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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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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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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88회 작성일 17-03-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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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 이승희




    이제 그만 혹은 이제 더는 이라고 말할 때 당신 가슴에도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고 그랬을까. 수면처럼 흔들리던 날들이 가라앉지도 못하고 떠다닐 때 반쯤 죽은 몸으로 도시를 걸어보았을까. 다 거짓말 같은 세상의 골목들을 더는 사랑할 수 없었을 때 미안하다고 내리는 빗방울들을 보았을까. 내리는 모든 것들이 오직 한 방향이라서 식탁에 엎드려 울었던가. 빈자리들이 많아서 또 울었을까. 미안해서 혼자 밥을 먹고, 미안해서 공을 뻥뻥 차고, 미안해서 신발을 보며 잠들었을까. 이제 뭐를 더 내려놓으라는 거냐고 나처럼 욕을 했을까. 우리는 다시 떠오르지 않기 위해 서로를 축복해야 한다. 더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손들을 늦지 않았다고 물속에 넣어 보는 것이다. 세상에 속하지 않은 별들로 반짝여 보는 것이다.



鵲巢感想文
    詩는 묘한 상상을 이끈다. 가끔은 벽 앞에 서서 이거 아니냐고 묻기도 하고 그렇지 그것이지 하며 중얼거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인제 그만 혹은 이제 더는 이라고 말할 때, 詩는 하얀 눈 같은 무명옷 한 벌 내어다 주며 날 더러 입으라 한다.
    =여기서 시에 대한 색감 표현을 유심히 보자. 예를 들면, 눈은 하얗다, 시인이 바라본 세상도 하얗고 마음을 표현하는 곳도 하얗다. 마음을 까맣게 표현하는 곳은 하얀 종이다. 무명옷도 하얘서 감상에 적절히 사용해보았다. 비는 감정표현이다. 비처럼 감정이 내린다는 것을 표현했다.
    옷은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었다만, 마음은 아직도 미온적 하여 수면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다가도 반쯤 죽은 몸으로 도시를 걸을 때쯤이면 깜깜한 별빛은 그때야 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시인은 ‘수면처럼’ 직유로 표현했다. 수면에 대한 여러 가지 뜻이 먼저 지나 갈 것이다. 다음은 그 직유에 대한 여러 생각이 오고 간다. 여기서는 물에 내 얼굴을 비춰보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도시라는 시어도 재밌다. 도시는 복잡하며 다양한 사람으로 한태 뭉쳐 사는 군락지다. 그러니까 도시처럼 복잡한 글을 제유한다.
    사랑은 오로지 한 방향이라고 별빛이 노래할 때 목련은 피는 거라고 바람이 불고 아직 이해하지 못한 마음에 혼자 밥을 먹듯 눈 빠지게 보는가 하면 미안해서 볼펜 볼만 튕기며 미안해서 걸을 수 있다는 의지만 보이는 것은 당신이 시라서 그렇다.
    =시 쓰는 것도 시 읽는 것도 오로지 한 방향 사랑이다. 식탁을 식탁으로 보는 눈빛과 식탁을 시 쓰는 어떤 소재로 보는 눈빛도 가져야 한다. 빈자리와 미안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화자의 심적 묘사며 밥과 공과 신발은 시와 교감을 뜻한다.
    이제 더는 내려놓을 것이 없을 때 도시는 완성되며 완성된 도시에서 더는 잠자리처럼 날아가는 이상은 없을 때 우리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세계에 까맣게 놓이는 것이다. 드디어 세상에 속하지 않은 별로 하얀 밤하늘에 까맣게 별빛은 보는 것이다.
    =시제 ‘밑’과 시문은 얼추 상관성이 맞아야 한다. 마음을 아래다가 놓는 것은 안정이다. 시는 세상을 표현하지만, 모두 거꾸로 보는 세계다. 맛깔스러운 꿀을 하얀 목련에다가 담았으니 세상에 속하지 않은 별들로 반짝거리게 된다.

    詩는 그렇다 하더라도, 사회를 본다.
    맹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민생 안정이라고 했다. 백성은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마음이 흔들린다. 이와 달리 선비는 생활이 어려워도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국민은 작년 한 해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그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17년 연초를 보낸다. 필자는 자영업 세계에 있으니 이쪽 계통의 여러 사람을 만나면 하나같이 어렵지 않은 사람이 없다. 모두 일을 그만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가, 인건비, 대외 수출도 암담하기까지 하며 거기다가 각종 세금 부담은 예전보다 더 힘에 겹다.
    이제는 뭐를 더 내놓을 것도 없는 국민이다. 이런 마당에 맹자의 말씀은 가슴 깊게 와 닿는다. 선비는 의지를 중시하는 사람이고 뜻이 굳어야 한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실업률이 높다. 물질적 어려움을 정신력으로 이겨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만, 시 한 수 읽으며 세상 바라보는 서민은 암담하기만 하다.
    무엇이 항산恒産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선비 같은 정치지도자는 누구며 얼마만큼 서민의 마음을 안정으로 이끌 것인가?

===================================
각주]
    이승희 1965년 경북 상주 출생 1997년 <시와 사람> 당선 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맹자 왈 선비는 항산이 없어도 항심이 있다고 했다. ‘無恒産而有恒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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