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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 조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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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57회 작성일 17-02-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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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 조동범




    차창으로 바람은 물렁하게 저녁을 속삭인다. 지평선 너머로 모래바람은 불어오고, 렌트, 당신은 속도를 높여 죽은자들의 지평선 너머를 상상하며 절망에 빠진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흑인 영가의 음역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그것을 알 수 없다고 렌트, 당신은 천천히 읊조린다.

    렌트, 쿵쾅거리는 엔진은 육기통이다. 여섯 개의 피스톤은 단 하나의 속도가 되어 이곳을 떠나려 한다. 죽은자는 어느새 무덤을 나와 붉은 사막과 붉은 언덕이 있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가. 도로의 끝에 과연 끝은 있는가.

    일기장은 타오르며, 저녁 어스름을 들려주던 검은 재가 되어 사라진다. ‘누구의 것도 아닌 이번 생이여’라고, 라디오의 늙은 가수는 노래하며 흐느낀다. 렌트, 길의 저편에는 오래 전에 죽은 동물의 냄새가 피어오르는구나. 불길한 무덤처럼 부풀어 오르는

    한줌 태양을 향해, 단 한 번도 내 것이 아니었던 생을 향해 렌트, 당신의 속도는 사라지는구나. 핸들을 잡은 나의 손은 렌트, 당신의 전생을 기억하지 못한 채 길의 끝을 그저 가늠해볼 뿐이구나. 내 것이 아닌 별빛을 바라보며 렌트,

    당신을 바라보며 나는 육기통의 엔진처럼 두근거린다. 어디선가 붉은 사막의 밤을 서성이던 여우의 울음소리가, 언제나 허상인 렌트, 당신의 비밀을 속삭인 듯도 하였다. 그리하여 렌트. 쿵쾅거리는 엔진은 육기통이고 그것은 영원토록, 당신과 나의 심박이 되지 못하는구나. 렌트



鵲巢感想文
    몇 년 전이었다. 시인의 시집 ‘카니발’을 사다 읽은 적 있다. 시인의 시 ‘울고 있는 빅 브라더’를 감상에 붙인 적 있다. 시인은 사용하는 시제부터 남다른 데가 있다. 예를 들면, 지금 이 시도 ‘렌트’이듯 울고 있는 빅 브라더, 보이스카우트, 퍼레이드, 크루즈, 캠프, 화창한 엘리베이터의 오후, 등 외래어가 한 마디씩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시의 시제 ‘렌트’에서 렌트의 의미는 뭔가? 사전적 의미는 집세, 방세, 지대, 임차료 정도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시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시어로 6이라는 숫자를 이용한 육기통이 나온다. 6의 의미는 두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완벽 수다. 1+2+3=6과 같이 인간의 미적인 완전을 갖는 것과 6각 정, 정 6각형, 벌집이나 자동차 촉매변환장치 등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는 종교적 입장이다. 사람은 6일째 창조되었다는 6은 인간을 상징하는 수가 된다. 이에 7은 완벽의 수다. 완벽의 수에 하루가 모자라다. 신과 인간의 분간이 가는 숫자가 되었다.
    시인의 시는 어째 좀 우울하게 읽힌다. 완벽을 추구하는 인간과 현실의 불완전한 삶의 갈등이다. 우리는 육기통 엔진처럼 이 세계의 주인으로서 세상의 도로를 밟고 싶다. 절망에 빠진 무덤 같은 세상이 아니라 검은 재 뽈뽈 날리며 생을 담보 받은 그 대가로 각종 렌트로 점철된 인생이 아니라 오로지 태양을 향해 태양처럼 태양으로 속도 제한 없는 육탈한 삶을 살고 싶다. 
    어디선가 붉은 사막의 밤을 서성이듯 여우의 울음소리 같은 당신의 비밀이 없는 세계, 마치 흑인의 음산한 영가의 음역 같은 세계를 떠나 렌트와 같은 낯선 삶이 아니라 육기통 같은 심장으로 완벽을 향해 나는 달리고 싶다. 우울과 비극은 가라! 불안과 정서불안은 가라! 오로지 붉은 태양을 행해 태양처럼 태양의 속도로 나는 달리고 싶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세상은 변화하는데 정녕 나는 변화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도태되는 건 당연하다. 세상의 흐름은 육기통이다. 육기통은 완벽의 수를 지향한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나의 위치는 달라져야 하지만, 변화는 세계에 동조하며 발맞추는 것도 실은 버겁다. 어떻게 하면 이 변화하는 세계를 앞질러 갈 수 있는가 말이다.
    소인혁면小人革面, 군자표변君子豹變이라는 말이 있다. 혁면革面은 얼굴을 바꾼다는 뜻이다. 사람은 이치가 궁하거나 실수하게 되면 얼굴이 발갛게 변한다. 소인혁면은 얼굴을 바꾸는 정도에 그치는 것을 말하며 군자표변은 표범과 같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표범과 호랑이는 여름에서 가을로 바뀔 때 털갈이를 한다. 이 털갈이와 마찬가지로 이전과 이후 분간 가는 엄청난 큰 변화를 일컫는다.
    왕조시대에는 임금이 바뀌면 기존의 임금이 사용했던 연호를 바꾸었다. 새로운 질서로 세상을 바라보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날은 더할수록 우리가 맞춰놓은 그 일정은 조금씩 틀린다. 그러므로 윤달이 나왔으며 이로 조정하며 살았다.
    자본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왕조시대 때보다는 훨씬 명확한 시간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옛 습관을 저버리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육기통에 버금가는 시스템은 갖추었는지 이 시스템에 맞는 운영자는 변화한 세상에 걸맞은 경영철학은 갖췄는지 다시 곱씹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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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조동범 1970년 경기도 안양 출생 2002년 <문학동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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