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물 / 안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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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10회 작성일 17-05-05 22:36본문
얼굴의 물 / 안태운
그는 안에 있고 안이 좋고 그러나 안으로 빛이 들면 안개가 새 나간다는 심상이 생겨나고 그러니 밖으로 나가자 비는 내리고
비는 믿음이 가고 모든 맥락을 끓고 있어서 좋다고 그는 되뇌고 있다 그러면서 걸어가므로
젖은 얼굴이 보이고 젖은 눈이 보이고 비가 오면 사람들은 눈부터 젖어 든다고 그는 말하게 되고 그러자 그건 아무 말도 아닌 것 같아서 계속 드나들게 된다
얼굴의 물 안으로
얼굴의 물 밖으로
비는 계속 내리고 물은 차오르고 얼굴은 씻겨 나가 이제 보이지 않고
鵲巢感想文
이 시는 어떤 운이 따른다. 즉 있고, 좋고, 생겨나고, 내리고, 가고, 끓고, 좋다고, 되뇌고, 보이고, 든다고, 되고, 내리고, 차오르고, 보이지 않고, ~고로 각운을 이루듯 문장을 이어 나간다. 읽는 맛은 톡톡히 살렸지만, 시의 의미를 캐는 데는 좀 헷갈리는 데가 있다.
시제가 ‘얼굴의 물’이다. 얼굴은 머리 앞면의 전체적인 윤곽이나 생김새를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낯이다. 낯 다시 말하면 면, 물은 세계관을 표현한다고 치면, 그러니까 시를 제유하는 시구로 보인다.
첫 문장을 보면, 그는 안에 있다. 안이 좋고 여기서 안을 인식하는 어떤 매개체가 빛이다. 빛은 그대로 빛으로 닿지는 않는다. 이는 또 다른 해석으로 안개로 다가선다. 안개는 심상을 불러오고 이는 밖으로 나가는 정신적 일탈을 말한다. 밖은 비 내리는 현실 세계다.
현실 세계는 곧이곧대로 보는 세계이므로 믿음이 간다. 그러면서 걸어간다. 즉 현실을 저버릴 수 없는 자아다.
현실에 묻은 자아는 젖은 얼굴로 다가온다. 암울하다. 암울한 세계는 눈부터 젖는다고 시인은 말한다. 이 암울한 세계를 타파하는 것은 결국, 시의 세계다.
얼굴의 물 안으로, 얼굴의 물 밖으로
벽 같은 면이다. 이 면을 들여다보는 자아가 있고 이 면을 통해 현실의 벽을 밀어내려는 자아가 있다. 비는 계속 내리고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여기서 비는 현실과 죽음의 어떤 매개체 역할을 한다. 물은 차오른다. 얼굴의 물과 물은 다른 의미다. 물이 현실을 뜻하면 얼굴의 물은 가상의 세계다.
얼굴은 씻겨 나가 이제 보이지 않고, 현실은 깨끗이 잊어버리는, 아니 잊는 계기를 만든다. 시인은, 그러므로 시는 각박한 사회에 정신적 치료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618년에 세운 당나라 왕조의 기틀을 마련한 당 태종 이세민이 있었다. 그의 정치철학을 기본 내용으로 하는 ‘정관정요’라는 책이 있다. 당시 신하였던 위징을 포함하여 여러 신하가 군주께 받친 책이다. 이 속에 나오는 말이다. 유수청탁재기원流水清濁在其源이다. 흐르는 물의 맑고 그름은 그 수원에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는 정치적인 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뜻이다. 시인께서 사용한 ‘얼굴의 물’이라는 시제에 착안하여 떠올린 말이다. 우리의 마음, 그 수원은 무엇으로 하여야 하는가 말이다.
시인은 경전 같은 시집이야말로 그 수원이라고 하면 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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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운 시집 ‘감은 눈이 내 얼굴을’
안태운 1986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201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그는 안에 있고 안이 좋고 그러나 안으로 빛이 들면 안개가 새 나간다는 심상이 생겨나고 그러니 밖으로 나가자 비는 내리고
비는 믿음이 가고 모든 맥락을 끓고 있어서 좋다고 그는 되뇌고 있다 그러면서 걸어가므로
젖은 얼굴이 보이고 젖은 눈이 보이고 비가 오면 사람들은 눈부터 젖어 든다고 그는 말하게 되고 그러자 그건 아무 말도 아닌 것 같아서 계속 드나들게 된다
얼굴의 물 안으로
얼굴의 물 밖으로
비는 계속 내리고 물은 차오르고 얼굴은 씻겨 나가 이제 보이지 않고
鵲巢感想文
이 시는 어떤 운이 따른다. 즉 있고, 좋고, 생겨나고, 내리고, 가고, 끓고, 좋다고, 되뇌고, 보이고, 든다고, 되고, 내리고, 차오르고, 보이지 않고, ~고로 각운을 이루듯 문장을 이어 나간다. 읽는 맛은 톡톡히 살렸지만, 시의 의미를 캐는 데는 좀 헷갈리는 데가 있다.
시제가 ‘얼굴의 물’이다. 얼굴은 머리 앞면의 전체적인 윤곽이나 생김새를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낯이다. 낯 다시 말하면 면, 물은 세계관을 표현한다고 치면, 그러니까 시를 제유하는 시구로 보인다.
첫 문장을 보면, 그는 안에 있다. 안이 좋고 여기서 안을 인식하는 어떤 매개체가 빛이다. 빛은 그대로 빛으로 닿지는 않는다. 이는 또 다른 해석으로 안개로 다가선다. 안개는 심상을 불러오고 이는 밖으로 나가는 정신적 일탈을 말한다. 밖은 비 내리는 현실 세계다.
현실 세계는 곧이곧대로 보는 세계이므로 믿음이 간다. 그러면서 걸어간다. 즉 현실을 저버릴 수 없는 자아다.
현실에 묻은 자아는 젖은 얼굴로 다가온다. 암울하다. 암울한 세계는 눈부터 젖는다고 시인은 말한다. 이 암울한 세계를 타파하는 것은 결국, 시의 세계다.
얼굴의 물 안으로, 얼굴의 물 밖으로
벽 같은 면이다. 이 면을 들여다보는 자아가 있고 이 면을 통해 현실의 벽을 밀어내려는 자아가 있다. 비는 계속 내리고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여기서 비는 현실과 죽음의 어떤 매개체 역할을 한다. 물은 차오른다. 얼굴의 물과 물은 다른 의미다. 물이 현실을 뜻하면 얼굴의 물은 가상의 세계다.
얼굴은 씻겨 나가 이제 보이지 않고, 현실은 깨끗이 잊어버리는, 아니 잊는 계기를 만든다. 시인은, 그러므로 시는 각박한 사회에 정신적 치료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618년에 세운 당나라 왕조의 기틀을 마련한 당 태종 이세민이 있었다. 그의 정치철학을 기본 내용으로 하는 ‘정관정요’라는 책이 있다. 당시 신하였던 위징을 포함하여 여러 신하가 군주께 받친 책이다. 이 속에 나오는 말이다. 유수청탁재기원流水清濁在其源이다. 흐르는 물의 맑고 그름은 그 수원에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는 정치적인 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뜻이다. 시인께서 사용한 ‘얼굴의 물’이라는 시제에 착안하여 떠올린 말이다. 우리의 마음, 그 수원은 무엇으로 하여야 하는가 말이다.
시인은 경전 같은 시집이야말로 그 수원이라고 하면 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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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운 시집 ‘감은 눈이 내 얼굴을’
안태운 1986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201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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