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의 버스 / 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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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37회 작성일 17-02-26 00:01본문
오전의 버스 / 김윤이
빛이 왔다. 열시 무렵 버스창에 너울대는 형태로. 추돌사고로 정체된 도로에서 연좌농성 중인 차창들 빛을 나눠가지네. 눈 뜨기 힘드네. 도로 복판에 돌멩이처럼 박혀있는 우리. 국경 넘는 난민들 같네. 가고자 하는 마음을 뒷전으로 미룰 때에야 흘러간 길로 들어갈 수 있네. 남자가 버릴 때 직장이 버릴 때 그 짧은 순간엔 어디서나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쓴 햇빛이 두 눈 덮쳤네. 시간아, 언제나 열패의 아뜩함을 주었지. 한시바삐 시간을 돌리는 크로노스여, 나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사랑을 찾았으나 또 얼마나 떨쳐 버리려 했던가.
지구별 통로가 탈난 모양이네. 사랑의 여정도 병목일런가. 나더러 생고역쯤에서 기다리라네. 지구는 눈금판 시계처럼 둥글어라. 차량은 떠날 차비로 바빠서라. 환생이 주어진대도 나 이제 속 뜨건 사람이고 싶진 않어라. 험로를 뚫고 제일로 빠르게 일 차선이 풀리네. 억지로 차량들 빠져나가네. 어쩌나. 네 생각을 기어코 떨치고 가네.
鵲巢感想文
위 詩는 도로 한복판에서 어떤 추돌사고로 인한 시인의 심적 난처함을 그려 시적 묘사로 이끈 작품이다. 문장이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침표는 약간 위급함을 알리는 상황묘사로 닿기도 하며 단적인 사진 한 장 보는 듯 느낌이다.
빛처럼 시가 왔네. 시는 열 시 무렵 버스 창에 너울대는 형태로 말이네. 하지만 시는 추돌사고로 정체된 도로였네. 말하자면 연좌농성 중인 차창들처럼 혼선과 난삽함이었네. 나는 시 앞에서는 도로 복판에 박힌 돌멩이처럼 꼼짝달싹 못 하네. 마음은 마치 국경을 넘는 난민 같네. 이처럼 쫓기는 마음이네. 내가 어디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잠시 미루어야 시는 볼 수 있다네. 시는 날 버린 남자, 날 버린 직장처럼 뽀얀 먼지처럼 오네. 짧은 순간이네. 시간아, 이 아뜩한 열패여! 한시바삐 시간을 돌리는 크로노스여! 나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사랑은 찾았으나 또 얼마나 이 시를 떨쳐 버리려 했던가!
이 시의 첫 단락은 시적 교감을 말한다면 두 번째 단락은 시적 만남이다. 즉 쓴 시를 묘사한다.
지구별 통로가 탈 난 모양이네. 여기서 지구별 통로는 화자의 장腸을 제유한 시구네. 사랑의 여정도 병목이라는 말은 병 입구의 그 짤막한 부분을 말하네. 병목현상이라는 말이 있네. 즉 시원히 뚫을 수 없는 어떤 정체를 말하지. 나더러 생고역쯤에서 기다리라네. 시가 도착할 때까지 말이야. 지구는 눈금판 시계처럼 둥글다고 했네. 여기서 지구와 지구별은 그 속성이 같네. 지구는 지구별보다는 조금 더 넓은 상황으로 보아야겠지. 눈금판 시계처럼 둥글다는 말은 그만큼 시 문맥을 정교하게 살핀다는 말일세. 차량은 떠날 차비로 바빠서라. 내 머릿속 시적 어감을 실은 차량은 분주함을 묘사하네. 환생이 주어진대도 나 이제 속 뜨건 사람이고 싶진 않어라.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렇게 시에 맹목적이고 싶지 않다네. 험로를 뚫고 제일로 빠르게 일 차선이 풀리네. 억지로 차량 빠져나가네. 어쩌나 네 생각을 기어코 떨치고 가네. 시는 거울에서 빠져나가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 과정을 묘사하네.
주역에 나오는 말로 ‘호리천리(毫釐千里)'라는 성어가 있네. 이 말은 “실지호리(失之毫釐) 차이천리(差以千里)”의 줄임말일세. 티끌만큼 조그만 차이도 훗날 천리만큼 커다란 차이로 벌어진다는 뜻이네. 호리는 아주 옛적 측량단위였다네. 문맥으로 보아 미세한 기준일 거야. 호는 가을에 털갈이할 때 새로 난 가장 미세한 털을 말하네. 추호(秋毫)라는 말이 있지. 추호도 없다며 강조하기도 하잖아! 아무튼, 호리천리 같은 일이 인생에서는 벌어지기도 하지.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면 이러한 말을 자주 사용한다네. 구제역 파동도 그 이전에 AI 파동도 미리 막지 못한 인재라 나중은 대처에 감당하기도 어려웠지. 하지만, 역으로
공부는 어느 때가 있겠는감! 하루라도 책을 조금씩 보는 양으로 치자면 훗날 호리천리와 같은 기대효과가 날 수도 있겠지. 우선 자리에 앉게. 읽는 것은 무엇을 쓰기 위함이라는 것부터 머리 새겨 넣으세. 바깥에 나가면 내 얼굴에 뭐 묻었나 싶어 자꾸 거울 들여다보지 않나? 뭐 묻은 것만큼 부끄러운 것도 없을 것일세. 내면도 마찬가지라네. 속에 든 것 없는데 어찌 대인관계가 원만하길 바라는가! 가만히 앉게. 그리고 쓰시게. 쓸 것 없으면 우선 읽게. 내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을 잊지 말게.
이만 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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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김윤이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빛이 왔다. 열시 무렵 버스창에 너울대는 형태로. 추돌사고로 정체된 도로에서 연좌농성 중인 차창들 빛을 나눠가지네. 눈 뜨기 힘드네. 도로 복판에 돌멩이처럼 박혀있는 우리. 국경 넘는 난민들 같네. 가고자 하는 마음을 뒷전으로 미룰 때에야 흘러간 길로 들어갈 수 있네. 남자가 버릴 때 직장이 버릴 때 그 짧은 순간엔 어디서나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쓴 햇빛이 두 눈 덮쳤네. 시간아, 언제나 열패의 아뜩함을 주었지. 한시바삐 시간을 돌리는 크로노스여, 나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사랑을 찾았으나 또 얼마나 떨쳐 버리려 했던가.
지구별 통로가 탈난 모양이네. 사랑의 여정도 병목일런가. 나더러 생고역쯤에서 기다리라네. 지구는 눈금판 시계처럼 둥글어라. 차량은 떠날 차비로 바빠서라. 환생이 주어진대도 나 이제 속 뜨건 사람이고 싶진 않어라. 험로를 뚫고 제일로 빠르게 일 차선이 풀리네. 억지로 차량들 빠져나가네. 어쩌나. 네 생각을 기어코 떨치고 가네.
鵲巢感想文
위 詩는 도로 한복판에서 어떤 추돌사고로 인한 시인의 심적 난처함을 그려 시적 묘사로 이끈 작품이다. 문장이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침표는 약간 위급함을 알리는 상황묘사로 닿기도 하며 단적인 사진 한 장 보는 듯 느낌이다.
빛처럼 시가 왔네. 시는 열 시 무렵 버스 창에 너울대는 형태로 말이네. 하지만 시는 추돌사고로 정체된 도로였네. 말하자면 연좌농성 중인 차창들처럼 혼선과 난삽함이었네. 나는 시 앞에서는 도로 복판에 박힌 돌멩이처럼 꼼짝달싹 못 하네. 마음은 마치 국경을 넘는 난민 같네. 이처럼 쫓기는 마음이네. 내가 어디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잠시 미루어야 시는 볼 수 있다네. 시는 날 버린 남자, 날 버린 직장처럼 뽀얀 먼지처럼 오네. 짧은 순간이네. 시간아, 이 아뜩한 열패여! 한시바삐 시간을 돌리는 크로노스여! 나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사랑은 찾았으나 또 얼마나 이 시를 떨쳐 버리려 했던가!
이 시의 첫 단락은 시적 교감을 말한다면 두 번째 단락은 시적 만남이다. 즉 쓴 시를 묘사한다.
지구별 통로가 탈 난 모양이네. 여기서 지구별 통로는 화자의 장腸을 제유한 시구네. 사랑의 여정도 병목이라는 말은 병 입구의 그 짤막한 부분을 말하네. 병목현상이라는 말이 있네. 즉 시원히 뚫을 수 없는 어떤 정체를 말하지. 나더러 생고역쯤에서 기다리라네. 시가 도착할 때까지 말이야. 지구는 눈금판 시계처럼 둥글다고 했네. 여기서 지구와 지구별은 그 속성이 같네. 지구는 지구별보다는 조금 더 넓은 상황으로 보아야겠지. 눈금판 시계처럼 둥글다는 말은 그만큼 시 문맥을 정교하게 살핀다는 말일세. 차량은 떠날 차비로 바빠서라. 내 머릿속 시적 어감을 실은 차량은 분주함을 묘사하네. 환생이 주어진대도 나 이제 속 뜨건 사람이고 싶진 않어라.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렇게 시에 맹목적이고 싶지 않다네. 험로를 뚫고 제일로 빠르게 일 차선이 풀리네. 억지로 차량 빠져나가네. 어쩌나 네 생각을 기어코 떨치고 가네. 시는 거울에서 빠져나가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 과정을 묘사하네.
주역에 나오는 말로 ‘호리천리(毫釐千里)'라는 성어가 있네. 이 말은 “실지호리(失之毫釐) 차이천리(差以千里)”의 줄임말일세. 티끌만큼 조그만 차이도 훗날 천리만큼 커다란 차이로 벌어진다는 뜻이네. 호리는 아주 옛적 측량단위였다네. 문맥으로 보아 미세한 기준일 거야. 호는 가을에 털갈이할 때 새로 난 가장 미세한 털을 말하네. 추호(秋毫)라는 말이 있지. 추호도 없다며 강조하기도 하잖아! 아무튼, 호리천리 같은 일이 인생에서는 벌어지기도 하지.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면 이러한 말을 자주 사용한다네. 구제역 파동도 그 이전에 AI 파동도 미리 막지 못한 인재라 나중은 대처에 감당하기도 어려웠지. 하지만, 역으로
공부는 어느 때가 있겠는감! 하루라도 책을 조금씩 보는 양으로 치자면 훗날 호리천리와 같은 기대효과가 날 수도 있겠지. 우선 자리에 앉게. 읽는 것은 무엇을 쓰기 위함이라는 것부터 머리 새겨 넣으세. 바깥에 나가면 내 얼굴에 뭐 묻었나 싶어 자꾸 거울 들여다보지 않나? 뭐 묻은 것만큼 부끄러운 것도 없을 것일세. 내면도 마찬가지라네. 속에 든 것 없는데 어찌 대인관계가 원만하길 바라는가! 가만히 앉게. 그리고 쓰시게. 쓸 것 없으면 우선 읽게. 내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을 잊지 말게.
이만 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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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김윤이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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