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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트 속 / 김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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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41회 작성일 17-02-2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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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트 속 / 김지녀




    각자의 허기를 달래줄 국경이 됩시다

    당근과 사과가 섞인 주스를 마시고 / 소주와 맥주가 섞인 술을 따르고 / 국적이 불분명한 얼굴로

    태양을 그렸는데 달이 되고 / 산을 그렸는데 울타리가 되는

    눈썹과 눈동자와 코를 그려 넣을 수 있는 계란만큼 / 훌륭한 얼굴은 없습니다 / 한쪽 귀는 절벽 다른 쪽은 바위 / 입술은 그리지 맙시다

    입술이 열리면 / 말과 생각이 터지기 쉽습니다 / 배가 고파도 열리지 못하는 입술들이 있으니까

    노란색 바나나는 더 노랗게 칠하고 / 한쪽 눈은 파랑, 다른 쪽은 주황 / 콧구멍은 갈색 / 머리는 초록색

    무엇을 색칠하든 / 입술은 그리지 맙시다 / 지구에 사는 옷 속의 몸은 의외로 얇고 / 국적 없는 얼굴들에도 열렬한 사랑이 찾아옵니다

    국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 칸과 칸 사이를 흘러넘친 이 색깔을 무슨 색깔로 불러야 합니까?



鵲巢感想文
    팔레트 palette는 미술용어다. 수채화나 유화를 그릴 때 그림물감을 짜내어 섞기 위한 판을 말한다. 한마디로 물감판이다. 詩에서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어떤 형이상학적 물질을 시인은 팔레트로 사용했다.
    허기나 국경이라는 단어는 시어로 사용하기 딱 좋은 말이다. 그러니까 시적 용어다. 허기는 어떤 공복 배고픔을 떠나 영혼의 부재 혹은 영혼의 빈-노트로 자아를 상징하거나 공백 상태며 국경은 너와 나의 경계다.
    당근과 사과가 섞인 주스를 마시거나 소주와 맥주가 섞인 술을 따르고 국적이 불분명한 얼굴로 태양을 그렸는데 달이 되고 산을 그렸는데 울타리가 되었다는 것은 영혼의 충전을 묘사한다. 마치 육체에 영향을 보급하기 위한 일련의 식사와 즐거움을 갈구하듯 영혼도 이와 마찬가지로 책을 읽고 충전한다는 이야기다.
    눈썹과 눈동자와 코를 그려 넣을 수 있는 계란만큼 훌륭한 얼굴은 없습니다. 한쪽 귀는 절벽 다른 쪽은 바위, 행 가름하고 입술은 그리지 맙시다. 그러니까 계란 형 얼굴만큼 뛰어난 것도 없겠지만, 굳이 계란 만큼이라 하는 것은 결코 강조하는 말이 아니라 눈썹과 눈동자와 코를 그렸다는 것만도 훌륭한 것이 된다. 자아를 표현한 것만큼 더 중요한 예술은 없으니까! 귀를 절벽으로 다른 쪽은 바위로 표현해도 무관하다. 오로지 입술만 그리지 말자. 그러니까 말은 삼가고 시를 쓰자 말의 근원지인 입술은 아예 그리지 말자는 말이다. 시인은 오로지 시를 써야 하니까!
    입술이 열리면 말과 생각이 터지기 쉽다고 시인은 말한다. 또 한편은 배가 고파도 열리지 못하는 입술들이 있다며 부연 설명했다. 영혼의 공백, 허기는 그려놓은 입술을 입술로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시의 오독을 묘사한다. 오독될 바에야 그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노란색 바나나는 더 노랗게 칠하고 한쪽 눈은 파랑, 다른 쪽은 주황, 콧구멍은 갈색, 머리는 초록색으로 무엇을 칠하든 입술은 그리지 말자. 지구에 사는 옷 속의 몸은 의외로 얇고 국적 없는 얼굴들에도 열렬한 사랑이 찾아옵니다. 여기서 지구는 시집을 제유한 단어다. 시 한 편의 교감을 너와 나의 국경으로 정했다면 이 시는 한 편의 나라 국(國)이 된다. 그러니 그 한 장은 얇은 옷으로 이것만큼 더 얇은 것도 없겠다. 언젠가는 사랑은 찾아올 거라는 시인은 말을 남겼다만 모를 일이다. 이 시처럼 금시 찾아드는 국경이 있는가 하면 몇 천 년이 지나도 사장되는 시도 있을 것이다.
    국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니까 나의 시 독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칸과 칸 사이를 흘러넘친 이 색깔을 무슨 색깔로 불러야 합니까? 검정이라 말하리.

    노자 도덕경 10장에 이런 말이 있다. 전기치유專氣致柔, 능영아호能嬰兒乎. 기를 부드럽게 다하면 능히 어린아이처럼 된다는 말이다. 노자는 부드러움을 어린아이나 물, 새싹과 여린 식물로 상징한다. 부드러움을 잃어가는 것은 죽음에 이른다는 뜻이다.
    중국인은 통치는 다스리지 않는 듯 그런 다스림, 지도자가 나서서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는 정치를 가장 으뜸으로 보았다. 개인이나 협의적 혹은 광의적 경영도 이처럼 최고경영자의 부재 아닌 부재라 하더라도 조직은 돌아가는 것이 최상의 경영이다. 경영자는 이를 목표로 한다.
    詩는 세상 삶에 찌든 때를 벗긴다. 유아는 아니지만, 유아처럼 몸은 늙어도 마음은 물처럼 그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다. 그러므로 책(詩)을 읽는 자는 나이가 들어도 그 유순함이 몸에 배어 상대에게 위압감을 준다거나 경계의 눈빛을 제공하지 않는다. 도로 포근하면서도 그 어떤 일도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읽을 수 있는 자세 다시 말하면, 포용과 이해가 따른다는 말이다.
    입술은 그리지 않아도 노란색 바나나는 더 노랗게 한쪽은 눈은 파랑, 다른 쪽은 주황, 콧구멍은 갈색, 머리는 초록색으로 표현해도 팔레트 속 물감은 제구실 다한 것이니 우리는 시적 교감을 만끽하며 지구에 사는 얼굴의 그 얇은 옷을 벗겼으므로 국적 없는 사랑을 열렬히 불태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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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김지녀 1978년 경기도 양평에서 출생 제1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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