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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여덟 시 /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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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65회 작성일 17-02-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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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여덟 시 / 최금진




    보내지 못하고 서랍에 넣어둔 편지들은 해저에 산다
    단어들은 허옇게 배를 내놓고 죽어가겠지
    모래를 사랑한 사람은 모래가 되고
    내게 남겨놓은 너의 눈먼 개들은 짖지 않는다
    조개껍질이 되어 바다 밑을 구르는 일처럼
    혼자 밥을 먹는 일처럼, 한없이
    존재로부터 멀어져가는 말의 여운,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저녁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다
    세계는 투명하게 지워져갔다
    쓰러져 누운 코스모스꽃들을 너에게 돌려보내야 하는 시간
    바다 밑에 지느러미가 없는 새들이 기어 다니는 시간
    비늘이 다 떨어진 바다뱀이 산호초 속에 추운 몸을 숨기는 시간
    내가 건설했던 왕궁엔 온통 혼돈과 무질서뿐이고
    내 품에 안겼을 때 네가 남긴 물고기들의 머리카락
    머리카락을 입에 넣고 오래도록 맛을 본다
    너는 나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된다
    서랍 속에 넣어둔 편지들은 조류를 타고 흘러가 뭍에 가서 썩고
    네가 묶어놓고 간 개들은 입과 다리가 없고
    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간다, 다만 매우 느리게 갈 뿐
    나는 내가 없는 해저에 살고, 너는 유리병처럼 금이 간다
    세계는 매우 단순해지고 달은 어두운 바다에 혼자 떠 있다
    죽은 새끼를 끌어안고 우는 듀공처럼 나는
    서랍 속에 들어가 눕는다



鵲巢感想文
    시인은 각기 나름의 글맵시가 있다. 글맵시에 자꾸 손이 가는 시집이 있다. 상상력을 유발하며 해학적이며 무언가 훤히 뚫는 그런 문장이 있다. 그러므로 詩가 참 재밌게 닿는 경우가 많다. 시인 최금진 선생의 시 또한 만만치 않은 문장이다. 전에 詩人의 詩 ‘어린이들’ 읽고 감상에 붙인 적 있었다. 오늘은 선생의 시 ‘저녁 여덟 시’를 감상한다. 지금 시각 저녁 여덟 시다.
    시인의 문장은 시에 대한 시적 묘사로 처음과 끝을 같이한다. 보내지 못하고 서랍에 넣어둔 편지들은 해저에 산다. 시적 교감으로 서랍과 해저는 자아를 제유한다. 단어들은 허옇게 배를 내놓고 죽어가겠지. 시를 읽지 못할 경우를 묘사한다. 모래를 사랑한 사람은 모래가 되고 내게 남겨놓은 너의 눈먼 개들은 짖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렇게 읽었으면 그렇게 가고 내가 공부한 흔적은 조용히 가겠다는 말이다. 시적 교감을 표현했다. 내게 남겨놓은 너의 눈먼 개들은 짓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시를 인식하지는 못함을 말한다.
    조개껍질이 되어 바다 밑을 구르는 일처럼 혼자 밥을 먹는 일처럼, 한없이 존재로부터 멀어져가는 말의 여운,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저녁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다 세계는 투명하게 지워져갔다. 문장이 제법 길다. 모두 시적 교감으로 외부와 단절된 시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으며 시 해체작업과 고뇌가 엿보인다.
    쓰러져 누운 코스모스꽃들을 너에게 돌려보내야 하는 시간, 바다 밑에 지느러미가 없는 새들이 기어다니는 시간, 비늘이 다 떨어진 바다뱀이 산호초 속에 추운 몸을 숨기는 시간, 내가 건설했던 왕궁엔 온통 혼돈과 무질서뿐이고 내 품에 안겼을 때 네가 남긴 물고기들의 머리카락, 머리카락을 입에 넣고 오래도록 맛을 본다. 이 문장 또한 제법 길다. 이 부분도 시적 교감과 시 해체를 통한 시 쓰기에 대한 묘사다. 여기서 재밌는 문장은 쓰러져 누운 코스모스 꽃과 바다 밑에 지느러미가 없는 새와 비늘이 다 떨어진 바다뱀이 산호초 속에 추운 몸을 숨긴다는 말인데 모두 시 인식에 대한 묘사다. 내가 건설했던 왕궁은 화자의 詩며 네가 남긴 물고기들의 머리카락은 시 문장을 제유한다. 머리카락은 까맣고 길며 어떤 것은 곱슬하기까지 하니 나름 재밌게 표현한 문장이다.
    너는 나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미 읽었으니까 말이다. 나 또한 이 시를 감상에 붙인다만, 시인은 영원히 모를 일일 수 있으며 혹여나 아신다면 카페 조감도에 오시라! 커피 한 잔 진하게 내려 함께 마셨으면 싶다.
    서랍 속에 넣어둔 편지들은 조류를 타고 흘러가 뭍에 가서 썩고 네가 묶어놓고 간 개들은 입과 다리가 없고 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간다, 다만 매우 느리게 갈 뿐 나는 내가 없는 해저에 살고, 너는 유리병처럼 금이 간다. 여기서 뭍은 자아를 제유한다. 서랍 속에 넣어둔 편지들은 조류를 타고 흘렀다는 말은 시 인식이다. 그러니까 서랍과 뭍은 그 맥이 같다. 네가 묶어놓고 간 개들은 입과 다리가 없고 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간다는 말은 시의 개체 변화다. 나는 내가 없는 해저에 살고, 너는 유리병처럼 금이 간다. 그러므로 나는 시가 되었고 너는 깨진 유리병처럼 시를 이해한 것과 다름없다.
    죽은 새끼를 끌어안고 우는 듀공처럼 나는 서랍 속에 들어가 눕는다. 죽은 새끼를 끌어안고 우는 듀공이라는 표현도 재밌게 쓴 문장이다. 시인이 쓴 시초詩草로 듀공처럼 성장할 거로 생각하면 작가의 상상력을 우리는 읽을 수 있음이다. 서랍 속에 들어가 눕는다. 이제 시처럼 안식한다.

    시인의 시를 읽으면 시인의 글 짓는 특색 같은 것이 보인다. 자주 사용하는 시어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어에서 시인의 위치나 직업 어떤 취향 같은 것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문장의 기술은 시인만 갖는 정도正道다. 이 길은 다른 시인과 분간한다. 그러므로 예술의 고유성과 진정성을 우리는 읽을 수 있음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도로만 고집한다면 독자는 어떤 때는 식상을 느낄 수도 있음이다. 그러니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시인의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시 한 편 쓰는 고통은 어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말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나의 일에 있어 새로운 것을 모색하면서도 직업에 관한 의식은 반드시 있어야 하며 바르게 걸어야 뒤에 후덕함이 따른다. 일에 편법은 절대 있었어도 안 되며 생각지도 말아야 한다. 늦는 감은 있어도 정도를 걷는 사람은 지혜롭고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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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최금진 충북 제천 출생 199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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