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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 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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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94회 작성일 17-02-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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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 고영민




    중국에는 편지를 천천히 전해주는 느림보 우체국이 있다지요 보내는 사람이 편지 도착 날짜를 정할 수 있다지요 한 달 혹은 일 년, 아니면 몇 십 년 뒤일 수도 있다지요 당신에게 편지 한통을 보냅니다
    도착 날짜는 그저 먼 훗날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전해지길 원합니다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전해지는 걸 오랫동안 지켜보길 원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수십 번, 수백 번의 후회가 나에게 왔다가고 어느 날 당신은 내가 쓴 편지 한통을 받겠지요 겉봉을 뜯고 접은 편지지를 꺼내 펼쳐 읽겠지요 그때 나는 지워진 어깨 너머 당신 뒤에 노을처럼 서서 함께 편지를 읽겠습니다
    편지가 걸어간 그 느린 걸음으로 내내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이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한 홉 한 홉 차올랐던 숨을 몰아 내쉬며 손을 내려놓을 즈음 편지 대신 그 앞에 내가 서 있겠습니다



鵲巢感想文
    원래 이 시는 행 가름이 되어 있다. 하지만, 필자의 나름으로 행을 따로 정리했다. 원문은 그대로다. 거저 지면상의 이유도 있고 뜻을 분간해서 읽기 편하게 했다. 시인께 송구할 따름이다.
    중국은 이웃 나라다. 이웃 나라의 관습을 예로 들었다. 보내는 사람이 편지 도착 날짜를 정할 수 있는 그러니까 일 년이고 몇 십 년이고 그 훗날 내가 지목한 사람에게 보내는 그 편지다.
    이것처럼 당신에게 내 마음이 오랫동안 전해지길 바라는 것처럼 시인은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부재였다. 그 부재가 통증이며 고통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수십 번, 수백 번 후회가 나에게 왔다 가고 어느 날 당신은 내가 쓴 편지 한 통을 받을 것이다. 그때는 이미 나의 모습은 지워지고 없는 아득한 시간이며 노을처럼 당신과 함께 그 편지를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편지가 걸어간 시간만큼 나는 당신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 시간만큼 나는 아픔이었다. 편지가 읽히지 않을지도 모를 이 통증(시)은 또 얼마나 그 긴 시간에 나에게 왔던가! 시인은 그제야 내 앞에 서서 지난 날 일이 엊그제처럼 반갑다며 손을 내민 것과 다름없다.

    편지는 아마 90년 초반까지는 쓰지는 않았을까? 인터넷이 나오고 메일이 보급되면서 편지는 사라졌다. 더욱 통신문화가 발달한 요즘은 스마트 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시대다. 편지를 주고받는 낭만 같은 것은 사라진 지 오래다.
    우체통을 열어보면 각종 요금을 알리는 봉투만 가득하다. 어떤 때는 그 양이 수북하여 실은 뜯어보지도 않고 종이상자에 처박아 두고 재활용으로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모두가 사는 데 바빠 여유가 없어진 게다.
    사랑이 부재한 현대 사회의 통증은 오히려 이 수북한 각종 요금을 알리는 봉투일 수도 있겠다. 이러한 각종 요금 봉투는 수일이 지나, 봄, 여름, 가을, 겨울 수십 번 수백 번 지나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매를 맞을 때는 그때 맞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편지, 이제는 편지가 편지 같지가 않고 편지를 나르는 우체부 아저씨는 휴대전화기 요금 고지서 나르는 일꾼 같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 변한 세상에 우리가 변한 것이다. 인스턴트식 급조한 말로 순간 날리는 시간이 아니라 오래 묵힌 마음 한 자락을 책으로 엮어 편지로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
    편지, 보낼 곳이 없다면, 매일 나에게 일기를 쓰라! 일 년을 묶어 나에게 보상하고 그때 일을 다시 읽어 보라! 쓰는 것만큼 나를 앞에 세우는 것도 없을 것이다. 나는 늙어가지만 내 앞에 다시 선 나는 옛날 모습 그대로 서서 당신을 바라볼 것이다. 아득한 시간이 흐르고 내가 죽고 뼈가 진토가 되었을 때 나는 또 아득히 묻혔다가 클릭 클릭 클릭 한다면 새하얀 눈 밭길 까치 한 마리 날아가겠다.

    대학大學에 신독愼獨이라는 말이 있다. 혼자 있어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삼갈 신愼 홀로 독獨이다. 옛 선조들은 이 신독을 자기 수행의 지침으로 삼았다. 남이 보지 않아도 자세를 흩트리거나 막말을 하지 않았다. 요즘은 어떤가? 신독이란 찾아볼 수 없다. 조금이라도 기분 나쁘면 카스에 오르고 심지어 자기소개 난에도 ‘ㅆ ㅃ ㄱㅅㄲ’ 이러한 문자는 여사다. 더는 숨길 곳 없는 현대사회에 자기감정을 더욱 표현하는 우리다. 잘못된 의사표현에 결국 피해를 보는 건 다름 아닌 나다.

    몇 십 년이 지나고 내가 사회에 몸담을 때 어린 날의 어떤 잘못으로 그 잘못이 내 앞에 서면 그때는 부끄러움으로 더 큰 일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모 국회의원의 아들, 모 씨의 자필 편지다. “저의 잘못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상처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그러니 매사에 신중하고 나를 다스리는데 아낌이 없어야겠다. 젊은이여! 신독愼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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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고영민 충남 서산 출생 2002<문학사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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