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슴동굴 / 김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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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04회 작성일 17-03-02 00:15본문
붉은 사슴동굴 / 김정임
오동나무 안에 당신이 누워있다 부은 무릎을 펴는지 나무 틈 사이 삼베옷 스치는 소리가 새 나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제를 올렸다
어디쯤에 꽃잎이 열린 곳일까 눈이 어두운 사람처럼 오동나무 무늬를 더듬어야 우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추억들이 푸른 핏줄을 터뜨리며 둥글게 솟은 흙 속으로 스며들자 검은 구름이 터질 것같이 어깨를 들썩였다
이미 저 빙하기 붉은 사슴동굴에서 슬픔이 깃든 뼈를 수만 번 누이고 있는데 나는 어느 시간의 물거품을 이곳에서 휘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기 빠져나간 바람의 흰 깃털이 소나무 숲에 흩날렸다 깊은 숨을 쉬며 당신은 달력 속에 굵은 빗금을 그으며 떠났다
鵲巢感想文
우선 詩를 읽을 때는 극성을 살펴야 한다. 첫 문장에 그 극성이 잘 나타나 있는 시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시도 많아서 요즘은 시 읽기가 갈수록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위 시를 보면,
부은 무릎이 현실이면 오동나무는 굳은 세계다.
두 번째는 시의 색감을 살펴야겠다. 나무와 삼베옷은 색감이 뚜렷하다.
시는 거울이기 때문에 왼쪽을 그렸다고 해도 오른쪽 세계를 뜻하기도 하며 반대로 오른쪽 세계를 그려도 왼쪽을 대변하는 것 같이 읽히기도 한다. 모 시인의 도리깨처럼 한바탕 머릿속 훑고 가는 기분이다.
세 번째는 가변과 불변의 세계를 가려야겠다. 오동나무는 고착화한 삶을 대변한다면 한 무리의 사람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네 번째 시인의 심적 묘사를 유심히 보아야겠다. 부은 무릎을 편다거나 눈이 어둡다거나 추억이 푸른 핏줄을 터뜨리는 것과 빙하기 붉은 사슴동굴, 시간의 물거품은 시인의 마음을 묘사한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제를 올렸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시인 이수명 선생의 글이 스쳐 지나간다. 아래에 필사하며 보자.
케익 / 이수명
커다란 케익을 놓고
우리 모두 빙 둘러앉았다
누군가 폭탄으로 된 초를 꽂았다
케익이 폭발했다
우리는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뿌연 먼지 기둥으로 피어오르는 폭발물을
잘라서 먹었다
시인의 시 ‘케익’을 패러디로 쓴 적 있어 아래에 소개한다.
詩 / 鵲巢
대문장가 시를 놓고
우리 모두 죽 둘러보았다
누군가 시론으로 된 칼을 됐다
시가 낱낱이 뜯겼다
우리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투명한 극지 칼날에 곱게 흐르는 피를
핥아서 먹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시집을 꽤 사다 보았다. 나도 왜 그렇게 시를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한 마디로 집착이었다. 석 달 읽은 시집이 100권 넘었으니 그렇다고 뭐 좀 알고 읽은 것은 절대 아니다. 무작정 독서였다. 하지만, 詩를 읽으니 詩人이 보이고 詩人이 활동한 동인과 여러 가지 정보도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거저 아무것도 아니다. 오로지 내 글을 쓰기 위한 마중물일 뿐이다.
글은 오로지 자기 수양이다. 이는 현실을 잘 보기 위함이다. 더는 그 무엇도 없고 그 무엇을 바라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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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김정임 2002년 <미네르바> 등단
오동나무 안에 당신이 누워있다 부은 무릎을 펴는지 나무 틈 사이 삼베옷 스치는 소리가 새 나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제를 올렸다
어디쯤에 꽃잎이 열린 곳일까 눈이 어두운 사람처럼 오동나무 무늬를 더듬어야 우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추억들이 푸른 핏줄을 터뜨리며 둥글게 솟은 흙 속으로 스며들자 검은 구름이 터질 것같이 어깨를 들썩였다
이미 저 빙하기 붉은 사슴동굴에서 슬픔이 깃든 뼈를 수만 번 누이고 있는데 나는 어느 시간의 물거품을 이곳에서 휘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기 빠져나간 바람의 흰 깃털이 소나무 숲에 흩날렸다 깊은 숨을 쉬며 당신은 달력 속에 굵은 빗금을 그으며 떠났다
鵲巢感想文
우선 詩를 읽을 때는 극성을 살펴야 한다. 첫 문장에 그 극성이 잘 나타나 있는 시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시도 많아서 요즘은 시 읽기가 갈수록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위 시를 보면,
부은 무릎이 현실이면 오동나무는 굳은 세계다.
두 번째는 시의 색감을 살펴야겠다. 나무와 삼베옷은 색감이 뚜렷하다.
시는 거울이기 때문에 왼쪽을 그렸다고 해도 오른쪽 세계를 뜻하기도 하며 반대로 오른쪽 세계를 그려도 왼쪽을 대변하는 것 같이 읽히기도 한다. 모 시인의 도리깨처럼 한바탕 머릿속 훑고 가는 기분이다.
세 번째는 가변과 불변의 세계를 가려야겠다. 오동나무는 고착화한 삶을 대변한다면 한 무리의 사람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네 번째 시인의 심적 묘사를 유심히 보아야겠다. 부은 무릎을 편다거나 눈이 어둡다거나 추억이 푸른 핏줄을 터뜨리는 것과 빙하기 붉은 사슴동굴, 시간의 물거품은 시인의 마음을 묘사한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제를 올렸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시인 이수명 선생의 글이 스쳐 지나간다. 아래에 필사하며 보자.
케익 / 이수명
커다란 케익을 놓고
우리 모두 빙 둘러앉았다
누군가 폭탄으로 된 초를 꽂았다
케익이 폭발했다
우리는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뿌연 먼지 기둥으로 피어오르는 폭발물을
잘라서 먹었다
시인의 시 ‘케익’을 패러디로 쓴 적 있어 아래에 소개한다.
詩 / 鵲巢
대문장가 시를 놓고
우리 모두 죽 둘러보았다
누군가 시론으로 된 칼을 됐다
시가 낱낱이 뜯겼다
우리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투명한 극지 칼날에 곱게 흐르는 피를
핥아서 먹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시집을 꽤 사다 보았다. 나도 왜 그렇게 시를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한 마디로 집착이었다. 석 달 읽은 시집이 100권 넘었으니 그렇다고 뭐 좀 알고 읽은 것은 절대 아니다. 무작정 독서였다. 하지만, 詩를 읽으니 詩人이 보이고 詩人이 활동한 동인과 여러 가지 정보도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거저 아무것도 아니다. 오로지 내 글을 쓰기 위한 마중물일 뿐이다.
글은 오로지 자기 수양이다. 이는 현실을 잘 보기 위함이다. 더는 그 무엇도 없고 그 무엇을 바라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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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김정임 2002년 <미네르바>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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