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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오후가 끝날 무렵 / 강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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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90회 작성일 17-02-23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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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오후가 끝날 무렵 / 강재남




    유독 무덤가에서 누구에게 무례하다 누구에게 친절하다 그러므로 나는 계속 늙어야하고 태양은 죽지 않아야 한다

    오후에 나는 늙었고 태양은 죽지 않았으므로 신경안정제 한 움큼 털어 넣는다 물푸레나무가 한 뼘 자란다

    물푸레나무는 철학적이어서 어떤 물음과 대답이 공존한다 불규칙한 무늬를 입은 상냥한 그 여자, 입술이 붉다

    입술에서 입술로 환승하는 나는 요망스런 계집, 아무도 죽지 않은 무덤에서 편지를 쓴다 마른 꽃편지를 받으면 반드시 죽은 이름을 불러야 할 이유는 없다

    상냥한 그 여자와 여자들 입술이 부풀고 부푼 입술에서 뒷담화가 핀다 아름다운 생장력을 가진 치명적인 꽃,

    꽃잎을 뜯어 혀에 심는다 오후에 나는 늙었고 태양은 죽지 않았으므로 햇살 한 움큼 털어 넣는다 붉은 꽃술에 혓바늘이 즐비하다



鵲巢感想文
    나는 한때 시는 나팔꽃으로 지붕을 엮은 오두막과 같다고 했다. 그만큼 시를 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일의 후미로 시적 교감을 얘기했다. 하지만, 시에 몰입은 어느 수렁에 빠진 듯 자꾸 말려드는 것도 사실이다. 취미가 아니라 이건 무덤처럼 제자리에 옴팡지게 묶어놓는다.
    위 詩 ‘어떤 오후가 끝날 무렵’은 마치 이와 같은 일을 묘사한 것 같다. 무덤가는 시인이 들여다보는 시집을 제유한다. 각종 시에 무례하다가 또 친절히 읽기도 한다. 시인은 늙고 내 마음의 꽃 같은 시, 태양은 죽지 않는다.
    오후에 시인은 늙었다. 늙었다는 말은 어른이 되었다는 말이다. 어른의 어원은 ‘얼운’이다. 어룬, 어르다로 변천하여 어른이 됐다. 어르다는 말은 성관계를 맺는다는 뜻이 있으니 장가를 갔거나 결혼한 사실을 말한다. 그만큼 시에서는 시적 교감을 나타낸다.
    태양은 죽지 않았고 신경안정제 한 움큼 털어 넣는 시인이다. 시간은 흘렀으므로 지적세계는 진보하였다. 그러므로 물푸레나무는 한 뼘 자랐다. 물푸레나무는 시인을 제유한 시어다.
    시인은 철학적이어서 어떤 물음과 대답이 공존한다. 불규칙한 무늬를 입은 상냥한 그 여자는 시인이 들여다보는 시를 제유한 시구다. 아직 의미가 파악되지 않았으므로 불규칙한 무늬로 묘사했다. 말하자면 얼룩말이다. 입술이 붉다. 그만큼 열정이 붉다.
    입술(詩)에서 입술(詩)로 환승하는 나는 요망스런 계집이다. 아무도 죽지 않은 무덤에서 편지를 쓴다. 백지는 아무도 죽지 않은 무덤이나 다름이 없기에 시인은 편지 같은 시를 쓴다. 마른 꽃 편지는 이미 쓴 시를 말하며 한 번 써먹은 글은 다시 불러야 할 이유는 없다. 아니 절대 불렀어도 안 된다. 이는 희소성을 위반하는 일이라 가치를 떨어뜨린다.
    상냥한 그 여자와 여자들, 이미 고체화한 시는 해석이 되었으므로 이것만큼 상냥한 것도 없다. 입술이 부풀고 부푼 입술에서 뒷담화가 핀다. 시적 교감과 시 해체다. 하지만 이것은 아름다운 생장력을 가진 치명적인 꽃이라 시인은 고한다. 이는 거울처럼 닮아 가는 일이라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시 강조다.
    꽃잎 같은 시어를 뜯어 혀에 심는다. 오후에 나는 늙었고, 이미 시는 이루었고 태양은 죽지 않았으므로 마음의 꽃은 늘 살아서 그 꽃 같은 시 의미를 입안 가득 넣는다. 붉은 꽃술에 혓바늘이 즐비하다. 꽃 같은 글이 편지에 자욱하다.

    詩는 정중동(靜中動)과 동중정(動中靜)의 수련이다. 정중동(靜中動)은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을 뜻한다. 물론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깨끗한 가운데 욕심을 드러내거나 맑은 가운데 혼탁함을 표현하기도 하며 쉬는 듯 끊임없이 움직이는 지적세계로 대변할 수도 있겠다.
    시를 읽는 행위는 정중동에 가깝다.
    동중정(動中靜)은 움직이는 가운데 고요를 찾는다. 겉으로는 강하게 대치되는 움직임 같은 것이 있더라도 속은 차갑도록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시 쓰는 행위는 동중정(動中靜)에 가깝다.
    시인은 시를 유독 무덤가에서 누구에게 무례하다 누구에게 친절하다는 묘사를 하였으므로 정중동과 동중정이라는 말을 끄집어낸 것이다. 휴식도 여러 가지가 있다. 경험이 많은 사람은 남보다 몇 배나 많은 일을 처리한다. 이러한 사람은 일이 휴식이다. 내가 휴식이 필요하다고 해서 며칠 아니 하루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람은 미친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하던 일을 가꾸고 보살피고 더 나가 일을 넓히는 것은 적극적이어야 하며 이 일에 매진하여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
    이 일과 더불어 마음의 수련으로 시가 따른다면, 인생에 금상첨화錦上添花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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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강재남 경남 통영에서 출생 2010 <시문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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