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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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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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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85회 작성일 17-02-2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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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 김경인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건 시인이었지 / 시인은 과장되게 몸을 흔들며 수백의 계절을 걸어서 왔다고 말했어 / 물론 너는 믿지 않겠지만 나의 스승과 친구와 후배와 자식뻘 되는 또 후배들의 / 무려 백 년 동안의 시상식에 참석하느라 나는 죽는 것도 까먹었지 뭐야 / 시인은 누구든 용서하기 싫어졌다고 말한 후 / 돌연 가방 속에서 한 뭉치 원고를 꺼내 읽기 시작했지 / 거울과의 비밀 연애 그 지루한 분노의 시를 / 백 년 동안의 독서와 필사적인 필사를 / 그동안 무처럼 갉아 먹은 기억을 / 무말랭이처럼 바닥에 쏟아져 말라가는 언어를 / 황금 재즈 시대 트럼펫처럼 / 무대 위에서만 빛나는 비유들을 / 다 버리고 나서도 / 겨울밤 두더지처럼 늘어나는 슬픔들에 대해 / 시인은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 / 너는 하품을 참으며 / 상투적인 교양 소설의 독자처럼 차근차근 말해주었어 / 거울 속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물만 줘도 쑥쑥 자라 어른이 되지 않고 / 언어는 불평등의 얼음판 위를 날랜 스케이트 날처럼 휙휙 가르지 않으니 / 유사 낭만 시대의 별처럼 빛나지 않아도 좋아 / 나의 시인이여, 이제 그만 죽어도 된단다, / 너는 다정한 사망선고를 내리고 / 그는 울면서 돌아갔지 / 내일이면 집이 조금 가벼워지리라 / 창밖엔 산뜻한 구름, 너는 허공에다 줄을 건다



鵲巢感想文
    이 詩는 고체화 한 詩가 詩人을 바라보고 쓴 독백이다.
    마지막으로 문을 연 건 시인이었지. 시인 말고는 시를 볼 사람이 있겠나 싶다. 시인은 과장되게 몸을 흔들며 수백의 계절을 걸어서 왔다고 말했어. 물론 시인이 말한 것이 아니라 시가 그렇게 흘러 왔다는 묘사다. 詩人 황인찬은 詩 종의 기원에서 ‘백 년 동안 움직여온 그 입술’로 표현했다. 어떤 존재의 부재 같은 것을 표현한다. 물론 너는 믿지 않겠지만 나의 스승과 친구와 후배와 자식뻘 되는 또 후배들의 무려 백 년 동안의 시상식에 참석하느라 나는 죽는 것도 까먹었지 뭐야. 이 부분도 마찬가지다. 존재의 부재를 알리는 표현이다. 이 부분에서 재밌는 표현은 나는 죽는 것도 까먹었지 뭐야, 다. 詩는 원래 그 존재가 들어나지 못하면 산 것이 되고 반대로 존재의 부각은 죽음이다.
    시인은 누구든 용서하기 싫어졌다고 말한 후 돌연 가방 속에서 한 뭉치 원고를 꺼내 읽기 시작했지. 시인을 대변한 詩의 주장이다. 詩 존재 확인이다.
    거울과의 비밀 연애 그 지루한 분노의 시를 백 년 동안의 독서와 필사적인 필사를 그동안 무처럼 갉아 먹은 기억을 무말랭이처럼 바닥에 쏟아져 말라가는 언어를 황금 재즈 시대 트럼펫처럼 무대 위에서만 빛나는 비유들을 다 버리고 나서도 겨울밤 두더지처럼 늘어나는 슬픔들에 대해 시인은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 이 문장은 제법 길다. 자신과의 비밀 연애라든가 분노라든가 독서와 필사 그리고 기억과 언어 이러한 것은 트럼펫처럼 불어대는 비유와 슬픔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겠나 뭐 이런 뜻이다. 시는 문장화 되었으므로 시인의 주장이지만, 이 주장은 시의 대변이다.
    거울 속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물만 줘도 쑥쑥 자라 어른이 되지 않고 언어는 불평등의 얼음판 위를 날랜 스케이트 날처럼 휙휙 가르지 않으니 유사 낭만 시대의 별처럼 빛나지 않아도 좋아. 고체화한 시는 상상력은 키울 수 있으나 그 어떤 물질적 형질로 커지거나 하는 속성은 없기 때문에 어른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유사 낭만 시대의 별처럼 빛나는 그런 시인으로 남고 싶은 마음도 이 시 문장은 알리고 있다. 그것도 얼음판 위 삭삭 긋는 스케이트 날 같은 문장으로 올곧게 선다면 말이다.
    너는 다정한 사망선고를 내리고 그는 울면서 돌아갔지. 너 때문에 나의 존재를 일깨웠으니까 나는 울고 싶을 정도로 기분은 좋았어. 내일이면 집이 조금 가벼워지리라 창밖엔 산뜻한 구름, 너는 허공에다 줄을 건다. 내일은 가벼울 거야. 몽상은 글쓰기 딱 좋은 상태거든, 이제 무엇을 걸 수 있을 거야. 내가 줄을 쳐놓았으니까! 자 이제 써봐?

    다산 시문집에 나오는 말이다. ‘양덕 사람 변지의에게 주는 말(위양덕인변지의증언爲陽德人邊知意贈言)’로 아래와 같다.
    변지의가 천 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나를 찾아왔다. 내가 그 뜻을 물었더니, 문장 공부를 하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때마침 이날 우리 아이들이 나무를 심었기에 그 나무를 가리켜 비유하면서 이렇게 말해 주었다.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가장 먼저 뿌리를 북돋우고 줄기를 바로잡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러고 나서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면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나무를 애써 가꾸지 않고서, 갑작스레 꽃을 얻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나무의 뿌리를 북돋아주듯 진실한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쏟고, 줄기를 바로잡듯 부지런히 실천하며 수양하고, 진액이 오르듯 독서에 힘쓰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듯 널리 보고 들으며 두루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게 해서 깨달은 것을 헤아려 표현한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글이요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문장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참다운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장은 성급하게 마음먹는다고 해서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돌아가서 내가 말한 뜻만 좇는다면, 얼마든지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문장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시인의 갈망이다. 문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는 현재와 죽어서도 그 명예를 시인께 안겨다 주니 밤낮 고군분투하는 게다. 다산 선생께서도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고 했다. 더 나가 이 꽃이 영원히 시들지 않는 민족의 꽃으로 남는다면 백 년의 고독과 슬픔은 어찌 보면 이겨볼 만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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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김경인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고전연구회 사암 엄윤숙. 한정주 255p~256p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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