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여관 / 여성민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장미여관 / 여성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98회 작성일 17-03-04 20:42

본문

장미여관 / 여성민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인사를 하고 장미 여관에 가요

    애인은 한 마리 핏빛 노을 계단은 파라핀처럼 녹아내리고 방금 사랑을 나눈 방에선 하얀 밀이 자라요 벽에는 귀를 댄 흔적들이 포개져 있죠

    자다가 일어나 차가운 물을 마시고 발포와 발화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어요

    따뜻한 바람이 부는 도시 발화하는 총구에서 새의 눈이 태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죠

    눈이 생겼다는 건 조준 되었다는 것 방들은 접혀 있어요

    문을 열 때마다 애인들의 얼굴이 뒤바뀌죠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인사를 하고 우리 장미 여관에 가요 애인은 열 마리 푸른 나비와 핏빛 노을

    애인의 그곳은 귀를 닮았는데요 밤이 오면 손을 포개고 그곳에 귀를 밀어 넣어요 한 개 두 개 밀어 넣어요 까마귀 떼처럼 밀밭 위를 날아 검은 귀들이 사라져요

    열 번의 밤이 오고 한 번의 아침,
    귀가 사라진 얼굴에서 장미가 돋아나요 영토 없는 꽃처럼

    뒤집어져서, 벽에서, 검은 벽에서

    꽃들이 발포해요

    생의 마지막 문장은 언제나 꽃의 발포에 관한 것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이별을 하고



鵲巢感想文
    시적 언어는 따로 있는 것 같아도 또 그렇지도 않다. 장미는 시어로 많이 사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관은 시어로 그리 많이 보아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시제가 ‘장미 여관’이다. 여기서 장미는 시를 제유하며 여관은 나의 취미로 잠시 쉬어가는 어떤 공간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그러므로 애인이 머무르는 공간이 여관이며 애인은 꽃이며 장미고 시가 된다.
    詩人은 그 어떤 문장을 써놓고도 시로 도출하는 재능이 있어야겠다. 각종 비유를 들어서 나의 장미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면 여관 같은 쉼을 이루지 않을까 말이다. 첫 문장은 마치 이처럼 느꼈다. 다시 말하면, 아무렇게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인사를 하고 장미 여관에 간다는 시인의 말, 말이다.
    詩 2행은 시적 교감을 위한 시인의 노력이 보인다. 파라핀paraffin의 사전적 의미는 원유를 정제할 때 생기는, 희고 냄새가 없는 반투명한 고체. 양초, 연고, 화장품 따위를 만드는 데 쓰는 원료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밀랍 같은 어떤 물질로 보인다. 새처럼 시는 날고 계단처럼 진보적인 공부가 필요하며 파라핀처럼 생각이 흘러야 함을 얘기한다. 하얀 밀이 자란다는 표현은 시적 장치로 공부에 매진한 결과 주체할 수 없는 표현력 같은 것이다. 귀는 각종 책이나 정보지 그 외 다른 어떤 정보체계를 상징한다.
    詩 3행, 자다가 일어나 차가운 물을 마시는 것은 감정의 이질감이다. 차다는 것은 그만큼 냉정한 것이므로 시에 맹목적 복종이라기보다는 어떤 비판적인 의향을 내세웠다고 보면 된다. 결국, 시인은 발포와 발화에 이르기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詩 4행, 따뜻한 바람이 부는 도시는 화자의 마음 및 시인의 내면을 묘사한 시구다. 발화하는 총구에서 새의 눈이 태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는 시인의 말, 그러니까 시인이 직접 말한 것은 아니고 어떤 정보체계를 통해 얻었던 시는 비평 속에 새로운 무지갯빛을 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문학의 발전을 우리는 도모할 수 있는 것도 여기에 있음이다.
    詩 5행, 눈은 하나의 싹이다. 시 2연에서 말한 하얀 밀과 일명 맥이 같다. 그러니까 밀의 싹이다.
    詩 6행, 여기서 좀 생각해 보아야 할 시구는 아무래도 애인은 열 마리 푸른 나비와 핏빛 노을이겠다. 왜 열 마리 푸른 나비인가? 그것은 다의성을 표현한다. 시 2연에 보면 애인은 한 마리 새와 핏빛 노을과 의미가 같다. 열 마리 푸른 나비라 하지 말고 열 개의 푸른 잎으로 치환해도 시에 크게 손상가지는 않는다. 여기서 장미를 우리는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나비보다는 꽃을 떠받드는 잎은 어떤지 조심스럽게 피력해 놓는다. 그래도 시니까 시의 휘발성을 고려하면 나비가 더 어울리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詩 7행, 귀는 우리가 보고 읽는 시의 의미를 상징한다. 그 뜻은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지만, 거울의 이면으로 여러 가지 상상할 수 있는 시인의 오감이라 보면 좋겠다. 까마귀 떼는 글을 제유한 시어며 밀밭은 하얀 종이를 제유한다.
    詩 8행, 열 번의 밤이 오고 한 번의 아침, 사랑의 블랙홀이다. 열 번의 다의성을 거쳐 중첩적 이미지의 예술화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볼 수 있다. 애인의 비밀을 캐낼 수 있다면 애인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므로 허공에다가 우리는 붉은 장미를 띄울 수 있게 된다. 허공은 영토 없는 형이상학적 세계다.
    詩 9, 10행 뒤집어지고 벽 같고 검은 벽 같은 데서 꽃은 발포하듯 핀다. 탐미적 색채가 짙은 문장이다. 허공에서 탈출한 시와 그 실체를 말한다.
    詩의 마지막 행이다. 생의 마지막 문장은 언제나 꽃의 발포에 관한 것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이별한다는 것은 인사를 하고 장미 여관을 나오는 장면이다. 그러니까 시에 작별을 고하고 시집을 닫는 묘사다. 여관은 시집을 제유한다고 해도 괜찮겠다.

    꽃은 상중지희桑中之喜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을 꽃에 두었으니까 말이다. 시인은 시 한 수를 위해 여러 수십 계단을 만들고 핏빛 노을을 떠올린다. 파라핀처럼 녹아내리는 사유는 결국, 하얀 밀밭에 까마귀 떼를 보고 만다.
    우리는 꽃을 그리기 위해 차가운 물을 마시고 뜻하지 않는 발포와 발화로 도시가 뒤집어지기도 하지만, 그 총구 끝에서 한 마리 새처럼 눈을 싹 틔우기도 한다. 이는 장미로 열 개의 푸른 잎이 떠받드는 꽃이다.
    이 밤, 생의 마지막 검은 벽 앞에 서서 꽃의 발포와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이별하고 깊은 잠자리에 드는 것은 우리의 희망 사항이다. 가볍게 방문을 닫고 영원히 잠자리에 들 수 있다면 말이다.

    나비처럼 훨훨 나는 하얀 구름 밭 위 저 까마귀 떼 보아라!

===================================
각주]
    1967년 충남 서천 출생 2010년 <세계의 문학> 등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1건 10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7 0 05-07
21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6 0 05-06
2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1 0 05-05
2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3 0 05-05
20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1 0 04-25
20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3 0 04-24
2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6 0 04-23
2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6 0 04-23
2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 0 04-21
20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2 0 03-24
2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8 0 03-23
20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3 0 03-11
1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9 0 03-09
1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7 0 03-08
19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9 0 03-08
1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7 0 03-07
19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9 0 03-07
19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3 0 03-06
1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7 0 03-06
19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0 0 03-05
19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9 0 03-05
1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7 0 03-05
열람중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9 0 03-04
18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3 0 03-04
18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1 0 03-04
18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8 0 03-03
18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2 0 03-03
18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3 0 03-02
18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9 0 03-02
18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5 0 03-02
18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1 0 03-02
18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5 0 03-01
17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6 0 03-01
17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1 0 03-01
17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5 0 03-01
17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1 0 02-28
17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1 0 02-28
17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6 0 02-28
17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7 0 02-28
17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5 0 02-27
17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2 0 02-27
17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7 0 02-26
16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7 0 02-26
16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5 0 02-26
16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7 0 02-26
16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5 0 02-25
16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7 0 02-25
16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5 0 02-25
16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3 0 02-25
16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7 0 02-2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