은 제주 출생 2000 <미네르바> 등단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 양곡봉주陽穀奉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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