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지러 버린 불칼 /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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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18회 작성일 17-03-09 01:01본문
분지러 버린 불칼 / 서정주
여름 하늘 쏘내기 속의 천둥 번개나 벼락을 많은 질마재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무서워하지 않는 버릇이 생겨 있습니다.
여자의 아이 낳는 구멍에 말뚝을 박아서 멀찌감치 내던져 버리는 놈하고 이걸 숭내내서 갓 자라는 애기 호박에 말뚝을 박고 다니는 애녀석들만 빼놓고는 인젠 아무도 벼락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이 되어서, 아무리 번개가 요란한 궂은 날에도 삿갓은 내리는 빗 속에 머윗잎처럼 自由로이 들에 돋게 되었습니다.
邊山의 逆賊 具蟾百이가 그 벼락의 불칼을 분지러 버렸다고도 하고, 甲午年 東學亂 때 古阜 全琫準이가 그랬다고도 하는데, 그건 똑똑히는 알 수 없지만, 罰도 罰도 웬놈의 罰이 百姓들한텐 그리도 많은지, 逆賊 具蟾百이와 全琫準 그 둘 중에 누가 번개치는 날 일부러 우물 옆에서 똥을 누고 앉았다가, 벼락의 불칼이 내리치는 걸 잽싸게 붙잡아서 몽땅 분지러 버렸기 때문이라는 이야깁니다.
그렇지만 삿갓을 머윗잎처럼 쓰고 쏘내기의 번갯불 속에 나설 용기가 없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하나 둘 셋 넷에서 열까지 그들의 숨소리를 거듭 거듭 되풀이 해서 세며 쏘내기 속의 그 천둥이 멎도록 房에 들어 있어야 합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서, 여섯, 일곱, 여덜, 아홉, 열」 그렇게 세는 것이 아니라 「한나, 만나, 淸國, 大國, 얼기빗, 참빗, 胡좆, 말좆, 벙거지, 털렁」 그렇게 세야 하는 것인데, 이 셈법 이것은 李朝 때 胡人놈들이 무지무지하게 처들어와서 막 직딱거릴 때 생긴 거라고 해요. 「淸國 大國놈 한나 만나서 胡좆 말좆에 얼기빗 참빗의 巾節이고 무어고 다 소용도 없이 되고, 치사한 勸力 벙거지만 털렁 털렁 지랄이구나」 아마 그쯤 되는 뜻이겠지요. 한나, 만나, 淸國, 大國, 얼기빗, 참빗, 호좆, 말좆, 벙거지. 털렁…….
鵲巢感想文
소싯적 소나기와 천둥 번개에 얽힌 이야기다. 질마재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이 천둥과 번개를 무서워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고 하며 시인은 얘기를 풀어나간다.
질마재 마을은 우리의 역사다. 조선 시대 양난의 수난을 겪고 이 수난에 대한 우리 민족의 가슴 졸이던 삶이 묻어 있다. 시인은 ‘소나기 속의 그 천둥이 멎도록 방에 들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은 그만큼 어떤 공포에 대한 심적 묘사일 게다. 이러한 공포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수를 셌던 우리 선조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근데, 재밌는 것은 시인의 구수한 전라도 억양도 좋지만, 뒤에 나오는 셈을 세는 말이 옛 생각 나게 한다. 미당께서는 아무래도 한나, 만나, 청국, 대국, 얼기빗, 참빗, 호좆, 말좆, 하며 셈을 셌던가 보다.
시인은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분이다. 아무래도 동학난과 이조 때 호인들이 쳐들어왔던 어떤 상황도 윗대 조상에게서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가 생각난다. 미당은 한나, 만나, 청국, 대국, 얼기빗이라고 셌다만,
필자는 한 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오징어, 육개장, 칠면조, 팔뜨기, 구봉서, 땡그랑 하며 센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동네 어귀에서 에휴 마! 딱지치기, 구슬치기, 벽돌치기, 자치기, 장치기, 불놀이, 연 날렸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
여름 하늘 쏘내기 속의 천둥 번개나 벼락을 많은 질마재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무서워하지 않는 버릇이 생겨 있습니다.
여자의 아이 낳는 구멍에 말뚝을 박아서 멀찌감치 내던져 버리는 놈하고 이걸 숭내내서 갓 자라는 애기 호박에 말뚝을 박고 다니는 애녀석들만 빼놓고는 인젠 아무도 벼락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이 되어서, 아무리 번개가 요란한 궂은 날에도 삿갓은 내리는 빗 속에 머윗잎처럼 自由로이 들에 돋게 되었습니다.
邊山의 逆賊 具蟾百이가 그 벼락의 불칼을 분지러 버렸다고도 하고, 甲午年 東學亂 때 古阜 全琫準이가 그랬다고도 하는데, 그건 똑똑히는 알 수 없지만, 罰도 罰도 웬놈의 罰이 百姓들한텐 그리도 많은지, 逆賊 具蟾百이와 全琫準 그 둘 중에 누가 번개치는 날 일부러 우물 옆에서 똥을 누고 앉았다가, 벼락의 불칼이 내리치는 걸 잽싸게 붙잡아서 몽땅 분지러 버렸기 때문이라는 이야깁니다.
그렇지만 삿갓을 머윗잎처럼 쓰고 쏘내기의 번갯불 속에 나설 용기가 없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하나 둘 셋 넷에서 열까지 그들의 숨소리를 거듭 거듭 되풀이 해서 세며 쏘내기 속의 그 천둥이 멎도록 房에 들어 있어야 합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서, 여섯, 일곱, 여덜, 아홉, 열」 그렇게 세는 것이 아니라 「한나, 만나, 淸國, 大國, 얼기빗, 참빗, 胡좆, 말좆, 벙거지, 털렁」 그렇게 세야 하는 것인데, 이 셈법 이것은 李朝 때 胡人놈들이 무지무지하게 처들어와서 막 직딱거릴 때 생긴 거라고 해요. 「淸國 大國놈 한나 만나서 胡좆 말좆에 얼기빗 참빗의 巾節이고 무어고 다 소용도 없이 되고, 치사한 勸力 벙거지만 털렁 털렁 지랄이구나」 아마 그쯤 되는 뜻이겠지요. 한나, 만나, 淸國, 大國, 얼기빗, 참빗, 호좆, 말좆, 벙거지. 털렁…….
鵲巢感想文
소싯적 소나기와 천둥 번개에 얽힌 이야기다. 질마재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이 천둥과 번개를 무서워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고 하며 시인은 얘기를 풀어나간다.
질마재 마을은 우리의 역사다. 조선 시대 양난의 수난을 겪고 이 수난에 대한 우리 민족의 가슴 졸이던 삶이 묻어 있다. 시인은 ‘소나기 속의 그 천둥이 멎도록 방에 들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은 그만큼 어떤 공포에 대한 심적 묘사일 게다. 이러한 공포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수를 셌던 우리 선조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근데, 재밌는 것은 시인의 구수한 전라도 억양도 좋지만, 뒤에 나오는 셈을 세는 말이 옛 생각 나게 한다. 미당께서는 아무래도 한나, 만나, 청국, 대국, 얼기빗, 참빗, 호좆, 말좆, 하며 셈을 셌던가 보다.
시인은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분이다. 아무래도 동학난과 이조 때 호인들이 쳐들어왔던 어떤 상황도 윗대 조상에게서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가 생각난다. 미당은 한나, 만나, 청국, 대국, 얼기빗이라고 셌다만,
필자는 한 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오징어, 육개장, 칠면조, 팔뜨기, 구봉서, 땡그랑 하며 센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동네 어귀에서 에휴 마! 딱지치기, 구슬치기, 벽돌치기, 자치기, 장치기, 불놀이, 연 날렸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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