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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딜버트의 법칙 / 강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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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50회 작성일 17-02-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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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버트의 법칙 / 강윤순




    국화빵 속에 국화는 없다 잠자리에 잠자리가 없다 밤 속에 밤이 없으므로 내 안에 나는 없다 그래서 내가 맞춘 구두는 내 신발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젯밤에 내가 꾼 악몽은 네가 꿈꾸는 꿈이고 네가 키우는 자라는 자라지 않아서 자라가 아니다 그리하여 네가 맞은 만점이 내가 본 시험이고 뻐꾸기 알은 개개비가 키울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천 년 전의 강물이 오늘의 강물이고 백일 후의 강물로 흘러갈 것이다 자루 안에 연필이 들어 있었지만 새털구름 안에 새가 없었으므로 해이리에는 해가 뜨지 않았고 모스크바 광장에 레드카펫이 깔리지 않았다 그래서 바람이 불고 너의 바람은 없고 내 머리카락은 휘날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쇼윈도 부부는 앵무새 같이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것일 뿐이고 밤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유리천장은 블루칼라가 아닐 수밖에 진열장에 들어간 코끼리는 어디까지나 인형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본은 더 빨리 돌아야 하고 내 꿈은 해바라기도 모르게 피어야 한다 위를 모르는 장은 분별력이 없으므로 흰색와이셔츠를 입은 너는 언제까지 너를 몰라야 한다

    독버트가 달을 보고 짖는다 엘리베이터 밖 어디에도 망원경은 없다



鵲巢感想文
    詩 딜버트의 법칙은 시 의미 부재를 비판한다. 문학의 꽃이라는 詩, 과연 그 의미는 있는 것인가 말이다. 詩는 詩人만의 놀이가 되었으며 문장의 조합에 불과한 시대의 산물이 되었다. 딜버트의 법칙은 '무능력하고 비효율적인 직원일수록 중간 경쟁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간부로 승진한다.'는 역설적 주장을 나타낸 법칙이다. 위 詩는 詩가 詩 같지 않은데 현대문학을 이끄는 괴이한 현상을 말한다.
    국화빵 속에 국화가 없듯 속이 없고 잠자리에 잠지리가 없듯 쉴 수도 없으며 밤 속에 밤이 없듯 내 안에 나는 없다. 내가 맞춘 구두口頭는 내 신발信發이 아니다. 어젯밤에 내가 꾼 악몽 같은 시는 네가 꿈꾸는 시며 네가 키우는 자라는 자라지 않아서 시가 아니다. 그리하여 네가 맞은 만점이 내가 쓴 시고 뻐꾸기 알은 개개비가 키우듯 詩는 작소鵲巢가 감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천 년 전의 詩가 오늘의 시고 백일 후의 시로 우리는 읽는다. 자루 안에 연필이 들어 있었지만, 새털구름 안에 새가 없듯 해이리에는 시가 뜨지 않았고 모스크바 광장에 시는 깔리지 않았다. 그래서 바람이 불고 너의 바람은 없고 내 詩는 휘날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쇼윈도 부부는 앵무새 같이 같은 시를 되풀이하는 것일 뿐이고 밤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유리천장은 블루칼라가 아닐 수밖에 왜 하늘을 가렸으니까! 색깔 넣은 창이잖아. 진열장에 들어간 코끼리는 어디까지나 인형일 수밖에 없다. 진열장 같은 시집에 코끼리 같은 거대한 말을 욱여넣어도 이건 단지 인형일 수밖에 없다. 사람이 아니라 모형 같은 시다. 다시 말해 시 의미 부재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본은 더 빨리 돌아야 하고 내 꿈은 해바라기도 모르게 피어야 한다. 그러므로 시 독자를 무시하는 처사가 되었다. 위를 모르는 장은 분별력이 없으므로 흰색와이셔츠를 입은 너는 언제까지 너를 몰라야 한다. 내가 없는 백지는 언제까지 내가 없는, 그런 시 문학이 안타까움이다.
    이제는 딜버트가 아니라 독버트가 되었다. 완벽한 시를 보고 짓는다. 상하승하는 엘리베이터처럼, 수직상승과 수직하강하며 바라보는 詩, 어디에도 멀리 들여다볼 것은 이제는 없다.

    해대어(海大漁)라는 말이 있다. 제나라 제상이었던 전영은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자산가였다. 이를 바탕으로 퇴임 후 지낼 궁궐을 제나라 땅이 아닌 다른 곳에 짓고 있었다. 어느 날 어부가 찾아와 이를 보고 제상 전영께 세 마디만 하겠다며 고했다. ‘해대어海大漁’ 제상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부에게 물었다. ‘바다에 사는 가장 큰 물고기도 바다를 떠나면 작은 개미에게 뜯기고 맙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재상은 궁궐 짓기를 그만두었다.
    우리는 조직생활을 한다. 조직 내에서 우리는 나름의 역할이 있다. 하지만, 조직을 떠나 우리의 가치는 정말 있는 것인가? 직장 다닐 때는 직장 문화에 갖은 불만을 토로하며 마지못해 다니는 직장인도 있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다면, 정녕 몇 달을 버틸 수 있을까 말이다.
    문학의 꽃인 詩, 정말 꽃다운 꽃으로 바로 서는 것은 만방에 알리는 꽃가루가 있어야겠다. 시인은 조직이 없는 직장인이 아니라 독자가 없는 시집의 생산자일 수도 있다. 아무리 큰 물고기海大漁도 바다를 떠나면 살 수 없듯이 언어의 조탁 기술도 세간의 이목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하여 詩人은 詩만 생산할 것이 아니라 詩를 알리는 데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되며 소비에 좀 더 매진하여 많은 독자를 이루어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더 나가 씨앗을 품은 잠자리는 내일, 혹은 1년 10년 100년 1,000년 후에도 꽃으로 피겠다.

    시인의 시 한편만 더 보자.


    기하 / 강윤순

    깃발 밑은 비장했다 도형의 성질은 미지수였다 오늘이 어제 속에 빠져 있던 나에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귀하의 분량은 몇입니까, 나는 어찌합니까, 칡과 등나무와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랩소디, 깃발을 알아야 했지만 공간 속은 숨이 막혔다 당신보다 낮은 곳에 내가 있었으므로 모양과 치수는 판이하게 달랐다 우리 관계는 점, 설, 면이기도 했고 예각 둔각이기도 했다 처녀작이 낯설다구요, 삼인칭이 생소하다구요, 그렇다면 저 수많은 대상들은 어떻게 할까요, 네모 필라와 보름달과 사다리차, 깃발에서 거리를 두기도 해보고 바람으로 저격도 해봤지만 관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더욱 냉랭해진 깃발 아래 부르지 못한 노래는 용암이 되었다 슬픈 노래는 비가 되어 흘렀고 사랑니는 정체성에 몸부림을 쳤다 화살과 추와 부메랑, 이쯤에서 관계를 포기해야 하나, 아니지 우리에겐 기우가 있지, 기우로 해서 당신+나=기우라는 공식이 성립되므로 기우는 곧 우리의 합일점이 되는 거지, 우리는 하나의 깃발이었어, 깃발은 곧 공리, 정리, 계로 증명을 요하는 진리였으므로 지오메리트는 측지술인거지, 모든 정리는 대정각으로 정의가 내려졌다 은연중 우리 속에 우리가 물들어 있었으므로 기우와 당신과 내가 맞꼭지각이 같은 대정각을 이룬 것이다 깃발아래 오래된 스펀지가 온유를 머금고 있었다

    鵲巢感想文
    시제 기하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1.幾何 얼마, 수량이나 정도를 묻는 2.도형 및 공간의 성질에 대하여 연구하는 학문 3.基下 발해에서, 상류 계급에서 임금을 부르던 칭호. 4.旗下 깃발의 밑 5.記下 예전에, 자기보다 신분이나 계급이 조금 높은 사람을 상대하여 자기를 낮추어 이르던 일인칭 대명사다.
    詩文을 읽으면 중간쯤에 기우라는 말이 나온다. 기우도 몇 가지 뜻을 지녔는데 다음과 같다. 1. 杞憂 앞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 2. 奇偶 홀수와 짝수를 아울러 이르는 말 3, 奇遇  기이한 인연으로 만남 4. 祈雨 날이 가물 때 비가 오기를 빎.
    이 시는 기하라는 제목에 詩 쓰는 과정으로 기하와 기우의 여러 가지 뜻을 중첩적으로 그려낸 문장이다. 詩人은 詩를 통해서 동음이의어인 우리말을 일깨운 셈이다. 

    건곤지도乾坤之道는 이간지도易簡之道다. 하늘과 땅의 도는 쉽고 간단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하늘과 땅의 도를 따른다는 얘기다. 詩學이 깊고 넓다고 하나 이는 문장이므로 하늘과 땅만큼 하지는 않는다. 모두 마음을 표현한 것이므로 그 깊이를 헤아려 보는 일이다. 모든 시는 교감이다. 내가 펼쳐보지 않으면 정은 나눌 수 없고 읽지 않으면 속을 알 수 없다. 너와 나의 교감, 대정각을 이루는 것이고 내 깃발아래 오래된 스펀지처럼 은유를 머금는 길이다.
    덧붙인다. 시 ‘기하’에 몇 군데 오타지 싶은데 원문 그대로 실었다. 예를 들면, 시 끝에 이르면 온유는 은유가 맞을 것 같고 초장에 점, 설, 면은 점, 선, 면이 맞다. 또 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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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강윤순 2002년 <시현실>을 통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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