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天葬) / 위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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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24회 작성일 17-03-20 04:35본문
天 葬 / 위선환
죽은 사람은 늘 그렇듯 식고 굳었다, 깊숙이 칼을 묻어가며 전신에 칼집을 냈다, 큰새(독수리)들이 모여들었다,
발톱에는 먼지가 묻었고 몇 마리는 날개깃이 부러졌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뱃가죽을 열고 아랫배로, 가슴과 안으로도 손을 질러 넣어서 안에 든 것들을 꺼내 놓았다, 큰새들이 덮쳤다, 물어
뜯고 당기고 찢고 쪼아 삼켰다, 뒤퉁거리며 날개를 퍼덕이며 서로 부딪쳤다,
눈발이 얼굴을 덮었다
칼의 법대로 각(脚)을 떴다, 뼈마디가 맞물린 틈바귀에다 칼날을 질러 넣거나 비틀어서 젖히는 일은 서툴다, 도끼를
들어 긴 뼈를 토막내고 휘어진 것은 베었다, 단번에 두개골을 내리쳤을 때는 골수가 튀었다,
손등에 눈꽃들이 얼어붙었다,
떨리고 눈물이 흐르고 기침이 났다, 갈비뼈가 옆구리를 찔렀다, 큰새들이 뜯어먹고 남긴 뼈 토막들을 두 번 주워모아
잘게 부순 후 흩었다
눈이 그쳤다,
큰새들이 무겁게 날아오르더니 머리 위 공중에서 날개를 털었다, 굳은 피와 검은 살점과 잔 뼈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내
렸다,
내가 죽을 것이다,
큰새들이 큰 원을 그리며 선회하고 있는 공중에다 대고 길게 느리게 칼을 세워 그었다, 깊숙이 칼날이 묻혔다, 베이는 하
늘의 살점이 섬뜩하고 완강하다, 문득, 칼을 놓친다
* 위선환(1941년생) : 전남 장흥 출생, 젊은 시절 등단하여 작품 활동하다 오랜 세월 쉬었다
2001년부터 다시 작품활동, 시집(새떼를 베끼다)등
# 감상
죽은 사람의 시신을 새에게 뜯어 먹인다는 天葬을 인도쪽 어디선가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은바
있으나 이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풍경은 처음이다
화자가 직접 현장을 체험한 작품인지 또는 상상력만의 작품인지는 알 수 없으나, 텔레비 화면 보
듯 생생하고 그로테스크 하다
화자가 직접 칼과 도끼를 들고 장례에 참가하므로써, 세밀하고도 사실적으로 현장감이 드러난다
중간 중간 눈 내리는 장들면을 한 행으로 삽입시켜서, 섬뜩하고 몸서리 쳐지는 장면과 기묘한 긴장
감이 질서있게 감돌게 하고있다
죽은 사람은 늘 그렇듯 식고 굳었다, 깊숙이 칼을 묻어가며 전신에 칼집을 냈다, 큰새(독수리)들이 모여들었다,
발톱에는 먼지가 묻었고 몇 마리는 날개깃이 부러졌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뱃가죽을 열고 아랫배로, 가슴과 안으로도 손을 질러 넣어서 안에 든 것들을 꺼내 놓았다, 큰새들이 덮쳤다, 물어
뜯고 당기고 찢고 쪼아 삼켰다, 뒤퉁거리며 날개를 퍼덕이며 서로 부딪쳤다,
눈발이 얼굴을 덮었다
칼의 법대로 각(脚)을 떴다, 뼈마디가 맞물린 틈바귀에다 칼날을 질러 넣거나 비틀어서 젖히는 일은 서툴다, 도끼를
들어 긴 뼈를 토막내고 휘어진 것은 베었다, 단번에 두개골을 내리쳤을 때는 골수가 튀었다,
손등에 눈꽃들이 얼어붙었다,
떨리고 눈물이 흐르고 기침이 났다, 갈비뼈가 옆구리를 찔렀다, 큰새들이 뜯어먹고 남긴 뼈 토막들을 두 번 주워모아
잘게 부순 후 흩었다
눈이 그쳤다,
큰새들이 무겁게 날아오르더니 머리 위 공중에서 날개를 털었다, 굳은 피와 검은 살점과 잔 뼈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내
렸다,
내가 죽을 것이다,
큰새들이 큰 원을 그리며 선회하고 있는 공중에다 대고 길게 느리게 칼을 세워 그었다, 깊숙이 칼날이 묻혔다, 베이는 하
늘의 살점이 섬뜩하고 완강하다, 문득, 칼을 놓친다
* 위선환(1941년생) : 전남 장흥 출생, 젊은 시절 등단하여 작품 활동하다 오랜 세월 쉬었다
2001년부터 다시 작품활동, 시집(새떼를 베끼다)등
# 감상
죽은 사람의 시신을 새에게 뜯어 먹인다는 天葬을 인도쪽 어디선가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은바
있으나 이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풍경은 처음이다
화자가 직접 현장을 체험한 작품인지 또는 상상력만의 작품인지는 알 수 없으나, 텔레비 화면 보
듯 생생하고 그로테스크 하다
화자가 직접 칼과 도끼를 들고 장례에 참가하므로써, 세밀하고도 사실적으로 현장감이 드러난다
중간 중간 눈 내리는 장들면을 한 행으로 삽입시켜서, 섬뜩하고 몸서리 쳐지는 장면과 기묘한 긴장
감이 질서있게 감돌게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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