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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성 폭설 / 정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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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68회 작성일 17-02-2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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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성 폭설 / 정다인
-노숙




    휘갈겨 쓴 이 눈발은 누구의 서체입니까 웃자란 불빛과 건물들이 엉켜 치렁거립니다 나는 이미 멀리 와 버렸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보아버린 새의 동공이 사그락사그락 내려 쌓입니다 내 뒤로 늙은 나무의 가지가 툭툭 부러집니다 지지직거리는 실금들이 귓속으로 휘몰아칩니다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나는 누구의 이명입니까

    폭설 속으로 걸어가 스스로를 밀렵하는 겨울 산짐승의 허기가 나를 끌고 갑니다 비척거리며 주저않는 절망이 나의 문맹입니다 아무 것도 나를 빠져나갈 수 없는 어둠입니다

    나의 껍질은 쓸쓸해서 구겨버린 폐지입니다 그 위에 하얗게 열린 새의 눈이 쌓이고 또 녹습니다 천천히 흘러내리는 공중입니다 서서히 물이 차는 잠입니다

    나는 너무 멀리 와 버렸습니다 나는 또 너무 멀리 와 버렸습니다



鵲巢感想文
    시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관계에 중첩적 이미지를 띄움으로써 읽는 독자는 수많은 상상을 한다. 詩 국지성 폭설도 어느 한정된 곳에 폭설이 내렸다는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띄워놓고 작가의 마음을 살피는 것 아니냐! 휘갈겨 쓴 이 눈발은 누구의 서체이냐고 묻지만, 내가 나를 들여다보며 읽는 독백이다. 웃자란 불빛과 건물들은 하나의 시적 묘사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은 웃자란 것이 되며 내가 쌓은 글 맵시는 건물과 다름없을 정도로 탄탄하다. 이러한 것들이 치렁거린다. 치렁거림은 길게 드리운 물건이 이리저리 부드럽게 흔들리는 것과 어떤 일을 할 시일이 자꾸 늦어지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전자다. 나는 이미 멀리 와 버렸다는 말은 독자와의 거리감을 말한다. 읽히면 그만큼 가까운 것도 없을 것이며 못 읽으면 멀어진 거니까!
    너무 많은 것을 보아버린 새의 동공이 사그락사그락 내려 쌓입니다. 여기서 새는 독자를 제유한다. 이러한 독자의 눈은 눈처럼 시인에게 쌓이는 것이 된다. 내 뒤로 늙은 나무의 가지가 툭툭 부러집니다. 이미 앞서간 시인은 독자의 사랑에 함뿍 받음과 결국 그 사랑에 시는 해체가 되고 말았음이다. 지지직거리는 실금들이 귓속으로 휘몰아치는 것은 이미 나의 詩도 문단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어떤 신호탄임을 밝히는 것이 된다.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나는 누구의 이명입니까? 詩의 중심을 바로 잡지 못한 어떤 잡음에 대한 한탄을 표현했다.
    폭설 속으로 걸어가 스스로를 밀렵하는 겨울 산짐승의 허기가 나를 끌고 갑니다. 스스로를 밀렵하는 겨울 산짐승의 허기는 시 평론가 즉 독자를 제유한 시구다. 나를 끌고 간다는 말은 나를 이해하려는 시 해체 작업을 말한다. 비척거리며 주저앉는 절망이 나의 문맹입니다. 시는 비척거리지는 않는다. 이미 고체화되었으니까 말이다. 독자의 시 해석의 잘못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묘사한다. 시를 바르게 읽지 못한 절망은 시인에게는 문맹으로 다가서는 것과 같다. 시적 교감을 나누지 못했으니까! 아무것도 나를 빠져나갈 수 없는 어둠입니다. 나를 이해 못 했으니 이는 곧 어둠이 되는 것이다.
    쏟아지는 것들의 영혼에 몸을 묻습니다. 시 독자를 의식하며, 더운 미음처럼 끓다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 독자의 시 의식 부재를 고하는 것이 된다. 여기서 미음이라는 시어가 참 괜찮다는 생각을 피력해 놓는다. 여러 가지 뜻이 있으니 시적 용어로 적합하겠다.
    나의 껍질은 쓸쓸해서 구겨버린 폐지입니다. 내가 쓴 詩는 어떤 시적 교감 없이 버려지는 종이입니까? 그 위에 하얗게 열린 새의 눈이 쌓이고 또 녹습니다. 새의 눈이라는 표현도 재밌다. 곧 다른 장으로 넘어간 또 다른 누구의 시가 되겠다. 천천히 흘러내리는 공중입니다. 시 독자와의 거리를 나태 내며, 서서히 물이 차는 잠입니다. 나는 읽히지도 않은 채 넘어가는 장으로 서서히 묻히게 됨을 묘사한다.
    나는 너무 멀리 와 버렸습니다. 나는 너무 깊게 파묻혔고 나는 또 넘어 멀리 와 버렸습니다. 나는 정말 여러 시인에게 내 존재의 확인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그만 떠나게 되었음을 이 세상에 고하는 것이 된다.
    이 시는 시 등단을 목표로 하는 예비 시인의 마음을 표현했다. 올 해의 좋은 시로 선정된 작품이다. 국지성 폭설에 부재로 노숙을 달아놓았다. 읽히지 않는 시로 존재의 부각에 실패한 시는 일종의 노숙일 수도 있겠다.
    나는 이 시를 읽고 문학에 대해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글에 떳떳함이 있다면 그 어떤 일을 도모하더라도 등단의 기회는 많다고 생각한다. 단지, 등단의 문이 어떤 곳이냐가 작가의 명예까지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글의 세계에 스스로에 얼마나 기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나는 본다. 자본주의 시대에 그 어떤 것도 자본과 결탁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말이다. 공정해야 할 문학의 세계에 과연 공정한 것이 있는가 하는 의문점이 생기는 것도 바다 깊숙이 들어와 보면 보이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마냥 표현의 자유를 우리는 잃고 사는 것은 아니다. 문학은 언제나 현실을 바탕으로 한다. 나의 본바탕을 어떻게 꾸미고 어떠한 자세로 나가느냐가 중요하겠다. 더불어 문학을 곁들이고 보태고 다져나가면 이보다 더 좋은 삶은 없겠다. 더욱 윤택한 삶은 그 경험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경험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글만큼 좋은 것도 없지 싶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는 말이 있다. 무용지물(無用之物)이 유용지물(有用之物)이 된다는 말이다. 즉 다시 말하면 쓸모없는 것의 쓸모.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실은 쓸모가 있음을 말한다. 이 이야기는 장자에 나오는 얘기다. 우리가 길을 걸을 때 실지 필요한 땅은 몇 평 되지 않지만, 우리가 딛고 선 그 몇 평 외에 다른 땅을 다 없앤다면 우리는 걷는 것은커녕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게 된다.
    경영에 있어 마케팅은 실지 큰 효력은 없다. 어찌 보면 기업 자금의 낭비일 수도 있다. 낭비 같은 이 마케팅은 기업의 생산품을 소비자께 인식하는 데 큰 효력을 발휘하며 암묵적으로 기업의 가치까지 올려준다. 이 인식과 인지도가 높아 감에 고객의 소비문화를 압도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학은 경영인에게는 필요 없을 것 같은 얘기일 수 있으나 기업의 영혼을 심는 것이니 혼이 들어간 상품은 고객의 이야기를 주도하게 된다. 나의 껍질은 쓸쓸해서 구겨버린 폐지가 아니라 하얗게 열리는 새의 눈으로 쌓여 천천히 흘러내리는 공중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리하여 서서히 물이 차면 어쩌면 나는 물 위에 뜬 배로 순항할지도 모르겠다. 희망을 품는 것은 언제나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니 하루 마감하며 발바닥 들여다보며 하얗게 닦는 것은 잊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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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정다인 2015년 <시사사>를 통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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