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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 권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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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47회 작성일 17-02-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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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 권혁웅

 


    몸의 절반이 봄으로 건너가지 못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왼쪽은 가로 등을 꺼버린 골목길이다 모세혈관마저 캄캄하게 돌아 나오는 길을 잊었으므로 그곳엔 지금 처음 남자에게 안겼을 때의 체온과 첫 입술이 서성이고 있다 심장도 쿵쾅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누군가 왼쪽으로 넘어가는 다리를 끊어버렸으므로 그곳엔 녹지 않는 눈과 시어머니, 남편 딸들이 나란히 눕던 단칸방이 있다 선산으로 시댁으로 떠나보낸 상여와 가마는 여전히 그곳을 떠나고 있다 그녀의 오른쪽은 예순세 번째 봄이지만 왼편은 먼저 간 남편에게 세를 내준 것 같다 그와 나란히 누워 있는 것 같다 아니 왼쪽이 먼저 가서 함께 누운 것 같다 절반은 잔설이고 절반은 새 잎인 연옥의 하루, 오른쪽 절반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왼쪽이어서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우익이다 지난 번 다녀간 딸이 해준 눈썹 문신만 사철 푸르다 이제 아이라인도 그릴 필요 없어, 딸 덕분에 왼쪽 절반에도 자랑처럼 무성하게 돋아난 그런 풀이다



鵲巢感想文
    몸의 절반이 봄으로 건너가지 못한 여자가 있다. 그러니까 몸의 절반은 봄으로 건넜다는 말이다. 그 반은 아직 겨울이다. 겨울과 봄 사이에 있었던 일이므로 환절기換節期다.
    그녀의 왼쪽은 가로 등을 꺼버린 골목길이다. 왼쪽은 가로 등을 꺼버린 골목길과 같은 굴곡진 삶으로 어둠이다.
    모세혈관마저 캄캄하게 돌아 나오는 길을 잊었으므로 그곳엔 지금 처음 남자에게 안겼을 때의 체온과 첫 입술이 서성이고 있다. 이는 몸의 절반을 묘사한다. 왼쪽 몸이겠다. 그러니까 왼쪽 몸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 죽음은 이미 죽음을 맞이한 남자(남편)의 체온과 첫 입술만 지나간다.
    심장도 쿵쾅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 왼쪽 몸은 죽었을지라도 심장은 뛴다. 따뜻한 가슴이 있고 끊지 못한 여린 마음이 있다.
    누군가 왼쪽으로 넘어가는 다리를 끊어버렸으므로 그곳엔 녹지 않는 눈과 시어머니, 남편 딸들이 나란히 눕던 단칸방이 있다. 왼쪽은 죽음의 세계다. 이곳은 녹지 않는 눈과 시어머니, 남편 딸들이 나란히 눕던 단칸방이 있다는 말은 추억이다. 지금은 모두 죽었다. 다리를 끊어버렸으므로 지금은 건널 수 없는 세계가 되었다.
    선산으로 시댁으로 떠나보낸 상여와 가마는 여전히 그곳을 떠나고 있다. 시어머니와 남편은 선산으로 상여를 탔으며 딸은 가마 타고 시댁으로 갔다. 그러므로 왼쪽의 세계는 과거의 시간에 묻혔다. 어쩌면 왼쪽은 단절된 시간을 묘사한다.
    그녀의 오른쪽은 예순세 번째 봄이지만 왼편은 먼저 간 남편에게 세를 내준 것 같다. 그와 나란히 누워 있는 것 같다. 아니 왼쪽이 먼저 가서 함께 누운 것 같다. 왼쪽은 죽었으므로 먼저 간 남편에게 가 있는 셈이다.
    절반은 잔설이고 절반은 새 잎인 연옥의 하루, 오른쪽 절반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왼쪽이어서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우익이다. 절반은 잔설이고 아직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있고 절반은 새 잎인 연옥의 하루, 절반도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오른쪽 절반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왼쪽이어서 어쩔 수 없는 우익이라는 말은 목숨은 붙었으나 이제는 삶의 희망마저 잃은 건 사실이라 어쩔 수 없는 생명을 지키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묘사한다.
    지난번 다녀간 딸이 해준 눈썹 문신만 사철 푸르다. 이제 아이라인도 그릴 필요 없어, 딸 덕분에 왼쪽 절반에도 자랑처럼 무성하게 돋아난 그런 풀이다. 엄마와 가까이 있는 딸 덕분에 생명은 부지하였으나 나머지 절반마저도 몸은 풀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시인은 어느 불구의 몸인 모친 이야기로 시를 묘사했다. 시는 암담한 현실을 묘사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하게 한다. 한 여인의 삶은 이렇게 비극적 결말로 치달으며 마지막을 종식한다. 하지만, 이 시가 꼭 한 여인의 삶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왜인가? 마치 우리 민족을 대변한 것 같은 느낌은 왜 자꾸 드는 건지 말이다. 진보와 보수, 이 나라 정치는 누가 이끌어야 하는가? 정치가 바로 서야 민족의 발전이 있을 것이며 균형 있는 성장과 분배가 따르지 않겠는가! 단임 대통령제는 많은 모순을 낳았다. 삽날에 날아간 뱀을 보듯 몸통은 절규만 한다. 부들부들 뜨는 국민의 삶은 어두운 공포만 휩싸여 돈다. 오리 파동이 끝나니까 구제역이 발생하였고 구제역이 끝나면 이제는 또 무엇을 우리는 더 기다려야 하나 말이다. 민생경제는 도탄에 빠져 건만 뱀 머리는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은 더 암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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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권혁웅 1967년 충북 충주에서 출생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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